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칸트가 생각하는 경찰의 본질

by polisopher


경찰의 본질은 국민의 자유를 수호하고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하는 것


“경찰 이야기를 하는데 아무래도 경찰의 본질을 짚고 가지 않을 수 없겠죠?”


“맞습니다. 경찰의 본질은 그 역할을 보면 알 수 있죠. 경찰이 태동한 이유나 존재 이유를 따져보면 그것의 본질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니까요. 말씀하신 것처럼 경찰은 국민의 자유를 수호하고, 그들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하는 국가 기관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스스로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지킵니다. 이것은 본능과도 같은 것이라서 누구도 자신의 몸과 소유물을 보호하려는 습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개인이 타인의 것을 자신 것을 지키는 것과 다름없을 정도로 지켜내야 한다고 해봅시다. 이는 자신 것을 지키려는 것과는 성격이 전혀 다른 것입니다. 경찰은 타인의 것을 위해 자신을 내어놓습니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정의롭고 숭고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세상의 존경을 받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적이 될 수 있는 이 사회에서 잠재적 혼란을 잠재우고 서로의 것을 인정하면서 각자의 생업에 종사하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공기처럼 세상 어디에서나 흐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의 역할을 제시하고 있는 각종 법률과 규칙들의 문구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타인을 향한 희생과 사랑을 담고 있습니다. 경찰은 원하든 그렇지 않든 제복을 입은 이상, 타인을 사랑해야하는 운명에 놓이게 되는 것입니다. 즉 숭고한 의무감을 지니지 않으면 안 되는 겁니다. 이것이 제가 본 경찰의 본질입니다."


“선생의 말에 의문을 품을 수 없겠습니다. 아마도 제가 선생의 철학에 상당히 경도된 탓이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높은 이상향을 경찰에 부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그들은 그들의 역할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을 수도 있거든요. 직업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생각할지 모릅니다. 요즘처럼 공무원의 인기가 절정인 시대에는 말입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경찰 개인의 수용여부와 관계는 없는 것이라고 봅니다. 다시 말해 그가 받아들이든 말든 경찰의 본질은 숭고성을 띨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거나 의도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서 경찰 본연의 가치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그런 말씀으로 이해가 되는군요.”




오늘날 경찰의 본질은 어떤 상태인가


“서로 공감했던 것처럼 경찰의 현 상태는 그 본연의 색채를 잃어가고 있다고 봅니다. 과연 우리 경찰이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하고 싶기는 한가, 강한 의문이 드는 것입니다. 이것은 추측이 아닙니다. 지난 10년간 제가 보아왔던 현실입니다.”


“저 역시 선생과 기본적으로 같은 생각입니다. 그래도 모든 경찰이 그러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죠. 물론 묵묵히 자신의 역할과 임무를 다하고 있는 경찰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버거운 짐을 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근한 예로 교통이나 각종 경범죄 단속의 경우를 들겠습니다. 단속 업무는 경찰 고유의 영역으로서 이를 통해 질서를 바로잡아 선량한 국민들이 생업에 종사하는데 마땅히 도움을 줍니다.


그러나 우리의 단속 업무는 그리 로맨틱하지 않습니다. 단속이 포상과 같은 인센티브와 유능함의 지표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딱지를 많이 끊으면 끊을수록 표창 받을 기회는 높아지고 그것은 승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승진을 하면 급여가 오르고 원하는 보직을 얻게 될 확률이 높아지므로 경쟁이 과열해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즉 성공을 위해 단속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거죠.


많은 경찰들이 본질을 붙잡고 버텨본들 승진 앞에 흔들리지 않을 수 없을 테고, 마침내 국민의 생명과 재산 신체 보호라는 말 앞에 고개를 돌리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이미 국민의 머릿수는 승진을 위한 마일리지가 되어 버렸고, 승진으로 내딛기 위한 발판이 되어 짓이겨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경찰의 본질이라는 게 혼수상태가 아니고 무엇일까요?”


“경찰 최고의 명예라고 불리는 승진이 국민의 머리를 짓밟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말씀에 섬뜩해집니다. 그래서 경찰의 본질은 깊은 늪에 빠져있다고 진단을 내리신 것 같습니다. 말씀에 힘이 붙은 것 같으니 좀 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ㆍ대한민국 파출소 경관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