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themata mathemata Jul 22. 2023

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

제인 오스틴의 역작인 <오만과 편견>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지하철역 스마트 도서관에서 빌렸는데 뜻하지 않은 인사발령으로 인해 반납을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시간을 쪼개가며 2부까지 읽고 3부는 국회 전자도서관으로 대여하여 읽었다. 따라서 1~2부는 민음사, 3부는 을유문화사 버전으로 읽은 셈이다. 영어 번역은 그래도 번역자에 따라 느낌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사만 축약해서 보면 이른바 신데렐라 스토리인데, 반쯤은 맞고 반쯤은 틀린 내용이다. 영국의 젠트리(작위 없는 부르주아) 계급과 귀족 간의 만남이기 때문에 이를테면 중소기업 사장 딸이 재벌가에 시집가는 내용으로 볼 수 있다. 즉, 흙수저 여자의 인생역전과는 거리가 먼 나름대로 현실적인 설정이다.


주인공인 엘리자베스(리지)의 당돌한 캐릭터는 현재 멜로드라마 혹은 로코(로맨틱 코미디) 물의 원조라고 볼 수 있고, 귀족 집안의 다아시의 청혼을 일언지하에 거절한 장면은 당대의 파격이었다. 리지를 통해 여성 소설가로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내었기에 당대의 통속소설에서 벗어나 고전으로 살아남았다.


소설의 제목의 두 대구(對句) 중 오만은 다아시를, 편견은 리지를 의미한다. 오만해 보이는 다아시 때문에 (금수저 출신에 대한 열등감으로) 그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은수저) 리지는 그에 대해 편견을 갖게 된다. 그러나 알고 보니 그는 리지만을 사랑하는 순정남이었고, 집안 문제를 티 안 내고 큰돈까지 써가며 해결하는 구세주였다. 그로 인해 결혼에 골인하는 내용인데, 그들의 이후 결혼이 행복했는지 소설에 등장하진 않는다. 다만, 극중 최고 미남과 연애결혼에 성공한 막냇동생 리디아의 애정이 식어가는 내용에 대한 묘사로 대체한 듯한 느낌이 든다. 작가가 결혼에 실패하고 40대에 독신으로 생을 마감한 것과 소설의 결말은 크게 대조를 이룬다. 이루지 못한 꿈은 덧없이 아름답다.


허영과 오만의 차이에 대해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에 대한 설명은 가장 곱씹어 볼 만한 문장이며, 작가는 은연중 허영심을 좇느니 오만함을 택할 것을 권장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고(故) 강수연 배우의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라는 말이 떠오른다. 물론 다아시는 돈도 있고, 가오도 있어 적절하지 않은 비유일 수 있지만, 상속받을 유산이 딱히 없는 리지가 과감하게 돈(다아시)을 포기하는 장면 역시 바로 오만 아닌가 싶다. 견유학자 디오게네스의 오만, 탁발 승려 고타마의 오만은 언제 생각해 보아도 멋있다.



"허영과 오만은 종종 동의어로 쓰이긴 하지만 그 뜻이 달라. 허영심이 강하지 않더라도 오만할 수 있지.

오만은 우리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더 관련이 있고, 허영은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해 주었으면 하는 것과 더 관계되거든." <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

“Vanity and pride are different things, though the words are often used synonymously. A person may be proud without being vain. Pride relates more to our opinion of ourselves, vanity to what we would have others think of us.”



사족을 붙이면 리지는 설정상 최고 미녀인 언니 제인을 제치고 주인공 버프를 받아 극중 거의 모든 젊은 남자와 염문을 뿌린다. (언니의 남편이 된 빙리를 제외하고). 이것이 작가가 가진 무소불위의 권력 아닌가 싶다.


작가 제인 오스틴


작가의 이전글 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