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해야 할 일들을 처리한 후 점심시간이 되어 밥을 먹으러 가는 길이었다. 병원 내에 위치하고 있는 편의점 옆 출구를 이용하여 이동 중이었는데 한 아이와 어머니께서 가던 길을 멈추고 누군가를 향해 반가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옆을 바라보니 마침 출구를 지나치고 있던 의사 선생님이 계셨는데 그들은 의사 선생님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희는 이따가 오후에 진료 보러 왔어요. 바쁘시죠?"
"안녕하세요. 오전에 조금 바빴어요."
"혹시 식사는 하셨나요?"
"아니요. 오전에 시간이 없어서 방금 편의점에서 샌드위치를 사고 가는 길이었어요."
모든 직장이 그렇겠지만 특히 병원의 아침은 치열하고, 분주하다. 각종 시술과 수술, 입원과 퇴원, 응급 상황 등의 상황으로 인해 제 때 끼니를 챙길 겨를도 없이 일하는 의료진들이 많다. 오늘 점심시간에 마주친 의사 선생님도 비슷한 이유로 제대로 된 점심을 먹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의 모습을 보니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의사 선생님께 반가움을 표현하고 있었다. 올해 본 미소 중에 단연 으뜸이었다.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병원이라는 공간은 아프고, 무섭고, 걱정이 되는 곳이기에 밝은 표정을 하고 있는 아이를 보기가 힘든 것이 사실인데, 아마도 의사 선생님은 바쁜 일상 가운데서도 아이와 보호자의 말에 귀 기울이며 함께 기뻐하고, 함께 아파했을 것이다.
의사 선생님은 샌드위치를 든 채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아이 및 어머니와 함께 웃으며 담소를 나눴다. 그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면서 동시에 위로 펼쳐진 맑은 하늘이 보였다. 겨울이 가고 찾아온 봄처럼, 유난히 따뜻했던 점심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