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polisopher
Oct 24. 2019
운전자라면 고속도로 졸음쉼터에 한두 번은 들러보았을 것이다. 주차공간 옆에 간이화장실과 담배 피울 수 있는 벤치, 뻐근함을 쫓게 해주는 트위스터 몇 개를 갖추고 있는 그야말로 급한 불을 끄는 곳이다.
커피를 마셨던 나는 아랫배가 빵빵해졌음을 느꼈고 적당한 휴게소를 찾고 있는 즈음 마침 한 졸음쉼터가 보여 그곳으로 핸들을 꺾었다.
소변기 바닥 주변엔 질척거릴 것이며 암모니아가 코를 찌를 게 뻔한 좁은 화장실을 떠올리며 신속히 치고 빠질 생각으로 그곳 문을 열었다.
고속도로 졸음쉼터 <사진=구글이미지>
한눈에 들어온 화장실 내부는 상상한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허나 이게 뭔 일? '간이 변소에 웬 음악?' 귀에 익숙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는 게 아닌가.
바깥은 질주해대는 차량 소음으로 귀가 따갑다. 평소보다 볼륨업 해야 대화가 가능할 정도다. 하지만 화장실 안은 아름다운 음악에 평온 마저 느껴진다.
대개 깜짝 놀라거나 감동받을 때는 예상치 않은 일을 만났을 때라고 들은 것 같다. 생일이든 프러포즈든 깜짝 파티에서 가슴이 더 몽글해지는 이유도 그래서 일 것이다.
더럽고 냄새나는 곳에서 두 세계를 잇는 '마법의 문'이라도 본 것인 냥 오버하다니 '느닷없는 화장실 감수성'이냐며 빈정댈 수 있으리라. 맞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그리 느껴지는데...
가볍게 손을 씻고 손가락 끝으로 조심히 문 손잡이를 돌려 밖으로 나왔다. 차량 굉음이 귓바퀴를 할퀸다. 현실 세계는 이처럼 아프다. 문 닫힌 화장실을 돌아본다.
ㆍ대한민국 파출소 경관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