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부당거래

by polisopher


“혹시‘부당거래’라는 영화를 보셨습니까? 최근에 상영하여 크게 히트한‘내부자’도 보셨겠지요?”


“네, 두 영화 모두 봤고, 특히 부당거래는 여러 번 봤습니다. 영화의 극적인 요소를 감안하더라도 경찰의 리얼리티를 비교적 잘 그려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경찰과 검찰의 관계를 보여주듯 부당거래에서 최철기 형사(황정민)와 주 검사(류승범)는 최대 권력기관과 그 아래 하부 권력기관의 관계 내지는 생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아동 성폭행 사건의 범인을 검거하지 못한 경찰은 초조해집니다. 이때 지휘부는 최철기에게 어떻게든 범인을 검거하여 사건을 마무리할 것을 지시합니다. 그 결과에 대한 보답은 누구나 즉시 생각해 낼 수 있습니다. 네, 바로 승진을 시켜주겠다고 합니다.


승진을 놓고 같은 사무실에 경찰대 출신 경쟁자가 있습니다. 빽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최철기 형사는 독한 마음을 품습니다. 정신지체장애가 있는 한 남성을 가해자로 꾸미는데 그 과정에서 조직폭력배를 동원하게 됩니다. 즉 폭력배를 이용해서 그 남성을 범인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이렇게 범인 검거 기획은 성공하였고 최철기는 마침내 과장으로 승진을 합니다.


그 이후가 흥미롭습니다. 승승장구하게 된 최철기는 자신의 수족이었던 조폭에게 약점을 잡힙니다. 사건 전말을 폭로하겠다며 협박을 해옵니다. 그러면서 골치 아픈 문제를 최철기에게 해결하도록 강요합니다. 주인과 종의 위치가 바뀌는 순간입니다.


게다가 최철기는 기업주의 뒤를 봐주며 뇌물을 챙기고 있던 주 검사 뒤를 캐내어 그를 곤경에 몰아넣으려고 했지만 도리어 역공을 당하게 됩니다. 제아무리 날고 기는 형사라도 수사의 주재자이면서 영장청구권자인 검사를 당할 재간이 없었던 것입니다.


가족들의 신상까지 탈탈 털린 최철기는 주 검사 앞에서 입고 있던 옷을 벗고 무릎 꿇고 살려달라고 합니다. 생사여탈을 쥐고 있는 것은 자신이 아니라 검사라는 것을 분명히 깨달았던 것이지요.


그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동고동락했던 동료를 자신의 총으로 쏴 죽게 만들어 버립니다. 자신이 어떻게 승진을 하게 되었는지 모든 것을 알아버린 후배와 몸싸움 끝에 죽이게 됩니다. 그런 그도 이 비밀을 알게 된 다른 동료들에게 죽임을 당하면서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부당거래는 절대권력 검찰과 정치권의 유착, 검찰에 빌붙은 기업, 언론의 이중성과 그들 아래서 이리저리 휘둘리는 경찰의 모습을 우울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결국 대단한 기관에서 대단한 사람들이 벌이고 있는 일들이라는 것이 어처구니없게도 자신들의 출세를 위해 폭력을 마음껏 휘두르며 온갖 불법과 비리를 저지르고 있었던 것이었죠.


문제는 현실도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겁니다. 국민의 안위를 살펴야할 국가권력의 조직원들은 여전히 공익 보다는 개인의 빛나는 승리를 위해 여기저기서 국민들의 피를 빨고 있으니 말입니다."


“선생님 말씀을 어떻게 들어야할지. 너무 우울해지네요. 고집 센 경찰들, 자존심도 꽤 상했을 것 같네요.”


“그렇게 느끼셨다면 제가 제대로 표현한 것입니다. 저는 대한민국 경찰이 과거의 오욕을 씻어내기도 전에 포장된 민주경찰로 급하게 갈아타려는 발걸음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입니다. 한마디 더 하자면 우리는 분명 표면적으로 나아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경찰은 가야할 길이 아직 멀었습니다. 옳은 길로 안내해야할 내비게이터가 없기 때문입니다. 어깨와 온몸에 무궁화 꽃을 주렁주렁 매달면 뭐하겠습니까? 향기를 뿜어주지 못하는데요. 미래상을 보여주지는 못해도 최소한 경찰 본연의 모습에 충실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는 것이 리더가 아닐까요?”


ㆍ대한민국 파출소 경관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