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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lisopher Jan 18. 2019

나는 소망한다. 내게 경찰장이 돌아오기를

알고 계시듯 조현오 전 청장 시절, 7대 개혁이라는 것을 추진했었습니다. 그때 경찰은 내부에서 할 수 있는 동력은 죄다 집중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최대 성과로 꼽자면 진일보한 수당과 경감근속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저는 경찰장 제도를 가장 위대하고 도발적인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경찰개혁위원회가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기 시작했고 비로소 오랜만의 개혁의 순풍이 도는 것 같아, 탄력 받은 김에 싹트려다 잘려나간 가엾은 경찰장 얘기 좀 하겠습니다.  


경찰장은 조 전 청장이 신촌의 모지구대 방문 중 낮은 계급 때문에 무시당한다는 순경의 호소를 듣고, ‘업무중심’이라는 기치 아래, 논의가 진행 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후 10여개 월에 걸친 여론조사와 시범운용을 거쳐 경위 이하 경찰장 부착이 현실화 됩니다. 60년 넘게 군사문화에 젖어있던 조직원들은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적잖은 충격과 혼란에 휩싸였죠.


모두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경찰장 부착이후 현장은 의외로 차분했고 아쉬움을 토로하던 선배들도 후배들에게 좋은 제도라며 대승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때, 오원춘 사건이 터지고 조현오 청장은 책임을 안고 물러납니다. 후임 김기용 청장은 교육을 사랑했지만 취임 수개월 만에 현장 의견이랍시고 경찰장을 회수해버립니다.


수개월간 국민-현장 여론조사, 지방청 시범운용, 현장의 들끓었던 논쟁을 거치고 적잖은 예산까지 들여 시행했고 겨우 5개월여 지났을 뿐인데 그 간의 노고를 수포로 만들어 버립니다.


순경 한 사람의 의견이 촉발했다고 하지만 경찰장이 주는 의미는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경찰을 골병 들게 만든 계급의 폐단을 없애고 경찰 본연으로 돌아가 국민을 대할 수 있는 역사상 유래 없는 도전이었던 것입니다.


조 청장이 떠나자마자 조직의 안정을 꾀한다는 말과 함께, 역사상 가장 참했던 실험은 일장춘몽, 막을 내립니다. 꽤 안정된 궤도에 올라있었는데도 말입니다.


경찰장은 비록 잘려나갔지만 몇 가지 가능성들을 남겨주었습니다. 경찰은 동료를 볼 때 어디부터 볼까요. 안타깝게도 눈빛이 아닙니다. 어깹니다. 무궁화가 피었는지 아닌지 개수는 몇 갠지 부터 헤아립니다. 다음에 얼굴을 보고 나이를 가늠하고는 계급과 믹스시킵니다. 이윽고 존칭으로 해야 할지, 반말로 해야 할지, 아니면 섞어서 해야 할지 고민합니다.


눈에 보이는 계급이라는 것이 사람을 이렇게 만듭니다. 잘 모르면 존칭을 사용하면 그만인데요. 이런 것이 계급문화의 한 면이지만 비교가 안 될 만큼 사악한 것이 있습니다. 인격도 능력도 함부로 재단해버린다는 겁니다. 말을 놔 버림과 동시에 인격을 무시하고, 능력과 가능성도 그것에 맞게 평가해버리는 식이죠.


경찰장은 동료들의 시선을 어깨가 아닌 눈빛으로 향하게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려보이든 아니든 어렵게 대하게 되면서 상호 존중은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습니다. 계급우선에서 사람우선의 문화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것이지요.


눈 깜빡하는 사이 보여준 가능성이 이 정도라면 그것이 뿌리내리고 열매를 맺게 된다면 어떨까요? 지난 5년간 지속해왔더라면 말입니다. 지금 우리는 그 이상의 것을 논하고 있겠지요.


‘경찰개혁시즌4’를 보내고 있는 경찰은 경험했습니다. 얼핏 가능성도 보았죠. 계급-승진지상주의 폐기. 이 보다 안전한 대안이 또 없다는 것을. 그렇다면 잠시 스톱. 서랍 속 경찰장부터 꺼내 달고 계속 이야기하실까요.


-어느 경찰장 환원주의자-


2017.  7. 12.


ㆍㆍㆍkantrolㆍㆍ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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