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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lisopher Apr 20. 2019

하시모토×하토리의 프로그램(橋下×羽鳥の番組)시청기

일본 전직 경찰들이 말하는 일본 경찰의 계급과 승진 그리고 할당량과 실적


극우성향의 정치인이자 전 오사카 도지사인 하시모토 토오루와 프리랜서 아나운서 하토리 신이치가 진행하는 ‘하시모토×하토리의 프로그램’-이하 ‘프로그램’-은 국회의원, 지식인, 연예인등을 패널로 참여시켜 일본 국내외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 사회, 국제문제 등 다양한 현안을 주제를 놓고 토론을 벌이는 시사교양 엔터 프로그램이다.

형사가 파출소 경찰 보다 높나? 순경과 형사는 같은 경찰이냐? 당신 계급 이파리냐 말똥이냐? 경찰되려면 모두 경찰대학에 가야하나? 등 주변 사람들에게 한 번 정도 들어봤을 법한 이런 질문들을 떠올려보면 생각보다 경찰에 대해 모르는구나 생각이 든다. 일본도 비슷한 처지였던지 6월 26일자 ‘프로그램’에서 일본 전직 경찰 세 명을 불러 경찰 조직 구성, 계급과 승진 구조, 할당량과 실적, 경찰 비위행위 랭킹 등,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이야깃거리를 풀어냈다.

흔히 일본 사람들은 속을 잘 내비치지 않는다고 알고 있다. -혼네(本音:본심)와 다테마에(建前:표면적 언어)- 그리고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문화도 있다고 하니 이런 특성을 감안해보면 비록 전직 경찰이지만 조직의 문제점에 대해 시원시원하게 까발리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출연자들의 표현에 신중함이 진하게 배어있었다. 그러다가도 현장 문제의 어느 대목에 이르러서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기도 하였는데 다테마에(조직의 체면)와 혼네(경찰 내부의 부당함)의 치열한 내적갈등에서 스프링처럼 튀어 오르는 혼네를 억누를 수 없는 듯 했다.

결국 우리가 그러하듯 입직 경로간의 갈등, 계급과 승진의 문제, 실적주의의 폐단과 같은 것들이 일본 경찰의 표면화된 문제였다. 이는 한국 경찰만의 고유 현상이 아닌 유사 계급 체계를 갖춘 나라와 조직의 공통된 문제라는 사실, 이런 것들이 절대적 다수에게 불평불만의 의식을 낳게 하여 개인의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사회적 불신을 초래한다는 사실, 따라서 문제의식 차원을 넘어 해체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프로그램’이 보여주었다고 생각했다.

나는 ‘하시모토×하토리의 프로그램’에 출연한 전직 경찰들과 시민들이 나누었던 대화 속에서 오늘날 한국의 현장 경관들이 특히 관심가질 만한 테마, 두 가지를 –계급과 승진 그리고 할당량과 실적- 끄적거려보려 한다. 개혁의 화차에 막 올라탄 한국 경찰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져주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시청기’를 읽는 분들은 글쓴이의 주관적인 시선과 생각, 말하자면 ‘혼네’가 듬뿍 녹아있다는 것을 상기해 주기를 바란다.     

1부 계급과 승진

"캐리어 23세 경부 VS 논캐리어 51세 경부"

‘프로그램’에 출연한 전직 경찰들은 기동대 근무 경력의 탐정 A(논캐리어), 강력계 형사 경력의 행정사 B(논캐리어)와 경찰청 소년과 이사관 경력의 자민당 국회의원 C(캐리어), 세 명이었다. 일본 경찰의 입직 경로는 크게 캐리어(국가공무원채용 종합직 시험)과 논캐리어(도도부현 경찰채용시험)으로 나뉜다. 우리 식으로 보자면 전자는 고시출신으로 국가공무원, 후자는 각 지방에서 선발한 지방공무원 신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캐리어의 첫 계급은 경부보(경위급)으로 1년을 근무하면 경부(경감급)에 진급한다. 이윽고 2년이 지나면 경시(경정급)에 진급한다. 경부보에서 경시까지 오는데 3년이 걸리지만 어떠한 시험도 없이 자동 승진한다. 반면 논캐리어의 경우 최초 순사로 임용이 된 이후 순사부장, 경부보 승진을 하려면 예비-논문-면접시험 등 세 과정을 전부 통과해야만 한다. 논캐리어에게 자동승진은 없다.

