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색깔 나타내기
신임경찰과 인간관계. #1
by polisopher Sep 8. 2019
첫 근무지에서 만나게 될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을지, 그 안에서 소신을 지키며 경찰 노릇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 한 적 있지?
이 바닥은 일체성이 특징이야. 제복ㆍ계급이 상징하는 게 뭐겠어? 일관된 생각ㆍ행동을 하기 바란다는 거야.
자유롭고 정의로운 경찰이 되고 싶어? 그럼 자신을 먼저 정립해야 해. 나는 자유로운지 또 경찰로서 정의롭게 살고 싶은지.
그러려면 익숙함ㆍ묻어가기 이런 것들과 작별을 해야 해. 첫 만남부터 솔직하고 진실되게 자신을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
불편함을 내색해야 해!
신임이고 초짜 중의 초짜니만큼 업무에 관해서는 선배들의 판단ㆍ경험을 존중해야겠지.
그러나 아무것도 모른다 하더라도 자신의 원칙ㆍ신념을 넘보는 것이라면 거부나 이의제기를 해야 해.
포인트는 상대를 존중하면서도 자신의 것을 지키는 건데, 완곡하고 세련된 표현이 필요하더라고. 상대편의 자존심이 다치지 않게 해주어야 하는 거지.
이런 상황에 놓었을 때, 나는 대화를 요청하곤 했어. 개별적으로, 아무도 없는 바깥에서, 최대한 정중하게 말이야.
정말 미안하게도 말씀하신 점은 조금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생략..
자기 관리ㆍ절제는 기만이 아냐.
어? 좀 비굴해 보인다고? 사실 문자로만 보면 그런 생각, 무리는 아니야. 하지만 맥락을 보아야 해. 무엇보다 선배ㆍ동료와 관계를 생각해 보면 이 정도의 배려는 필요하다고 보는데..
업무뿐이겠어? 같은 팀ㆍ공간에서 엎치락뒤치락하다 보면 사생활의 경계가 무너지는 걸 경험하게 될 거야.
술 좋아하니? 그럼 회식 자리에서 주량은 좀 줄여. 3분의 1로. 그건 자기 관리지 기만이 아냐. 세다고? '와 술 잘 마시네!' 호응은 해줄거야. 근데 부메랑이 되어 가슴에 꽂힐 수도 있어. 경찰은 술에 의한 PTSD가 심각한 수준이거든.
그밖에 단체 등산ㆍ여행 같은 공적ㆍ사적 영역이 한 다리씩 걸치고 있는 곳에서 좋고 싫음을 분명하게 하는 것, 자신의 삶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중요하다고 생각해.
나의 색을 유지할 것인가. 섞어버릴 것인가.
자신의 색을 나타낸다는 건 타인의 색깔 옆에 둔다는 뜻이야. 무지개를 떠올려 봐. 색과 색이 맞닿는 곳은 살짝 번져있지? 그러면서도 고유의 컬러는 유지하잖아.
조화냐 부조화냐... 고민되겠지만. 너무 애쓰지 마. 이 사람 저 사람과 다 잘 어울린다는 건 '사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지만 너의 고유 색채가 흐릿하다는 거거든.
회색 좋아? 자신의 고유 특성? 무색도 색이다 뭐 그런 거야? 알았다. 그렇게 주장하고 싶다면 그리 해야겠지.
그런데 그렇게 잘 지내다가도? 인내의 한계를 위협할 때가 올 거야. 방치했다간 폭발하기 십상이지. 그땐 어떻게 할래?
이판사판 끝낼 게 아니라면 내 생각과 마음을 표현하고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밖에 없어. 나는 그걸 정공법이라고 한다만.
경험상 한 공간에 있으면서 서로의 영역을 이해하는데 최소 6개월은 걸리는 것 같더라.
암튼 처음엔 좀 불편할 수 있어. 그런데 해봐. 의외로 관계가 잘 풀리더라고. 스파크 튀는 묘한 긴장 속에서 서로의 생각ㆍ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나 할까?
무엇보다 말이다. 자신의 독자성이 빛날 거야. 집단ㆍ획일 속에서 '자유의지'가 꿈틀대는 '나'를 보게 될 거거든. 나름의 '正義'관념도 끌어올릴 수 있을 거고.
You! 너의 색은 네가 칠하는 거야. 포기하지 마!
윽! 떠들다 보니 벌써 시간이... 자라~
ㆍ대한민국 파출소 경관ㆍ
* <표지의 무지개 사진>
지난 4일 늦은 오후에 우연히 찍은 건데 모처럼 봐서 그런지 신비스럽더라고. 정말 무지개 저편에 유니콘이 날아다니는 세상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