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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lisopher Sep 28. 2019

궁예와 임꺽정이 머문 곳에서 번뇌를 씻다

안성 칠장사에서


1


왜 사찰에 와서야 번뇌가 씻긴다고 생각할까?


사찰은 대개 산속에 있다. 사찰은 옛 건물과 양식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사찰엔 머리를 깎고 승복을 입은 스님들이 계신다. -내 생각-


생각건대 번뇌를 씻고 싶은 사람들은 대개 산과 거리가 먼 도시에서 산다. 도시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곳이다. 사람들이 많은 곳은 경쟁ㆍ갈등ㆍ증오ㆍ사랑ㆍ변화ㆍ유행 따위로 한시도 생각과 감정이 가라앉을 새 없다.


침묵ㆍ기다림ㆍ평안ㆍ전통이 산 허리에 걸쳐 유유히 흐르는 구름처럼 머문 여기. 언뜻 보아도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ㆍ양식과는 전혀 다른 곳에서 사람들은 마음의 찌꺼기ㆍ고통을 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안락한 삶을 위해 숲을 깎아 콘크리트 산으로 대체하고, 부유함과 유명세를 위해 기다림을 저버리고 경쟁과 갈등을 미덕으로 택할 때는 언제고, 구리다며 외면했던 이 에 발걸음을 돌리고 있는 사람들.


하긴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의 습성을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상할 건 없어 보인다. 동료들과 싸워 그들의 먹거리를 내 것으로 하기 위해서는 더 강한 정신력, 모진 마음이 필요할 것이므로 에너지 비축 작업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이 또한 트렌드일 뿐인 것이다.


2


칠장사 대웅전 앞에서 1시간 넘게 스님의 가락을 듣고 있다. (c)대파경


칠장사의 유래는 선덕여왕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니 고사찰에 해당한다. 게다가 궁예가 열 살까지 활쏘기를 했다거나 어사 박문수가 기도를 하다가 시험 문제가 꿈에 나타나 장원급제를 했다고도 하며 임꺽정의 설화도 있는 상상력 가득한 애니메이션 같은 세상이다.


지금 대웅전 앞에 앉아 50분 가까이 '옴마니 반메 훔'을 읊는 스님의 멜로디를 듣고 있다. 탤런트 김영철이 떠오르는 건 당연한 것이겠지. 지난 서산 마애 삼존상에서 들었던 스님의 음성이 언플러그드였다면 지금은 스튜디오에서 듣는 완성도 높은 깔끔한 라이브 같다. 분위기ㆍ음색은 다르지만 감동의 크기는 다르지 않다.


KBS 대하사극 태조왕건에서 궁예를 열연했던 탤런트 김영철, 카리스마 짱. '누구인가'로 시작하는 그의 독특한 음성은 지금도 인기다. (시진=네이버)


3


佛者도 아니면서 연달아 절을 찾고 있는 나. 말했던 대로 누군가를 짓누르기 위해 힘을 아끼러 온 것이겠지. 아무래도 그런가 보다. 아니라고 서둘러 부인하지 못하고 있으니..  이러다 머리 깎고 절로 들어간다고 하는 거 아닐까.. 아냐 아냐 그럴 일은 없어. 두상이 잘나지 않았거든.


ㆍ대한민국 파출소 경관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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