"600명이 30만 명을 관리 감독?"

흥미롭게 지켜보던 출연자들이 특히 놀랐던 것은 이들 두 출신의 승진 체계였는데 캐리어 C의원은 23세, 논캐리어 B행정사는 51세에 각각 경부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20대 초중반의 이미 조직의 지휘부로 우뚝 선 캐리어와 달리 현장 바닥을 불나게 뛰면서도 매번 승진 시험을 거쳐, 50대에 경부가 된 논캐리어가 나란히 비교되는 순간, 적잖은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일본 인구 1억 2천만에 경찰력은 30만, 이중에 99.8% 논캐리어 즉 순사 출신이고, 0.2%에 해당되는 600여명이 캐리어다. 600명이 30만 명을 감독하고 감찰하고 지휘하는 구조인 셈이다. 캐리어-논캐리어 구조에 대해서는 개념적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격차가 심각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으니 그들만큼이나 나도 충격적이었다.  

"캐리어 VS 논캐리어, 大臣들이 각료인 정부의 산물?"

나는 일본 경찰의 캐리어와 논캐리어 제도를 봉건적 잔재라고 봤다. 메이지 유신을 통해 서구 문물을 일찍 받아들였지만 형식적이나마 여전히 왕이 있고 大臣들이 정부를 맡고 있다. 민주정체로서 국민이 주권자이나 왕의 신하들이 정부의 장관인 나라. 캐리어-논캐리어 제도가 존속되고 있는 근거를 거기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한 나라의 정부 시스템이 그리 단순하겠냐마는 일본 공직 제도는 무척 심각하다고 생각했다. '프로그램'의 사회를 맡은 하시모토 전 오사카 시장은 "캐리어 시스템에 의문이 있는데 차이가 나도 너무 나는 거 아니냐. 나는 이 제도가 상당히 비뚤어졌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캐리어 C도 동의했다. 논캐리어 B는 자신의 처지를 비하하며 빈정거렸고 이미 체념한 듯 보였다. 비록 조직에서 순도 99.8% 차지하고 있었지만 그들이 제도의 지배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던 모양이다.   

"일본 시민들도 의아해하는 일본 경찰의 계급 시스템"

논캐리어 B와 캐리어 C의 말을 들어보자. C는 “내가 현장 경험이 없기 때문에 지시라기보다는 함께 의논하여 사건을 해나는 편이다. 캐리어가 논캐리어에 주로 일반적 지휘를 하고 있다. 급여는 같은 경부라도 경력이 많은 논캐리어가 더 많이 받는다.”

이어 B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순사가 된 나와는 다른 똑똑한 DNA를 가진 분들이다. 훌륭한 사람들이다. 우리들이 법을 집행한다면 그들은 법을 만드는 사람들로 인식하고 있다. 급여는 현장 일을 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프로그램’ 진행자와 패널들은 20대 과장과 50대 현장경관 사이에 있을 법한 갈등 구조를 호기심와 확신을 가지고 묻는다. 그리고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B는 착한 답으로, C 또한 착한 답으로 일관했지만 아는지 모르는지 학벌과 계급으로 제한받고 있는 자신의 처지를 조소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 경찰 입직경로는 백화점, 많은 것이 기회균등은 아니야"
"한국 경찰 승진제도는 실적점수, 공정성에 대한 원초적 불신"

