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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hemata mathemata Jun 05. 2023

범죄도시3 (2023)



영화 <범죄도시>가 대중적 인기에  힘입어 트릴로지(3부작)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프로이트에 따르면 억압은 승화를 통해 해소된다고 한다. 폭력에 대한 사회적 억압(형사처벌과 민법에 의한 손해배상)은 좌절감을 가져다준다. 특히 사법체계는 원하는 대로 작동하지 않기에 더욱 그러하다. 현실을 닮은 범죄도시 안에서 보험 사기꾼이나 중고차 팔이 들은 여전히 선량한 시민들을 위협하고 있고, 마약은 부패 경찰의 비호 아래 중독자를 양산하고 있다. 


이러한 대중의 르상티망(ressentiment, 원한)은 내가 원하는 사적 제재의 형식을 띤 마동석 같은 슈퍼 히어로를 원하게 된다. 현대의 마블, DC의 수많은 영웅들(그나마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와치맨은 예외로 두고 싶다)은 고귀함의 표본이다. 목숨을 걸고 명예를 지키기 위해 악에 대항하기 때문이다. 마동석 역시 칼에 베이고 차에 치여도 힘든 내색 하나 없이 자신의 임무에 집중한다.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주인공을 천국으로 인도하는 세라핌 천사가 아닐까 싶다.


피의자의 인권을 강조함에 따라 현실의 공권력은 계속해서 약화되어가고 있다. 마동석 같은 경찰은 하루 만에 직위해제 후 조리돌림 받고 파면될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폭력을 통해 정의를 구현하는 경찰 이미지를 영화 속에서 소비하는데 기꺼이 돈을 쓰고 있다. 이러한 인지부조화는 결국 관객 자신을 마동석에 투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폭력을 사용하는데 범죄라는 명분이 필요했고, 현실적 위험 없이 스크린에 몰입하여 가상 체험하는 것을 끊임없이 욕망하는 것이다. 슬라보예 지젝에 따르면 환상은 주체(관객)와 대타자(마동석)가 일치하는 경험이다. 


다만 불확실한 것은 여성 관객의 욕망이다. 단언컨대 여자가 마동석을 동일시하진 않을 테니 말이다. 여성이 가진 특수성(남성에 있어 절대적인 대타자*)을 생각해 보자.  극중 여성 캐릭터의 비중이 매우 작지만 실질적으로 폭력의 희생자는 수많은 남성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하라. 적어도 범죄도시에 있어 가해자이자 피해자는 오로지 남성일 뿐이다. 이는 현실에 대한 차가운 우화**를 드러낸다. 

* 정신분석학에서 대타자는 원래의 자기를 거세하여 무의식 속에 숨겨두고, 세상에 등록하여 상징 기호로 존재하는 타자

* *  2019년 기준, 강력 범죄 피의자의 비율은 남성이 95.45%(27,626명), 피해자의 비율은 여성이 85.81%(22,718명) - 테크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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