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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세웅 Apr 17. 2019

허드슨 테일러의 생애

기도의 사람

우연히 접하게 된 책. 허드슨 테일러의 생애를 읽고.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허드슨 테일러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었다. 은행에서는 사무직원으로, 그리고 아버지의 가게에서는 조력자로 바쁜 생활을 하는 평범한 소년이었다. 그는 많은 유혹을 느끼기도 했다. 한 번은 활발한 성격을 지닌 그의 사촌 형제가 그와 함께 한 방을 쓰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주의 나라와 주의 의를 먼저 구하고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훗날 중국 선교를 가게 되어 중국인들이 그리스도를 받아들이는데 큰 역할을 한 허드슨 테일러도 완벽한 사람이 아니었다. 이 부분을 읽는데 위로가 되었다. 사람은 완벽할 수 없는 존재지만 하나님께서 쓰기로 작정하시면 우리의 완벽함 유, 무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라는 사실이 느껴지면서.


허드슨 테일러는 주님께서 기꺼이 채워 주시는 영혼의 갈증과 갈급함을 가지고 있었다. 기도를 하던 중 "나를 위해 중국으로 가라."라는 음성이 침묵 속에서 들려왔다. 그 순간부터 그의 인생은 하나의 위대한 목적과 기도로 일관되었다. 그에게는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는 것이 현실적인 순종을 의미했다. 그는 즉시 할 수 있는 모든 준비에 착수했다. 맑은 공기에서 더 많이 운동했고, 깃털 침대를 매트리스로 바꾸었으며, 음식을 먹을 때도 절제했다. 주일에 두 번 교회를 가는 대신, 저녁 시간은 그 마을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을 방문해서 전도지를 나눠 주고 소그룹 모임을 하며 보내기 시작했다. 중국어 공부 역시 열정을 가지고 시작했다. 중국어로 된 누가복음 한 권을 구해서 간단한 구절들을 영어 성경과 대조하며 600개의 한자를 알아냈다.


자신이 태어나서 가보지도 않은 나라의 영혼 구원을 위해서 신체를 단련하고, 현재 삶에서 실제로 선교 현장을 간 것처럼 훈련하고 어려운 중국어를 공부했다는 사실이 경이롭게 다가왔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들을 다양한 형태로 쓰곤 한다. 가족 및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사회적 성공을 위해 사용할 수도 있다. 근데 그는 도대체 왜 자신의 시간과 열정을 중국이라는 나라를 위해 사용했을까 생각해보면 답은 하나밖에 없다. 아직 예수 그리스도를 접하지 못해서, 앞으로도 접하지 못한다면 결국은 죽을 수밖에 없는 중국인들에 대한 사랑 때문에 자신의 시간과 열정을 선교에 다 쏟을 수 있지 않았을까.


허드슨 테일러는 대학교에서 의학을 배우던 중 중국 선교회 소속으로 중국에 선교사로 파송된다. 뜻을 품고, 기도로 준비하며 나아갔지만 여러 어려움에 부딪혔다. 재정적인 문제, 전쟁에 처한 고난당하는 사람들을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무력감, 거주지를 쉽게 찾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면서 극복해야만 했다.


저는 모든 문제를 주님께 가지고 갑니다. 저는 오늘 저녁에 시편을 읽었습니다. 시편 72-74편입니다. 한번 읽어 보시고 이 말씀이 저에게 얼마나 잘 적용되는지 보십시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요즈음 저는 눈물 없이 거의 성경을 읽을 수가 없습니다. 중국에 도착한 때부터 지금까지의 생활을 돌이켜 볼 때, 저는 다른 어떤 환경에서보다 더 많은 믿음의 훈련과 발전을 경험했습니다. 비록 고통스럽고 제가 원하지 않는 것들이 많았지만, 하나님의 지혜와 사랑에 좀 더 의지할 수 있는 훌륭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허드슨 테일러가 중국에 간 지 1년 반이 지났을 무렵 중국인 옷을 입는 것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그동안 외국인들과 교제하며 지냈는데 중국인 옷을 입는다는 것은 그들 가운데서 매장된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인들의 눈에는 양복을 입은 허드슨 테일러의 모습이 품위가 없어 보였다. 그가 전도하려는 대상이 중국인이었기 때문에 동료 외국인들의 눈보다 중국인들의 시선이 더 중요했다. 마침내 허드슨 테일러는 결단을 내리고 이발소에 가서 윗머리를 깎아내고 뒷머리는 염색해서 길게 단 모조 변발과 색깔을 맞췄다. 그리고 어색한 중국 도포를 걸치고 선비, 곧 양반의 옷차림을 하고 중국인들에게 다가갔다. 사람들은 그가 외국인인 것을 알아보지 못했다. 유럽인들에게 부여되는 몇몇 특권을 잃기는 했지만, 그의 변화된 모습이 준 자유함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예전과 달리 중국인들은 자신들의 안방에까지 그를 초청했다.


타인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태도가 필수적임을 느낀다. 내 입장에서 생각한 호의와 배려가 상대방에게는 부담과 거리낌으로 느껴질 수 있다. 선교에 국한돼서 그런 건 아니고 가족, 친구, 연인, 직장동료 등 모든 의사소통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점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나 중심으로 말이 나왔던 순간들이 머릿속에 지나간다. 반성한다. 그런 화법이 필요할 때가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경우 타인의 입장을 생각해보고 나의 의견을 조리 있게 말하는 게 중요하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허드슨 테일러는 기도하는 사람이었다. 좋은 일이 있든지 나쁜 일이 있든지 그는 모든 일에 앞서 기도로 준비했다. 선교 사역을 하다가 아이들과 아내를 잃었을 때도, 외부 상황들로 인해 더 이상 선교를 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도, 재정적으로 힘에 겨워 당장 아침에 먹을 끼니가 없어 저녁으로 먹을거리로 배를 채우고 이후에는 굶어야 하는 지경에 몰렸을 때도 그는 '하나님께서 채워주신다.(마 6:33-34)'라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기도하며 인내했다. 그 결과는 그 날이 가기 전에 기도의 응답을 받았으며 기뻐했다.


하나님을 믿고 의지한다면서도 순간순간 내가 가진 생각과 계획들로 다가올 미래를 걱정하고 판단했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허드슨 테일러처럼 하나님'만' 의지하고 기도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 내 생각과 한계를 뛰어넘고 하나하나 만들어가시고 이끌어주실 텐데 미련하게도 까먹고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갈 때가 많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하나님께서는 인간이 가진 이 모든 한계와 연약함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당신의 자녀라 불러주시고 함께 하시기 위해 십자가를 지셨다. 감히 그 사랑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지만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하나님과 동행하고 또 기도하며 중국인들의 한 영혼, 한 영혼을 진정으로 사랑했던 삶으로 점철된 허드슨 테일러의 생애는 훗날 복음이 전파되고 하나님께 돌아오는 영혼이 생기게 되면서 열매 맺는다.


5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
6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반드시 기쁨으로 그 곡식 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로다
(시 126:5-6)


내 삶도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열매 맺는 삶이 되길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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