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우리의 준비, 미래

by 뚱이애오

오늘 아침 눈을 뜨고 누워서 유튜브 쇼츠를 보다가 인상깊은 영상 하나를 발견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몰래카메라로 배우들에게 '투표하지말라'는 간단한 문장을 말하게했다.

모든 배우들이 정말 진심이냐고 묻고, 몇몇은 끝끝내 말하지 않았다.

오늘은 도저히 미래가 보이지 않는 우리나라의 차기 행정부 리더를 선출하는 날이다.

https://youtube.com/shorts/IELwkNCqEHQ?si=jJcO4uvzMg9TT846


이번 선거가 다가올 때 하나의 다짐을 했다.
이번엔 정말 신중히 고르자.

읽고, 듣고, 비교하고 판단하자.
그런데 그게 참 어려운 일이다.
지나치게 말이 많은 시대에, 정작 진심이 담긴 말은 아무것도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선거가 다가오면 어김없이 똑같은 질문이 우리를 시험한다.
묻는 쪽도, 대답하는 쪽도 진심인지 의문스러운 질문.

"준비 되셨나요?"


후보도, 유권자도, 심지어는 투표용지조차도.
어딘가 낯선 얼굴, 지문과 함께하는 어색한 내 이름, 매번 바뀌는 용지.

선택은 언제나 준비 없이 찾아온다.

우린 교통카드를 찍듯 투표소에 들어가 종이를 받는다.

부스에 들어가 도장을 찍는 그 간단한 순간을 어떤이는 변화, 어떤이는 심판, 어떤이는 준비라 한다.

우리는 투표를 통해 ‘미래’를 고른다.

아니, 고른다고 믿는다.

준비가 된 사람이 정말 있을까?


당신이 살고 싶은 미래를 말해보라 하면 사람들은 보통 이렇게 말한다.
“그냥 지금보다는 나았으면 좋겠어요.”

얼마나 추상적인가.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말 속에 현실이 다 담겨 있다.
미래는 항상 '덜 나쁜 쪽'의 편에 있다.
최선이 좋겠지만, 대체로 차악을 선택해야 한다.
그것이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준비된 선택'이다.


누군가는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누군가는 투표율에 냉소를 던진다.
“찍을 사람이 없는데 굳이 왜 가나요?”
그 말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나도 되묻고 싶다.
“그렇다면 당신의 권리는 누가 보장해주나요?”


그래서 고른다.

그게 ‘미래’를 만드는 일은 아닐지언정, 적어도 내가 그 미래에 책임을 나누겠다는 증표니까.
좋든 싫든, 내가 선택한 결과가 내일의 뉴스가 된다면 그건 어떤 의미에선 ‘준비된 내일’ 아닐까.

투표는 그런 것이다.

세상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최소한의 몸부림.

대마에 영향이 없을 사표가 될 줄 알면서도 도장을 찍는 건, 세상이 내 생각보다 꽤 더딘 속도로라도 움직일 수 있다는 작은 착각 하나쯤은 해도 되는 몇 안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묻는다.
‘준비는 됐습니까?’

영상에서는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고, 미래는 직접 만든다는 메세지를 포함하고 있지 않을까.

그래서 오늘도 나는 준비되지 않은 손으로 당신의 미래를, 그리고 나의 내일을 조심스럽게, 조용히,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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