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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lisopher Jan 18. 2019

김부겸 장관님 이번 사태는 돈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은 고 김선현 경감 빈소를 찾은 자리에서 “총기 사용을 폭넓게 허용하면... 허무한 죽음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면서도 “그러나 쓸 곳은 많고 예산은 늘 모자란다. 경찰의 안전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시민에 대한 과도한 물리력의 행사로 귀결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김부겸 장관의 일련의 모습, 경찰과 소방을 향한 탄식을 들어보면 그의 안타까움이 절절히 느껴진다. ‘해주고 싶은 것들은 많으나 돈이 넉넉지 않다’는 것, 가진 게 없어 죽밖에 먹일 수 없는 어머니의 심정같은.


우리는 경찰청장이 장관으로 격상하면 계급 구조의 한 단계 상승효과뿐만 아니라, 목소리를 내어 치안관련 예산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親경찰 현직 장관의 메시지를 들어보면 지금의 처지에서 획기적 전환은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부겸 장관이 언론에서 토로한 한 대목을 다시 보면 ‘쓸 곳은 많은데 돈이 없다.’이다. 첨단 장비를 갖추고 여러 치안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 하지만 이는 돈이 들어갈 만한 일을 전제했을 때의 탄식이다.


영양서 사태, 본질을 도외시한 정책의 결과물


정신분열증을 앓았던 사람이 동네를 활보하고 있었던 문제를 생각해 본다. 평소 주민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고 하니 그의 증세가 결코 가볍지 않았으리라. 그렇다면 이상하다. 단순 감기 환자도 아닌, 전문가의 도움이 한 정신질환자가 그 지경이 되도록 방치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픈 사람 앞에 두고 그것도 정상적 판단 기능이 떨어지는 사람 앞에서 처벌을 할까 말까를 두고 고민할 수밖에 없는 경찰을 왜 보내야했을까. 상식에 비추어보건대 이럴 땐 의료인이 가야하는 게 맞지 않을까. 누군가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할라치면 그렇게 아우성치던 의료진이 왜 환자 접견을 총을 든 경찰에게 맡기는가. 진료권을 침해한 경찰관이 원망스럽지 않은가.


전문의료인이 출동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추어져 있었다면. 도착한 전문가가 남자의 표정과 말투, 행동 따위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약물치료로 그칠지 격리를 해야할지 적절한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면 말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경찰관이 후방에서 서포트를 해줄 수도 있었음은 물론이다. 다시말해 아마추어 경찰이 아닌 보건복지부에서 사전 사후 보살핌이 제대로 갖춰졌더라면 이번과 같은 참담한 일이 벌어졌을까.


비전문가인 경찰의 대표적 오지랖, 가정폭력


가정폭력 사건을 수없이 다루어보면서 느낀 건 경찰은 선택을 강요받는다는 거다. 집밖으로 보낼 것이냐. 처벌을 할 것이냐. 묵과할 수 없는 폭력행위는 제지하고 처벌해야하지만 경험상 가정폭력 사건의 10건 중 1~2건 정도만 형사입건을 하고 있는 실정을 보면 그들이 원하는 것은 경찰력 투입이 아닐 수 있지 않을까.


신고는 대개 여자가 한다. 남편의 폭력이 무섭다고 제지해달라고 한다. 답답할 정도로 여자는 남자의 폭행을 견뎌왔지만 그는 가정이 파탄 나기를 원치 않는다. 관계 회복을 원할 뿐이었다. 그런데 총 찬 경찰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밖에 잠시 내보거나. 무슨 소린지 알아듣지도 못하는 권리고지서 넘겨주는 일일 뿐.


화재나 재해 현장에서 소방ᆞ구조대가 원활한 활동을 벌일 수 있도록 경찰은 2선에서 교통 및 출입통제를 한다. 아무리 급해도 장비도 없고 훈련도 받지 않은 경찰이 불구덩이로 뛰어들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같은 맥락에서 여성가족부는 가정치유전문가들을 특별사법경찰관으로 채용ᆞ활용할 생각을 하지 않을까. 경찰과 행안부는 그들과 주ᆞ부 관계설정을 똑부러지게 긋지 못하는 것일까. 우리는 가정폭력전문가의 뒤에서 얼마든지 서포트 해줄 수 있는데.


경찰이 핵심 정책으로 붙잡고 있는 일 중에는 감히 본질에 접근조차 못하는 일들이 많다. 가정폭력ᆞ정신질환자는 대표적 사례일 뿐이다. 각 부처가 인프라 없이 쏟아내는 정책을 경찰은 경직법이라는 그물로 낚아챈다. 이처럼 우리는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 보호를 위해 돌격 앞으로 하고 있지만, 가정의 붕괴를 돕거나 정신질환자에게 피습을 당하고 있을 뿐이다.


18. 7. 13.


ㆍㆍㆍkantrolㆍㆍㆍ


◇ 김부겸 "경찰 총기사용, 허무한 죽음 막겠지만…고민 필요한 문제"(중앙일보,18.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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