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재밌는 일만 할 수는 없겠지만, 가능하다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사람은 누구나 재미를 추구한다. 재미는 즐거움이자 몰입이며, 삶을 버티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우리는 반복적인 업무, 지루한 과제, 피로한 일상을 견뎌야 한다. 그래서 흔히 이렇게 말한다. “항상 재밌는 일만 할 수는 없지.” 나는 이 말에 동의하면서도 한편으로 궁금하다. 만약 항상 재밌는 일만 할 수 있다면, 과연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재미라는 단어는 가볍게 들리지만, 그 속에는 두 가지 층위가 있다. 하나는 단순한 즐거움이다.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볼 때 느끼는 감각적 쾌락이 여기에 속한다. 흔히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재미가 여기에 속하고 최근에는 '도파민이 터진다'라는 표현을 하기도 한다. 점점 더를 계속 외치게 하는 어찌 보면 원초적이면서도 또 어찌 보면 아주 무서운 즐거움일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의미에서 오는 재미다. 힘들고 고된 과정 속에서도 성취와 배움이 뒤따를 때, 우리는 ‘재밌다’고 느낀다. 수많은 사람들이 실패를 반복하면서도, 심지어는 실패할 것임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시도하는 이유가 바로 이 두 번째, 의미에서 오는 재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항상 재미만 존재하는 세상을 상상한다면, 결국 우리는 이 두 가지 카테고리를 구분해야만 한다. 단순한 즐거움만 남는다면 세상은 금세 공허해질 것이다. 그러나 두 번째 의미의 재미가 더 넓어진다면, 그것은 단순히 즐거운 세상이 아니라 창조적이고 몰입된 새로운 세상이 될지도 모른다.
일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실험이나 시뮬레이션 등으로 데이터를 얻어내고 분석하는 과정은 대체로 지루하다. 사실 새로운 데이터를 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류일지라도, 실패한 실험일지라도, 장비가 오류를 일으켰을지라도 나는 스트레스를 받는 와중에 딱 한마디 내뱉는다. "재밌네". 새로운 무엇인가를 발견했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처음 겪어보는 현상이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 어쩌면 의도와는 다른 무언가가 반가워서 그럴 수도 있다. 만약 모든 순간이 그 ‘발견의 순간’으로만 채워진다면 어떨까? 일은 물론 일상은 마치 게임처럼 끊임없는 보상으로 우리를 몰입하게 만들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의문이 생긴다. 시행착오 없는 보상이 과연 가능한가?
그러나 문제는 남는다. 모든 일이 재미있을 수는 없다는 점이다. 보고서 작성, 데이터 정리, 규정 준수 같은 일들은 재미와 거리가 멀지만 반드시 필요하다. 만약 아무도 이런 일을 하지 않는다면 조직은 곧 혼란에 빠질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이런 단순 반복적인 일을 사람이 하지 않아도 된다면? 조직 차원에서 항상 재미만 추구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인공지능이나 기계가 데이터를 정리해 주고 단순 반복의 일을 대신한다면? 사람은 분석하고 생각만 하면 되는 시대가 된다면? 직원들이 모두 흥미로운 일에만 배치된다면, 일터는 분명 활력이 넘칠 것이다. 억지로 지시받는 일은 사라지고, 자발적 몰입이 가득할 것이다. 혁신은 늘어나고 창의적 성과가 폭발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이 질문을 놓을 수가 없다. “만약 항상 재밌는 일만 할 수 있다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아마도 그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더 창조적일 것이다. 사람들은 억지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스스로 몰입하는 일에 에너지를 쏟을 것이다. 억압과 강요가 사라지고, 호기심이 주도하는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다. 재미없는 일들은 사라지지 않겠지만, 기술이 그것을 대신할 수도 있다. AI가 반복 업무를 처리하고, 사람은 본질적 재미와 창의성에 집중한다면, 인간의 내일은 지금보다 훨씬 가볍고 자유로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