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는 불만은 불평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생존을 위해 무리 지어 생활해 왔고, 자연스럽게 가족·부락·단체·국가 등 그 규모가 점점 확대되었다.
언어가 생긴 이후, 우리는 사람을 ‘인간(人間)’이라 지칭하기도 했다.
이는 사람은 곧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존재한다는 철학적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만 할 수는 없는 법이다.
개인은 단체 안에서 ‘나’라는 존재를 돌아보게 되는 순간이 분명히 있다.
특히 무리에서 불편한 일이 생길 때, 우리는 그 감정을 ‘불만’이라 부르곤 한다.
오늘은 내가 속한 조직에서 개인으로서 겪는 불편함, 즉 불만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한다.
내가 속한 팀은 선행연구와 일부 개발 업무를 병행하는 조직이다.
개발 업무는 당면한 문제를 풀어내고 이슈를 해결하는 방향인 반면, 선행연구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가능성을 탐색하고 기술을 구현해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팀은 지리적·조직적 특성 때문에 타 연구소보다 더 많은 개발 지원 요청을 받는다.
그 결과 필수적으로 핵심 기술 연구에 할애할 시간과 실패해 볼 기회가 줄어드는 현실에 부딪친다.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연구자들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비로소 성공을 일궈낸 이들이다.
데이터를 쌓고 변수를 하나씩 제거하며, 불가능해 보이는 확률을 뚫고 미래를 바꾸어 온 사람들이다.
나는 우리 팀이 확실한 성공을 보장하는 일만 골라할 때 불편함을 느낀다.
가장 미래를 준비해야 할 조직이라면, 눈앞의 ‘확실한 업무’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군대에서 선봉대가 척후병 역할을 하듯, 선행연구 조직은 실패를 감수하고 먼저 시도해야 한다.
그래야만 잠재적 위험을 조기에 발견해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학자들에게 미래를 준비하라고 한다면 근거와 수식이 논리적으로 완벽히 맞아떨어지는 것이 기본이라고 믿는다.
우리 팀은 유체를 다루기에 CFD 시뮬레이션과 가시화 장비를 활용해 눈에 보이지 않는 유체의 움직임을 파악한다.
유체의 거동을 충분히 이해하고 근거를 마련한 뒤에야 성능 개선이나 안전 확보 등의 행동으로 옮긴다.
따라서 근거 없이 ‘그냥 하라’고 지시하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예컨대 실험실 내 회전형 절단기 사용을 금지한다면, “다칠 수 있으니까”라는 막연한 이유만으로는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금속 절단 시 스파크 발생 위험이 있고, 폭발성 가스를 다루는 환경이므로 동시 사용을 금한다”와 같이 구체적 근거가 제시되어야 비로소 수긍할 수 있다.
법이나 규정 역시 반드시 근거를 바탕으로 제정된다.
그 근거가 사라진다면, 규정이나 관례 역시 개정되어야 마땅하다.
문득 생각해 보니, 처음에는 '근거가 없다'는 사실이 불편함의 핵심이라 여겼지만, 어쩌면 근거가 없는 '관례·관행' 그 자체가 더 불편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불만은 개선 방안이나 대안이 있을 때만 표현해야 한다고 믿는다.
해결책 없는 불만은 단지 불평에 불과하며, 조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불만과 불편은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중요한 이정표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