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경찰청이라는 거대한 자석

by polisopher




“계속해서 해볼까요? 여기 무척 성실한 한 직원이 있습니다. 그의 업무 능력은 매우 성실하여 주변 사람에게 신망이 매우 두텁습니다. 주어진 업무뿐만 아니라 타인의 업무 그리고 시키지도 않은 일을 생산해 내는 탁월한 능력자입니다. 그는 맡겨진 일에 대해서만큼은 완벽을 기합니다. 불가능해보이고 때로는 무리해 보이는 일까지 맡아 어떻게든 모양새만이라도 갖추려고 합니다.


그는 조직이 시키는 일은 토 달지 않고 무조건 해내야한다는 강한 신념을 지켜왔고 그런 능력을 인정받아 경찰청 한 분야의 중추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랬던 그가 현장 경찰들에게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가 생각하고 기안해 낸 업무가 현장 사정과 동떨어진 내용을 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경찰의 중심은 현장입니다. 파출소, 형사, 교통경찰 등 현장에서 직접 민원인과 부딪히며 활동을 하는 모든 경찰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경찰의 역할이 공공의 안전과 질서 유지에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업무 능력을 인정받은 그의 기획물이 왜 현장에서는 비난의 대상이 되었을까요? 그의 기획서는 현장 상황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위 말하는 탁상공론의 산물이라고 하겠습니다. 사실 이러한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무리는 아닙니다. 저 아래 현장과 저 위의 경찰청간의 거리가 좀 멉니까? 물리적 거리는 정서적 거리와 비례하는 법이니까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연스럽게 데스크와 현장의 괴리를 낳는 것이죠.


데스크에서는 국민들이 편안하고 안전한 삶을 살기를 바라며 고민하고 기획할 겁니다. 하지만 그런 고민의 산물들이 매우 빈번하게 현장과 충돌을 일으키고 있는데, 요인은 그들의 펜이 현장경찰들이 아닌 지휘부의 시선만 바라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비판 의식 없는 기안자들의‘과잉충성’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터무니없는 전시 행정에 돈과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은 볼 것도 없이 승진 욕구의 지시에 따랐기 때문입니다.


승진을 시켜주고 말고는 인사권을 쥐고 있는 지휘부의 눈짓 하나에 달렸으므로 어찌되었든 그들의 눈에 띄고 마음에 드는 활동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보니 설령 어처구니없는 지시가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반박은커녕, 조심스러운 건의조차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눈 밖에 나서는 절대로 안 되는 일이니까요.


경찰청은 계급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자석입니다. 경찰청의 기안자 모두가 승진 독에 빠져 이성이 마비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계급이라는 강력하고 매혹적인 자력 앞에 제아무리 야무진 경찰이래도 쏠리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죠. 이것은 명백히 부도덕한 처사죠. 유능한 한 사람의 기안자는 경찰 목적 달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어야함에도 영향력 있는 한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결국 자신의 승진 욕구를 달성하기 위해 펜을 굴리고 있으니까요.


이런 자의 부도덕함은 국민을 승진의 디딤돌로 삼고 있는 것에서 찾을 수 있지만 또 하나 자신을 자신의 성공을 위한 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에서도 찾을 수 있지요. 인간은 누구나 존중받아야 마땅한 존재들이라서 그 존재 자체로서 목적이 되어야하는데 부당하고 옳지 않은 지시에 자신의 양심을 짓밟으면서까지 굴종했기 때문입니다. 승진을 위해 자신과 국민을 팔아서 만들어낸 계획이 현장 경찰의 마음을 움직이기 어려우며 나아가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이치가 아닐까 합니다.”


시간에 쫓기는 듯 칸트는 말을 이어나갔다.


ㆍ대한민국 파출소 경관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