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수업에서 초심을 찾다

나는 현장 경관을 돕는 사람

by polisopher




2019년 8월 30일은 신임 298기 경관들이 중앙경찰학교의 모든 교육 과정을 마친 날이었어. 이날을 끝으로 그들은 그렇게 원하던 현장 속으로 들어가게 된 거야.


나에게는 마지막 강의가 있는 날이기도 했는데 수업 일수를 채우지 못한 클래스를 맡게 되었어. 담당했던 학급이 아니었으므로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었던 셈이지.


해서 그들에게 무엇을 보여주어야 하나 생각하고 생각했지만 역시 '현장의 날것'밖에 떠오르지 않더라고.


2시간, 자기소개에 시시껄렁한 이야기들로 썰을 풀기에는 몹시 아까운 시간, 어둡고 파괴적인 영상으로 그들이 곧 서게 될 현장의 단면을 비추어 주었지.


4개월을 생활했던 곳ㆍ동기들을 뒤로하고 현장에 가야 하는 사람의 초조ㆍ심란한 표정이었던 그들은 이내 초집중 모드로 전환되더라고. 남의 일이 아니었던 거지.


긴장감이 가장 높은 곳에 이르자, 그들의 눈빛은 실명을 일으키는 레이저 포인터의 붉은 점, 그것이 되었고, 씩씩거리던 감정의 곡선이 삼킬 듯한 파도가 되어 강의실을 덮칠 찰나, 나는 오른손 검지를 치켜세워 순식간에 침묵의 바다로 만들어 버렸지.


'여러분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출동하기 전 테이저, 삼단봉 등 장비를 체크합니다.'
'긴장감을 유지하고 항상 위험에 대비 태세를 갖춰야겠습니다.'
'법조문이나 행동요령을 확실히 꿰고 있지 않으면 사건 해결뿐 아니라 도움을 제대로 못 줄 것 같아요.'
'민원인과 경찰관의 소통 방법에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폭행 현장에서 증거수집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굿! 좋습니다. 현장에 나갈 만반의 준비가 되신 것 같네요. 여러분을 만나는 시민들은 좋겠습니다.'


약간 과장하여 수업 분위기를 표현해 보자면 '열정만 있는 젊은이가 버스킹 시도 첫날 거리를 도가니탕으로 만들었다?' 뭐 그런? ^^


암튼 공연장의 분위기가 그렇듯 달구어진 열기를 달래지 못한 채 수업을 끝내야 했고, 아쉬운 탄식이 강의실을 꽉꽉 채우고 있는 즈음 소란의 틈바구니에서 순간 심장이 철렁, 머릿속이 하얘지는 음성이 귀에 꽂혔어.


'와! 마지막 수업에서 초심을 찾고 나가네.'


이름은 모르겠고, 얼굴도 안갯속에 묻혀 보이지 않게 된 어느 경관. 마지막 수업이 그에게, 그의 마음을 떠난 초심과 극적 만남을 하게 해 주었던 모양이야.


'마지막 수업'은 내게도 시선을 돌렸어. 아니나 다를까 또 잔소리를.. 그거 보라고. 숭고한 일을 하게 될 그들.. 현장 경관들.. 그들을 돕는 사람이 '나'라고.


나는 알고 있어.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그래서 매일 생각하고 곱씹어.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멘토ㆍ코치가 되고 싶다고.. 그래서 심장에 딱지가 들러붙은 것 같은데도 이상해. 무뎌지지 않아... 커녕. 갈수록 두근거려.


아.. 취한다. 쏟아지는 영광에..


ㆍ대한민국 파출소 경관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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