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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lisopher Apr 18. 2019

울산 앞바다 고래는 말이 없다

사진=그린피스


울산 앞 바다 고래는 말이 없다. 그는 죽었고 어떻게 죽었는지 알 수 없으며 어떻게 업자의 손에서 검찰의 손으로 다시 업자의 손으로 건네졌는지 알 수 없다. 고래고기. 제대로 먹어 본 적이 없어 그 맛을 평가할 수 없다. 다만 고래포획은 세계적으로 엄격히 제한되어 있으므로 비싼 가격이 매겨질 것을 예측할 뿐이다. 바다의 로또라는 말이 괜히 나왔겠나.

2018년 울산의 유능한 수사관들이 약 27톤에 이르는 꺼림직한 고래고기를 압수하여 검찰에 송치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검찰은 그 중 일부만 폐기한 채 대부분을 업자에게 돌려주었다고 한다. 혐의가 없으면 돌려주는 것이 무슨 문제겠냐만은 울산경찰은 이들 간의 커넥션을 의심했고 확인차 담당 검사의 출석을 요구했다.

물론 지엄한 검사님은 국가 경찰의 소환 요청에 1년 해외유학으로 답했다. 한때 한류 열풍의 주역들, 코리아 위상을 드높였던 기업인들, 성범죄 혐의의 유력 정치인들도 한 번 정도는 경찰서 현관에 발을 들여 놓지만 우리 검사님들은 경찰서가 잘 운영되고 있는지 관리에만 신경 쓸 뿐 절대로 행차를 하지 않으신다.

헌법이 생긴 이래, 형식적으로나마 평등한 세상을 이루게 되었다. 물론 많고 적음-재물이든 권력이든-에 따라 집, 직장, 자동차가 달라지는 게 세상 이치니만큼 어리석지 않은 국민들은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 나아가 이를 미덕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것들에 따라 죄의 색깔이 달라지거나 면책이 된다면 국민은 대개 분노한다. 따라서 한 때는 그것들로 면죄부를 샀던 이들이 차근차근 법의 심판대 위에 서고 있고 이 광경을 보면서 사람들은 세상이 보다 정의로워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 검사님들은 경찰서에 안 간다.

나는 검사님들이 인성과 국가관이 낮아서 그런 행위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수사의 주재자고 유일한 기소기관이면서 국가형벌의 집행자 아니던가. 그런 분들에게 국가관 여부를 따지고 보는 것은 대단한 실례가 아닐 수 없을터. 하지만 눈 씻고 찾아봐도 主宰者라는 말 속에서 경찰 수사에 쌩까도 된다는 말은 발견되지 않는다. 하지만 검사님들은 쌩까고 있다.

그분들은 이리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수사의 주재자가 수사를 받게 되는 상황은 모순이라고. 자신들이 '수사'의 알파요 오메가란 얘기다. 하긴 이런 전능하고도 형이상학적 해석 능력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한 때 검사동일체 원칙이라는 것이 있었다. 공식적으로는 사라진 이 문구는 모든 검사는 정신도 육신도 하나라는 혐오스러운 상상을 던져 준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정의와 불의, 용서와 처벌에 대한 '독해 독점권'은 그들을 상징하는 언어를 들여다보면 수긍이 간다. 수사의 주재자, 기소의 독점 따위에서 절대주의, 파시즘, 왕권 신수설.. 같은 용어들을 추출할 수 있으니. 시민 투쟁의 역사를 통해 교체되어 온 말들이 5G 세상을 연 이 땅의 지배이념이라니 놀랍지만 이윽고 그들을 견제할 세력이 없다는 것에 먹먹해질 따름이다.

ㆍ대한민국 파출소 경관

* 물론 공로도 있다. 검사동일체 원칙과 같은 원리는 복제인간, AI, 아바타 등, 생물학, 첨단과학과 영화 산업에 영감을 준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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