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polisopher Mar 3. 2018
새벽 3시 무렵 떼 싸움이 잦은 관내 유흥가를 순찰하고 있었어. 맞은편에서 20대 초반의 남녀 무리가 다가오더라. 나는 날카롭고 빠르게 녀석들을 스캔했고 술에 잔뜩 취해 있어 보였지만 별일 없는 것 같아 지나치려 했지. 이때 순간적으로 내 귀가 찌릿해졌어.
-야 짭새 지나간다!
-까르르르르
-푸하하 하하!
한 놈이 호기 좋게 외쳤고, 녀석의 친구 놈들은 손뼉을 치며 뭐가 좋은지 환호성까지 내지르더라. 나는 얼음장 같은 표정을 지으며 놈을 향해 쏘아붙이듯 말했지. 극도로 릴랙스 하면서 말이야.
-어이! 지금 뭐라고 했어?yo!
-잉?
한 놈만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 마치 범인임을 자백하듯이. 그리고 놈 주변에 있던 녀석들이 소곤소곤 댔어. 이렇게.
‘뭐야 재수 없게, 어쭈 열 받았나 본데, 짭새한테 짭새라고 하지 그럼 누구한테’
-썅! 방금 뭐라고 했냐고!
우스갯소리로 내뱉었던 말에 정색하고 나오니 처음에 많이 놀랬던 모양이야. 그러다가 하늘을 한 번 쳐다보더니 어이없다는 듯 내 앞으로 다가오더라. 나는 몸 풀 준비를 했고, 동시에 동료에게 눈짓을 했지. 휴대폰 동영상 촬영을 해달라는 사인이었어.
-X발 기분 나쁘냐? 짭새한테 짭새라고 하지 뭐 잘못됐냐?
놈은 놈과 나 사이에서 몇 가지를 건너뛴 듯 보였어. 첫째는 나이였다. 우리 민족은 나이에 민감하지. 그래서 조금이라도 어린놈이 말 까면 큰 싸움 되잖아. 한 번씩 해 봐서 잘 알 거야. 둘째, 놈은 내가 경찰관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야. 경찰관은 사회 정의와 질서를 수호하는 엄격하고 신성한 법집행 기관인데, 그래서 여차하면 물리적 제재가 허용되는데, 그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거지. 어휴 띨~.
-나이도 어린것 같은데 함부로 말하면 되나?
놈은 뒤에서 따라오던 녀석들을 흘깃 돌아보더니 콧방귀를 뀌며 말했어.
-이런 미친 짭새를 봤나, 이게 욕이냐? 너 짭새 맞잖아. 그럼 뭐라고 불러줄까? 어?
놈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놈과 녀석들 모두 하나가 되어 배를 잡고 웃음을 터트리더라고.
-학생 같은데 지금 동영상 녹화 중이야, 경찰한테 짭새라고 하면 모욕죄에 해당돼. 알지? 모욕죄도 범죄라는 거?
이 정도 말해서 알아들을 놈 같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겠지만 여기까지 온 놈들은 으레 막장을 보고 싶어 하지. 나이가 어릴수록, 친구들과 함께 있을수록, 특히 여자가 끼면 뭐 무조건 100%.
-X팔아 나도 동영상 찍고 있거든, 이거 청와대에 올려줄까? 병신들 찍소리도 못할 거면서, 어이 짭새! 그래 안 그래?
마음 같았으면 목을 잡아 비틀어 넘어뜨린 후, 수갑을 있는 힘껏 조여서 채웠겠지만 으스러지지 않을 정도로 어금니를 잘근거리며 옴마니밧메훔을 읊조리고 있었어. 그리고 조곤조곤 집행 절차에 돌입했지.
-학생은 여러 차례 경고를 했는데도 계속해서 경찰에게 욕을 했어. 별 수 없어. 모욕죄로 처벌할 수밖에 없게 된거야. 신분증 좀 줘 봐.
-마!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신분증 갖고 다니냐.
-그럼 이름하고 주민번호 말해 주든지.
-내가 미쳤냐. 그 딴 걸 왜 말해야 하는데 너 경찰이라며 개인정보 몰라?
놈의 빈정거림이 도를 넘은 상태였고, 이 정도면 패대기 쳐져도 뭐랄 수 없을 만큼 일반시민의 법 감정도 크게 자극하지 않았나 싶었다. 물론 형사소송법이 말하고 있는 현행범인 체포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었고.
나는 결단을 내리자마자 부드럽고 빠르게 놈의 팔을 잡아당겨 한쪽 손목에 수갑을 채웠어.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고 나름 저항도 거셌지만 허사였지. 왜냐, 나의 든든한 파트너들이 어느새 놈의 어깨와 목을 짓눌러 바닥에 내리꽂아버린 상태였으니까. 나는 왼쪽 무릎으로 놈의 뒷목을 살포시 누르고 나머지 손목에도 수갑을 마저 채웠어. 그리고 놈의 권리에 대해서 설명해주었지.
-학생은 경찰 아저씨에게 욕을 해서, 모욕죄를 범했어, 여러 차례 경고를 했지만 무시했지. 게다가 신분증 제시도 거절했어. 그래서 부득이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거야. 나중에 변호인이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유리한 변명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줄 테니까 너무 걱정은 마.
수갑이 채워지는 놈의 모습을 별다른 저항 없이 지켜보고 있던 녀석들의 표정은 알루미늄 포일 구겨지듯 순식간에 일그러졌어. 우스갯소리라고 지껄였던 말 때문에 수갑까지 채워져야 하는 상황이 마치 더러운 꿈처럼 느껴졌을 거야.
하지만 이건 꿈이 아니라 현실이야. 10대에서 20대로 이제 막 넘어간 놈들이 가장 많이 범하는 어리석음. 자신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몸소 실천함으로써 깨닫고 싶어 하는 앞 길 구만리 같은 놈들. 젊어 경험은 돈 주고도 한다지만 신세 조질 경험까지 할 필요 있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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