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루 만에 지난 10년의 경찰을 이야기했습니다. 앞으로 10년 뒤의 경찰은 어떻게 변해있을까요?”
공백을 깬 칸트가 물었다.
“돌이켜보면 지난 10년 간 참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좋은 쪽으로요. 급여나 근무여건을 보더라도 말이죠. 하지만 사람을 바라보는 인식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아요. 지휘부가 현장을 보는 것도, 선후배가 서로 보는 것도, 남자와 여자 경찰들이 서로 대하는 것도, 경찰이 피의자나 주취자를 보는 것도, 심지어 피해자를 보는 것까지……
우리가 과연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고 있는 건지…… 오늘 칸트 선생께서 보여주신 의로운 성토를 더듬어보면 결국, 절대 존중받아야 마땅한 존재로서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안타깝게도 우리 경찰은 인간을 그저 수단으로나 여기면서 오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적주의가 고착화되어서 동료든 지나가는 누구든 모두가 숫자로 밖에 보이지 않게 된 이 시점에서, 급여나 근무환경과 같은 외형적 처우가 좋아지더라도 '사람을 생각하는 경찰'이 될 거라는 확신은 들지 않는군요. 미안하게도 경찰의 미래에 대해서는 좀 회의적입니다.”
내 말이 끝나자 숨을 한 번 크게 들이 마신 칸트는 반팔 셔츠 아래로 드러난 팔뚝을 손바닥으로 쓱쓱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덥다 덥다 해도 밤공기는 여전히 싸 하네요. 산이 둘러싸여 있어서 그렇겠죠?”
“그럴 겁니다. 시간이 많이 늦었죠? 제가 너무 늦게까지 붙잡아 둔 것은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아뇨 오히려 제가 붙잡아 둔 것 같은데요?”
칸트와 나는 웃었다. 오전에 만나 이 시간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사실 대화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풋내기 인턴기자가 운 좋게 인기 스타를 만나 인터뷰를 딴 꼴이랄까…… 아무튼 여전히 머릿속에는 묻고 싶은 이야기가 흘러내릴 것처럼 출렁거리고 있었지만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잠시 숙고할 겨를도 없이 마지막 질문이 튀어나왔다.
“보내 드려야 하는데 미안합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방금 저에게 물었던 질문을 받으신다면……”
“10년 뒤 경찰 말인가요? 음…… 인간이 수치화되고 계량화 되어 실적의 도구로 이미 전락했지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저는 인간에 대한 믿음을 놓을 수가 없어요. 등껍질 속으로 숨어 들어가려는 갈라파고스 코끼리 거북이라고 해야 할지... 지구 상에 몇 안 남은 개체가 종족을 보존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행위랄까. 인간성 상실이 가장 위협받을 때 인간성은 비로소 두드러진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