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전제를 의심해야 합니다. 2

동탄경찰서장 기자회견을 보고

by polisopher

지난 5월 12일 가정폭력 피해자 살인 사건과 관련, 화성동탄서장의 기자 회견을 들었다. 지금까지의 회견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나 두 가지 측면이 눈에 띄었다. 첫째, 사건의 책임을 온전히 현장 경관에게 돌리지 않겠다는 것이고, 둘째, 가정 폭력 사건에 관한 한 경찰 역할의 한계를 인식한 것이다.


첫째 의견에 대해서 의아해할 수 있다. 왜냐하면 회견문 ‘①~⑤’는 사건 전반에서 과오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출동 경찰관이 피해사실을 확인했음에도 피해자의 의사, 즉 진술만 의지하여 사안을 가볍게 보았고, 여청수사관의 수사 또한 신속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A4 반 페이지 분량의 내용으로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현장을 다 풀어낼 수 없는 한계를 인정한다면, 동탄서장의 사과문에는 경찰관들의 결정적인 인과관계를 읽을 수 없다. 즉 회견문은 지역경찰과, 모니터링요원, 수사경찰의 책임을 인정하지만 동시에 이들이 기본 업무를 했던 정황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회견에서 밝히고자 한 주된 행간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동탄서장은 회견 마무리 즈음, "경찰청 등과 소통하여 피해자 보호 조치의 적정성, 나아가 관계성 범죄사건 처리와 피해자 보호 시스템 개선을 검토 중"이라고 하였다. 나는 이 지점을 회견의 본질로 파악한다. 그러니까 ‘경찰청 등과의 소통’에서 ‘등’은 경찰청 이외의 ‘다른 기관’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이는데, 그런 이유로 이 회견이 '경찰의 한계'를 커밍아웃하고 SOS를 보낸 것으로 해석했다.


유사 상황에서 경찰의 대처 미흡이 반복적으로 지적되고 있는 마당에 고만고만한 사죄와 경찰 비난ㆍ조롱은 오히려 '중한 것'을 직면하지 못하게 방해한다. 그러니까 메아리처럼 같은 소리만 귀 따갑게 증폭되고 있는 현장의 현실에서 보면 의미 있는 발표였다. 그런 맥락에서라면 현장 경찰이 아닌 데스크 자신의 반성적 추궁으로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장 속 시민들은 여러 이유로 꼬여있다. 여기서 경찰이 풀 수 있는 게 있고, 다른 기관이 풀 수 있는 게 있다. 특히 '관계성 폭력' 등이 그러하다. 경찰이 이들을 만나는 시간 외에는 죄다 공백이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는 틈이다. 그 자리, 경찰이 아닌 가정회복과 마음건강의 大家들이 채워주기 바랄 뿐이다. 우리가 예산 넉넉하고 실력 있는 타 부처의 개입을 적극 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부디 시민도 살고 경찰도 살자!



■ 참고

25년 5월 28일 화성동탄경찰서장 기자회견 일부 내용

① 먼저, 최초 피해자의 112 신고 당시 피해 상황과 이후 모니터링 과정에서 과거의 지속적인 폭행 피해 정황 등을 확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 처벌을 원하지 않고, 가해자와 이미 화해했다는 피해자 진술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적극적인 조치 없이 사건을 경미하게 종결하였습니다.
② 2차 112 신고에서도 단순 말다툼뿐이었다는 피해자 진술만 듣고 현장에서 조치 없이 종결하였으나 경찰관들이 떠난 뒤 심각한 가혹 행위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추가 신고에서 심각한 피해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사건 접수하지 않고 상담으로 마무리했습니다.
③ 3차로 피해자가 112 신고 후에 고소장과 피해 상황 관련 녹취록을 제출하였고 가해자 접근 시도 정황을 경찰관에게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범죄 혐의의 중대성과 가해자 위험성을 간과하여 추가 안전 조치 등을 취하지 않았으며 사건 수사 역시 신속히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④ 그리고 이런 일련의 과정 속에서 관리자의 관리 감독 소홀도 일부 확인되었습니다. 이와 관련한 제반 내용에 대한 경기남부 경찰청 감찰 조사가 진행 중이며, 저 또한 ⑤ 화성동탄경찰서의 책임자로서 그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①~⑤ 과오와 책임 인식)
⑥ 이번 사안의 계기로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전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전수 점검하고 피해자 보호 조치의 적정성도 전면 재검토 중입니다. 경찰청 등과 소통하여 관계성 범죄사건 처리와 피해자 보호 시스템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⑥ 대책 마련)
다시 한번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사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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