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보단 과정에서 의미를 찾자

우리는 그렇게 발전하고 생존했다

by 뚱이애오

대부분의 사람은 결과를 원한다. 합격, 목표 달성, 성과 등. 현대 사회는 늘 결과로 사람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보상과 지위가 정해진다. 그러나 나는 결과보다 과정에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과정이 없는 결과는 모래 위에 세운 성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연구를 하다 보면 이런 순간이 있다. 분명 예상했던 결과가 있고, 그대로 몇 번이나 반복했지만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가 말이다. 고민 없이 우연히 답을 찾았을 때 잠깐의 성취감은 있지만, 그 기쁨은 아주 잠깐동안만 지속된다. 왜냐하면 그냥 다른 결과 하나를 찾았을 뿐이지, 왜 그런지 이유를 모르고 넘어가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곧 다른 목표에 의해 대체되기도 하고 가장 최악은 이유를 모르는데 더 나아가야 하는 경우다. 결과만을 좇는다면 만족하지도 못하면서 한계도 빨리 찾아올 것이다.


나는 근거 없는 규정을 싫어하는 것처럼, 과정 없는 결과는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가령, “이 프로젝트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라는 지시가 내려올 때가 있다. 성공만 요구되고 과정은 무시된다면, 사람들은 편법을 택하거나 부정확한 데이터를 포장해 제출한다. 단기적으론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결과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불안정한 성과다. 그 결과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모른다면, 다시는 그 성과를 낼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오히려 실패를 공개적으로, 그리고 자랑스럽게 공유하는 사회가 훨씬 건강하다고 믿는다. 실패한 경험조차 성공을 위한 과정의 산물로 존중될 때, 우리는 꾸밈없고 거짓 없는 성장을 한다. 과정이 보장되지 않는 성공은 결국 오래가지 못한다.


물론, 우리 사회는 과정보다는 결과를 훨씬 중요시한다. 학교에서는 점수로 학생을 공식적으로 평가하고, 부모 또한 아이를 동일한 방법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취준생들은 사람을 잘 드러내지도 못하는 겨우 몇 줄짜리 스펙으로 당락이 갈린다. 회사는 KPI라는 이름으로 숫자만 요구한다. 이렇게 결과 중심의 평가 체계에서는, 과정 속에서 얻은 배움은 종종 무시된다. 나는 이것이 조직을 약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실패와 시행착오를 경험하지 못한 조직은 위기에 취약하다. 결과만을 좇던 팀은 한 번의 큰 실패 앞에서 방향을 잃고 심한 경우에는 정체성을 잃게 된다. 반면 과정을 중시하는 팀은 작은 실패들을 통해 내성을 길러왔기에, 위기 상황에서도 목표와 희망을 잃지 않고 버틸 힘을 갖는다.


내가 과정에 의미를 두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 누구도 몰랐던 과정 속에서는 새로운 사건과 진짜 성장이 일어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패한 연구는 대체로 결과로 남겨지지 않는다. 그러나 실패 속에서 얻은 데이터, 조합, 장비나 기술의 한계를 확인한 순간들은 자산이 된다. 물론, 실패의 과정도 자료로 남긴 하지만 보통은 겨우 한 장으로 요약되어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과정은 몸과 머리에 새겨져 평생을 간다. 이 과정 속에서 사람은 하던 일의 본질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게 된다. 바로 이 과정이 다음 단계를 위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결과만을 생각했다면, 우리는 이 귀중한 경험을 “시간 낭비”라 치부했을 것이다.

스포츠에서도 같은 장면을 본다. 한 선수가 약물 등의 부정한 방법으로 세계 기록을 세운다면 온 세상이 아주 잠깐동안은 박수를 치지만, 결국 몇 년이 지나 자신을 극한까지 몰아세운 다른 누군가에 의해 기록은 깨지고 자연스레 이전의 영광은 잊혀간다. 과연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누가 더 오래 남을지 잠깐 생각해 봐도 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과정을 견뎌낸 훈련의 흔적은 절대 사라지지 않고 사람들의 가슴속에, 그리고 그 선수의 삶에 고스란히 남게 된다.


결과만 중시하는 사회는 늘 불만을 낳는다. 반면 과정의 의미를 존중하는 사회는 실패조차도 자산으로 만든다. 연구든 삶이든, 진짜 의미는 결승선에서가 아니라 달려가는 발걸음 속에 있다. 과정에서 의미를 찾으라는 말은 결코 결과를 무시하라는 뜻이 아니다. 결과는 여전히 필요하다. 다만 결과는 잠깐의 지표일 뿐, 그 자체가 전부는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결과를 만들어낸 과정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달라졌는가가 아닐까. 오늘의 과정이 쌓여 내일의 가능성을 만든다. 결과는 순간에 불과하지만, 과정은 축적된 시간이며, 우리는 그렇게 발전했고 생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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