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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hemata mathemata May 03. 2023

<슈츠>를 떠나보내며

넷플릭스 미드 <슈츠(2011~2019)> 감상기

(스포일러 주의)

어렸을 때 그 시절 남자아이들처럼 삼국지를 좋아했다. 나는 그중에도 관우를 좋아했던 것 같다. '충(忠)'이라는 전근대적 사고방식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여전히 현대인에게도 공감할 수 있는 남자의 '의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발 더 나가면 플라톤의 <향연>에서 나오는 동성애가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말이다. 관우는 보잘것없이 쫓기는 신세인 유비를 위해 자신을 부하로 삼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조조를 말 그대로(literally) 버린다.


시즌 9까지 만들어진 미국 법정 드라마인 <슈츠>를 이야기하면서 갑자기 삼국지로 이야기를 장황하게 꺼낸 이유는 이야기의 중심이 주인공 하비 스펙터와 마이크 로스가 중심이 되어 전개되기 때문이다. 하비 스펙터는 마이크 로스를 학력위조 상태에서 채용한다. 둘은 오만한 점에서 서로 너무 닮은 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나중에 회사가 흔들려 공중분해가 되는 지경까지 가도 마이크를 버리지 않는다. 마이크 역시 하비를 형량 거래에서 팔지 않고 대신 감옥까지 다녀온다. 이렇게 적으면 오해할 수 있어 다시 이야기하지만 이 드라마는 퀴어 드라마가 아니다. 충성(loyalty) 혹은 의리라는 개념이 서양에서도 존재하는 인류 공통의 감정임을 느낄 수 있다.


이외에도 하비의 입사 동기인 (귀요미 마못)루이스는 하비에 대한 질투와 동경을 가감 없이 잘 연기했고, 지금은 해리 왕자와 결혼해 연예계를 잠정 은퇴한 레이첼 역의 메건 마클을 볼 수 있는 재미도 있다. 여성 CEO로서 균형 있는 모습을 보였던 제시카, 하비의 비서로서 그의 복심으로 활약한 도나, 훗날 모쏠로 밝혀진 카트리나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전반적으로 주인공 외에 조연급에도 매력적인 캐릭터가 차고 넘친다.


이 드라마는 영어 공부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고(중급 이상), 마지막까지 정주행하면 후회보다는 감동이 있다. 특히 늙어가는 입장으로 주인공들이 시즌이 지날 때마다 흰머리와 주름이 늘어나기에 안쓰러운 것이 가장 큰 흠이다.


이들이 자주 쓰는 표현으로 마무리하겠다.

(the balls의 원의미는 고환이지만, 배짱을 의미하기도 한다.)


Do you have the balls to watch these whole series?

넷플릭스 미드 <슈츠>, 루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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