한국 경찰 입직 경로는 백화점식이다. 순경, 간후보, 경찰대, 고시, 변호사, 특별채용 등 채용 경로가 실로 다양하다. 그래서 한국 경찰이 어느 조직 보다 기회가 열려 있다고 한다. 시험, 심사, 특진 등 조직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승진도 갖췄다. 급여도 부족함이 없으며 정년보장도 된다. 그런데 현장은 왜 이리도 불만이 많을까. 그 이유는 입직경로, 승진체계가 정의롭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승진시험은 동그라미 개수가 많으면 그만인 것 같지만 실은 객관점수 주관점수를 높게 깔고 가야한다. 승진심사는 말할 것도 없이 객관-주관점수가 월등히 좋아야한다. 특진은 두 개가 있다. 하나는 태릉선수촌형-노동집약형이다. 목표량을 정하고 단기간에 과업을 달성하면 매달을 목에 걸 수 있다. 또 하나는 로또형이다. 모두가 눈에 불을 켜고 날밤을 새도 몽롱한 퇴근길에서 만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얼핏 승진의 종류가 다양해보이지만 실은 하나로 관통한다. 점수다. 곧 실적. 다시 말해 승진의 기초가 되는 그 점수가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하기 때문에 경찰에게 승진은 지독히도 불신 받는다. 나의 노력이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한다고 생각해보라. 채용도 마찬가지다. 종류가 다양할 뿐 기회의 균등과 공정을 말해주지 못한다.

"일본식 계급 프레임을 답습하고 있는 한국경찰, 변형된 캐리어 VS 논캐리어 구도"

일본 경찰의 입직 경로와 한국의 입직 경로를 비교해보면 그래도 한국이 앞서있다고 할 수 있다. 어찌되었든 기회의 다양성은 있어 보이니까. 하지만 가만 보면 한국 역시 캐리어와 논캐리어 프레임 안에서 오고갈 뿐이다. 엄연한 의미에서 고시 출신자들이 일본식 캐리어에 해당하지만 경위 이상으로 입직 할 수 있는 모든 방식이 넓은 의미의 캐리어다.

이 캐리어 그룹은 조직을 장악할 수 있는 교육과 실습을 받고, 그대로 조직의 수뇌부의 일원이 된다. 물론 심사나 시험을 거쳐 승진을 하게 되지만 그런 제도들조차 그들 손에 의해 만들어진다. 월등한 정보력 그리고 출신 간의 유대로 그들은 요직에 앉는다. 게다가 캐리어 그룹의 구성원들은(경대, 간후, 고시, 변시) 평상시 경쟁자들이지만 그룹 체제가 위협 받을 때는 연대한다.  

"경찰개혁의 성공 제1원칙, '봉건적 생각의 감옥'에서 자신을 구출해 내는 것"

일본과 한국 경찰계급체계의 공통점은 전근대적 신분제도와 속물엘리트주의가 범벅된 형태라고 생각한다. 차이라면 약간의 운영 방식일 뿐. 이런 제도 아래 놓인 두 나라의 현장경찰은 일방적이고 제한된 계급 시스템으로 인해 인간의 존엄과 경찰로서 사명감에 심각한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현상들이 ‘개혁’의 도전장을 받은 한국경찰에게 주는 메시지는 오직 하나다. ‘봉건적 생각의 감옥’에서 자신을 구출해 내라는 것. 스스로 자유로워지지 않고서 이 난제는 절대 풀 수 없으니 말이다. 자! 감옥 앞에 파수꾼은 없다. 어찌 할텐가!


ㆍㆍㆍkantrolㆍㆍㆍ


◇ 참고자료

『하시모토×하토리의 프로그램(橋下×羽鳥の番組)』 사진출처(아사히TV, 17.6.26)
『일본어 사전』(네이버)
『“상사 때문에 힘들다”…일본 자살경찰이 남긴 노트』(뉴시스, 아사히 신문, 16.7.8)
『경찰, 총경이상 60%가 경찰대 출신...해외주재관도 압도적』(법률저널, 1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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