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경찰 표현의 자유와 감찰

경찰, 어디로 가야하는가

by polisopher




“경찰은 헌법상 기본권을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인간이라면 마땅히 누려야할 권리이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법률로 제한받고 있습니다. 특히 표현의 자유라는 것은 법전을 폈을 때만 볼 수 있는 매우 형식적인 의미로만 남게 되었습니다.


표현의 자유는 사상의 자유와 단짝입니다. 표현이란 생각이 밖으로 드러난 형태니까요. 그러나 경찰에게 이 둘의 만남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머릿속에 이런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마음껏 표현할 수 없으니 하는 말입니다.


사상의 자유를 마음껏 누린다는 말은 표현을 충분히 원하는 만큼 할 수 있다는 말과 같은 말입니다. 하지만 경찰에게 표현은 제한되어 있으니 생각ㆍ판단의 자유 또한 제한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찰관의 표현이 내부에서 제재를 받고 있는 경우를 보면 대개 경찰청과 지휘부의 부당한 정책과 몰상식한 처신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한정됩니다. 정부정책과 대통령의 처신을 비판했다고 시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해가 되겠습니까?


건전한 비판이라면, 그 과정에서 다소 격한 표현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민주주의 이념을 수호하는 경찰 지휘부로서는 달갑게 수용하고, 오히려 자신들의 과오를 돌아보는 기회로 삼는 것이지 듣기 싫다며 무시무시한 감찰력을 총동원하여 미행을 하고, 동료들을 회유하고, 과거의 일들을 탈탈 털어내어 마침내 부도덕하고 파렴치한 자로 몰아서 배제해버리고 있으니, 이게 과연 21세기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인지 당황스러울 뿐입니다.


문제는 이런 일들이 한 사람의 입맛에 의해 결정될 개연성이 높다는 겁니다. 경찰감찰규칙 제1조 목적에는 이 규칙은 경찰관의 복무기강 확립과 각급 지휘관의 지휘권 확립을 위하여 감찰기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사항을 규정한다고 합니다. - 이후 개정되긴 하였으나...


여기 등장한 두 개의 용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는 복무기강 확립 또 하나는 각급 지휘관의 지휘권 확립입니다. 도대체 복무기강이라는 것이 무엇이며, 지휘권 확립이라는 말은 또 무슨 의미입니까?


바로 여기에 감찰권 남용의 비밀이 숨겨 있는 것입니다. 지휘관이 무분별하고 가혹한 감찰권을 휘둘러도 누가 반박할 수 있겠습니까? 지휘권 확립을 위했다고 해버리면 그 과정에서 벌어진 감찰의 부당하고 불법적인 행위마저 정당성을 갖게 되니 말입니다.


이런 식으로 무수히 많은 경찰관들, 지휘부를 향해 비판과 성토를 했던 현장 경찰관들이 감시의 대상이 되었고, 숨 쉴 틈 없이 몰아세우는 마녀 사냥에 걸려 제복을 벗었던 사례도 무수히 많았던 것입니다. 이 같은 완력을 직접 겪은 당사자는 물론이고, 지켜보고 있던 많은 현장 경찰들은 공포감에 젖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입을 꿰매버리는 것입니다.


이렇듯 경찰은 기본권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봅시다. 헌법은 권리를 행사하고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최소한의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면서 민주주의 이념에 봉사하는 경찰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를.


권리의 향유를 통해 인간으로서 행복감이라는 것도 누리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느끼지 못한 자가 타인의 행복을 위해 뛰고 있습니다. 존중받아야 마땅함에도 오직 수단으로만 작동되는 경찰이 타인을 어찌 목적으로 대하며 존중할 수 있을까요.


대한민국 경찰을 말 그대로 민주 경찰로 되돌려 놓아야합니다. 폐쇄적이고 음침한 조직의 문을 열어젖혀 현장경찰을 맞이하여야합니다. 그들은 경찰법과 경찰관 직무집행법이 말하는 원조경찰이며, 그 법의 이념을 직접 실현해내는 직접경찰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기본권을 누리게 해주는 것은 물론, 경찰 정책 마련과 조직 운영에도 참여하게 하여야합니다. 그것은 이 나라 국민의 의무이자 권리지만 무엇보다 현장 경찰 스스로 치안 업무 주체라는 인식과 더불어 행위 책임을 뼛속 깊이 절감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한 번의 호흡으로 여기까지 이른 칸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별다른 반박이나 호응 없이 듣고만 있던 나는 운동장 위에 떠 있는 달을 보고만 있었다.


ㆍ대한민국 파출소 경관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