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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hemata mathemata Jun 07. 2023

호밀밭의 파수꾼, J.D. 샐린저



(스포일러 있음)


유명한 미드 <왕좌의 게임>에 주요 등장인물인 호도(Hodor)의 이름 유래는 "hold the door!"이다. 마찬가지로 <호밀밭의 파수꾼>의 주인공 홀든 콜필드(Holden Caulfield)의 이름도 hold가 들어간다. 순수한 아이들을 지켜주려는 피터팬 같은 주인공의 심리를 표현하기 위해 작가가 의도했을 것이다.


미국판 틴에이저물 영화나 드라마를 많이 보았다면 굉장히 익숙할 스토리이다. 서사의 전범을 만든 셈이니, 어쩌면 비슷한 감정을 드는 게 당연할 수도 있다. 국가문서 표준 서체로 익숙한 한석봉 글씨가 대수롭지 않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한석봉이 당대의 파격이었듯이 작가는 1951년 초판 출간 당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책으로 돌아가 보면, 주인공 콜필드가 팬시 고등학교에서 퇴학하고 뉴욕 일대를 방황하는 로드무비인데, 정치적 올바름에 찌든 시선으로 보면 주류 사회의 백인 부잣집 아들(WASP)의 한순간 일탈로 보일 수 있다. 게다가 주인공이 성장을 거부하고 유아기로 퇴행하려는 것에 대한 이유가 딱히 나오진 않지만, 주인공이 만나는 기성세대가 위선적으로 보이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가장 극적인 묘사는 젊은 남교사인 안톨리니 선생과의 해프닝일 것이다. 선한 의도로 잠을 재워준 것처럼 보였지만 <브로크백 마운틴>을 찍으려고 하려는 이 남자를 피해 황급히 떠나는 모습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선명하게 묘사된다. 하지만  전직 룸메이트 스트라드레이터, 데이트 파트너인 샐리와 같은 등장인물 역시 속물적인 것은 마찬가지이다. 부모 또한 콜필드의 대타자로 선명하게 등장할 뿐이다. 유일하게 그가 의지하는 어린 여동생 피비는 그의 피난처이다. 


뉴욕 어느 호텔에서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는 전화를 걸던 콜필드는 집으로 돌아갔지만, (표준적인 학생을 양산하는 공장식, 감옥식 학교를 토대로 한) 자본주의 아래 인간의 삶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다면 그의 모험은 독자에 의해 무한히 반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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