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능자의 그늘, 짐 엘리엇의 삶과 신앙
1949년 대학생 때 짐은 이런 글을 남겼다.
"영원한 것을 얻고자 영원할 수 없는 것을 버리는 자는 바보가 아니다."
전능자의 그늘. 진짜 믿음의 삶이 무엇인지, 내가 나태해지고 마음속에 욕심이 가득할 때쯤 정신 차리게 도와주는 이 고마운 책은 짐 엘리엇 선교사님의 이야기이다. 휘튼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짐 엘리엇은 대학생 때 미전도 종족에 대한 선교의 마음을 품게 된다. 에콰도르의 한 부족, 사람을 죽이며, 예수라는 단어는 고사하고 하나님이라는 단어도 없는 아우카족에게 복음을 전하는 사명을 이루기 위해 기도하고, 훈련했고 결국 사명을 완수한다.
짐 엘리엇 선교사님의 기도는 오늘 날을 살아가는 소위 그리스도인이라고 일컫어지는 사람들의 기도와 구별된다.
주님, 성공하게 하소서. 높은 자리에 오른다는 뜻이 아니라 제 삶이 하나님을 아는 가치를 드러내는 전시품이 되게 하소서.
하나님 마른 막대기 같은 제 삶에 불을 붙이사 주님을 위해 온전히 소멸하게 하소서. 나의 하나님. 제 삶은 주의 것이오니 다 태워주소서. 저는 오래 사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다만 주 예수님처럼 꽉 찬 삶을 원합니다.
아버지, 제 생명을 취하소서. 주님의 뜻이라면 제 피를 취하소서. 주님의 삼키는 불로 제 피를 태우소서. 제 것이 아니기에 아끼지 않겠습니다. 주님, 가지소서. 다 가지소서. 제 생명을 세상을 위한 희생으로 부으소서. 피는 주님의 제단 앞에 흐를 때만 가치 있는 것입니다.
아버지, 저로 분기점 같은 사람이 되게 하소서. 제가 접하는 사람들을 결단의 기로로 이끄소서. 저는 직선도로의 표지판이 되고 싶지 않습니다. 저를 갈림길로 삼아주소서. 그리하여 사람들이 제 안에 계신 그리스도를 보고 어느 쪽으로든 하나를 택해야만 하게 하소서.
주 예수님, 제게 어린아이처럼 단순한 사랑과 순전한 삶을 가르치소서. 저를 향한 주님의 태도와 행동이 변치 않음을 알게 하소서. 제대로 살기만 한다면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통해서도 영혼들을 먹이고 채우기에 족한데 무조건 유별나고 신기하고 특별한 것만 구하는 우를 범치 않게 하소서. 제게 필요하면 고난도 주소서. 주님이 기뻐하시면 편안함을 가져가소서.
2016년 여름, 한창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을 때였다. 이 곳 저곳에서 모집공고가 뜨고 각 병원별로 근무환경은 어떤지, 복지 및 혜택은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고 합격을 하려면 어느 정도로 준비를 해야 하는지 정보를 얻고 있었다. 그러나 대학생 신분으로 구할 수 있는 정보는 한계가 있었고 나는 어느 병원에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막연함만 쌓이고 있었다. 그렇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 채 자연스레 남들 다 가고 싶어 하는 big 5라는 곳에 지원하게 되었다. 그 당시 나의 머릿속은 복잡했고 불편한 감정이 나를 뒤덮었는데 단순히 취업 스트레스 때문에 그러려니 했었다. 그런데 우연한 계기로 전능자의 그늘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고 내가 느끼는 복잡함과 불편한 감정의 실체를 깨닫게 해 준 이 책은 나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일을 계속하고 있는 현재의 관점에서 건강한 근무환경과 노동에 대한 합당한 보상, 그리고 복지와 혜택은 정말 중요하고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임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그러나 책을 읽고 나서 병원을 지원하던 그때에, 내 머릿속에는 연봉은 얼마이고, 병원의 평판은 어떻고, 복지와 혜택과 같은 보상이 가득 차게 되어 처음 간호사가 되고자 했었던 마음, 그리고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아갈 지에 대한 방향을 잃게 되어 혼란스러움과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나는 내가 아파봤기에 아픈 사람들의 마음을 알게 되었고, 내가 아플 때 큰 도움을 받아봤기에 나도 누군가 아파서 신음하고 있을 때 돌봐주고 함께 있어주고 싶어서 간호사라는 직업을 선택했는데 처음 품었던 그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병원에 대한 생각이 나를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슬펐다. 그리고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인생을 살겠다고 방향을 설정했는데 내 마음속에 욕심이 가득 차니 과연 그 삶을 살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다가 누구보다도 십자가에 더 가까이 가고자 실천했던 짐 엘리엇 선교사님의 인생을 바라보니 내 삶이 너무 부끄러웠다. 영원한 것을 얻고자 영원하지 않은 것을 버리는 자는 바보가 아니다는 선교사님의 고백이 내 마음을 울렸다. 짐 엘리엇 선교사님의 일대기를 미루어보아 영원한 것은 하나님 나라, 사랑, 섬김, 헌신, 기뻐하고 감사하고 기도하는 삶, 복음 전파, 그리고 성령의 열매와 같은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것들이고 영원하지 않은 것은 필요 이상의 돈과 권력, 탐심, 죄, 우상숭배, 하나님이 아니라 내 노력으로 해냈다는 마음과 같은 나를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것들임을 알 수 있다.
책을 읽은 후 나는 이렇게 기도했다. '하나님 제가 어느 병원에 가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병원이면 좋겠습니다. 하나님 뜻이시면 붙이시고 아니면 떨어뜨려주세요. 그리고 그 결과에 순종하며 믿음으로 나아가게 도와주세요.'. 기도의 결과, 지금 병원, 흉부외과 중환자실에서 일하고 있다.
짐 엘리엇 선교사님은 나를 부끄럽게 하는 사람이다. 어쩌면 하나님을 가장 많이 닮아있는 이 사람을 떠올리고 내 모습을 되돌아볼 때마다 내가 얼마나 변질되어 있는지, 내 삶과 선교사님의 삶은 얼마나 거리가 먼 지 깨닫게 되고 마음을 돌이키게 된다. 분기점 같은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던 짐 엘리엇 선교사님의 기도는 오늘날 나에게도 유효하다.
선교지의 삶 못지않게 대학병원에서의 삶도 매 순간이 쉽지 않고 끊임없는 도전의 연속이다. 나를 힘들게 하는 상황들, 사람들을 만날 때면 마음의 여유를 잃고 예민해지기도 하고 늘 친절함과 사랑으로 사람들을 대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고 그런 내 모습을 마주할 때면 속상하고 좌절하기도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 (빌립보서 4장 13절 말씀)'을 기억하면서 모든 것, 그러니까 나를 한계 상황으로 몰아붙이고 나의 마음을 시험하는 모든 상황에서도 하나님을 선택하고 좁은 길을 걸어가며 그 길을 걸어갈 때 만나는 수치와 모욕도 이겨낼 수 있음을 믿으며 나 또한 영원한 것을 위해 영원하지 않은 것을 버리는 삶을 살아낼 수 있기를 기도한다.
"내 심장은 앞으로 얼마나 더 뛸 수 있을까. 그 짧은 시간이 지나면 곧 보이지 않는 것이 중요해지는 진짜 세계가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