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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hemata mathemata Jun 09. 2023

머니볼 (2011)



야구영화라기보다는 라커룸에서 경기장으로 나오는 검투사들의 이야기, 다시 말해 고상한 노예시장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통계 기반으로 접근해 언더 독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플레이오프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20연승의 신기록을 달성하는 강팀으로 바꿨다는 것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의 줄거리다. 하지만 영화적 감동을 위해 오클랜드는 월드시리즈 9회 우승에 빛나는 명문 구단이라는 사실이 빠져있다. 다만, 비용 절감을 강조한 구단 경영진에 따른 저비용 고효율 선수 수급을 위해 세이버매트릭스*를 보다 적극 활용했을 뿐이다.

 * 야구에 사회과학의 게임 이론과 통계학적 방법론을 적극 도입하여 기존 야구 기록의 부실한 부분을 보완하고, 선수의 가치를 비롯한 '야구의 본질'에 대해 좀 더 학문적이고 깊이 있는 접근을 시도하는 방법론


게다가 선수 개인의 역량과 활약을 극단적으로 축소시켜 주인공인 단장 빌리 빈(브래드 피트)과 피터 브랜드(조나 힐) 부단장의 공으로 돌려놓는다. 결과적으로 이 가성비 야구는 최종 목표인 월드시리즈 우승을 거두지 못하였다. 통계 기반의 세이버매트릭스의 한계인 지도 모른다.


비록 영웅주의(혹은 MLB 계의 마오주의)를 위해 역사 왜곡이 심하지만 영화 속 비디오 자료를 통해 등장하는 마이너리거 선수가 자신이 홈런을 친 지 모른 채 1루에 머물러 있는 장면과 빌리 빈의 딸이 부른 노래(아래 링크 참조)로 인해 한 번쯤 볼만한 가치가 있다. 


선수 생활을 용두사미로 마친 빌리 빈이었기에, 자기 객관화의 중요성을 알았을 것이다. 나르시시즘에 따른 과대망상도 있겠지만, 반대로 거듭된 실패에 따른 자기혐오와 우울증을 겪을 수 있다. 서두에 적었던 자본주의적 몸값의 가치는 계량화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평판에 의해 크게 좌우되는 것이다. 언제든지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엘리트 선수는 아니지만 가련한 월급쟁이도 승진이나 연봉 협상은 하기 마련이다. 지금 잘나가던지 그렇지 않든지 홈런을 칠 때는 홈을 향해 달려야 하는 법이다.


https://youtu.be/elsh3J5lJ6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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