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olisopher Aug 19. 2019

나는 거짓인가 사실인가

발터 벤야민을 생각하며




발터 벤야민은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이라는 책에서 사진의 등장이 명화가 지닌 원작의 유일성 즉 아우라를 깨버림과 동시에 예술의 대중화에 기여하였다고 적고 있다.

그 말은 사실이다. 당장 집에는 퍼즐로 된 고흐의 해바라기, 뭉크의 절규와 같은 대작들이 걸려 있으니까. 하지만 사진은 예술의 민주주의에만 기여를 한 것이 아니다. 원본과 똑같이 생긴 복제품들사실과 허위를 경계를 허물어 버렸다.

자연을 담은 사진은 모두 사실일까. 예컨대 화창한 봄날 하늘을 찍은 사진의 제목을 '푸른 희망'이라고 붙였다고 치자 하지만 그 아래는 전쟁과 굶주림으로 널브러진 사람이 있었다. 이 사진은 사실인가 허위인가.

각종 사진 애플리케이션은 우리에게 섹시하고 조각같은 아이돌 외모를 선사해준다. 찍고 찍히는 자들은 너나없이 흐뭇하게 웃는다. 하지만 누구도 그 사진이 피사체의 본모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이 산책로를 어떤 의도로 찍었을까. (C)대파경


많은 이들이 실제 모습, 즉 아우라를 감추면서 자신과 거리가 멀어진 것에 기뻐한다. 사라진 주름과 잡티는 희망과 의욕을 준다. 물론 세면대 앞에서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지만 말이다.

나 역시 온통 허위다. 카톡 프사는 짐 모리슨이다. 27년 불꽃처럼 살다 간 아티스트, 누가 봐도 그와는 전혀 딴 판인 나다. 그처럼 살지도 않았고 그렇게 살지도 못한다. 자유롭고 뜨거웠던 그의 인생을 도용한 셈이다.-사실 그는 지질하게 살았는지도 모른다-

경찰 후보생들을 돕고 있는 지금의 나는 가공결정판. 현장 경찰 때의 사진ㆍ영상은 적절히 편집했으며 게다가 독점적 해석으로 의롭고 용기 있는 경찰로 그릴 수 있다. 두렵고 짜증 나는 심정은 이미지 속에서 드러나지 않으니.

사람들은 사실이 필요 없다고 여기는지도 모른다. 사진 등장 전부터 아날로그 예술작품, 화장, 가발, 거추장스러운 장식과 의상이 있었다. 결점을 감추고 싶어서든 과하게 보이고 싶어서든 인류의 오랜 전통이었을 뿐이다. 그래서 나는 좀 위안이 되었을까.


ㆍ대한민국 파출소 경관ㆍ

<영감을 준 자료>
- 발터 벤야민.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 작품'(1936)

매거진의 이전글 인트로덕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