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기에도 적응한 우리에 대하여
아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던 시기에 작성한 수필이다.
이 이후에 어떻게 변했는지 관찰해보기 위해 이전의 글을 다시 업로드한다.
2020년 3월 21일 오후, 대한민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각 지방자치단체에 행정명령 ‘집단감염 위험시설 운영제한 조치’를 통보하였다. 그 후 3월 22일 코로나 19 확산에 따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은 15일간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 대책을 발표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코로나 19 감염자와 비감염자 사이의 접촉 가능성을 감소시켜 질병의 전파를 늦추고 감소시키는 공중보건학적 감염병 통제 전략이다. 이에 따라 우리는 각자의 일상에서 서로 물리적 거리를 두고 멀어지기 시작했다.
대학교에서 수학 중인 우리도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라 생활이 꽤 변했다. 지난 2020년 2월, 일부 대학교는 대처와 공지가 늦어 혼란을 겪은 학생들이 많이 발생했다. 그 후 수업에 대한 지침을 정함에 따라 2020년 3월부터 전면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었고, 기숙사 또한 휴관하였기 때문에 학우들을 만날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특히 신입생들의 경우 동기는 물론 학과 교수님들의 얼굴과 성함도 모르는 경우도 발생하였다.
하지만 이런 환경에서도 학우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인간관계를 발전시키려는 방법을 찾아 나가기 시작했다. 사이버 강의를 수강하고 거기에 뜬 학생 목록을 바탕으로 동기들과 연락하는 예도 있고 임시 대표를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예도 적지 않았다. 조별과제도 화상통화, g-suite 등의 방법으로 해결해 나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여가시간에는 카카오톡의 단체 통화기능이나 디스코드를 이용한 통화 방을 개설하여 온라인 게임이나 기타 여가활동을 즐기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 대면 강의가 끝나고 피시방에 가던 친구들은 오히려 디스코드를 이용하여 집에서 소통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물론, 직접 얼굴을 맞대고 소통을 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일부 비언어적 의사소통은 제한되지만, 평상시보다 더 많은 의사소통을 온라인상에서 했다는 사실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민간 기업이나 공기업, 혹은 연구기관 등의 사회생활의 양상도 많은 차이를 보인다. 재택근무의 비율이 한국보다 높은 유럽의 경우는 물론이고, 대면 회의를 선호하는 한국도 재택근무로의 전환이 많이 이루어졌다. 대학교에서도 타 대학교수님들과의 회의 시에 zoom 등을 이용한 화상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직접 만나서 진행해야만 하는 물품 제작이나 현장 지도를 제외하면 시제품 제작 등도 온라인상에서 프로그램을 통해 협업하는 모습도 관찰할 수 있다. 여러 사람이 같이 협업하지만, 단 한 개의 프로그램을 사용하므로 굳이 같은 자리에 있지 않아도 서로 같은 화면을 보면서 통화로 논의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 ‘wall-E(2008)’에서는 사람들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어도 기술력을 바탕으로 화상통화 등의 방법을 사용한다. 이 영화뿐만 아니라 미래의 인간을 그린 만화나 영화 등의 매체에서는 이미 대면하지 않아도 많은 것이 가능하도록 미래를 예측하였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이 ’월-이‘와 같은 상황으로 가는 길목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기술의 발전은 이미 인간에게 있어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하였고, 불가능해 보였던 것조차 너무나 쉽게 바꿔버렸다. 불과 10년 전 화상통화가 보편화하고 본격적으로 서비스가 시작될 때 필자는 현장에서 근무하시는 다수의 회사원분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회의 등의 중요한 사항은 얼굴을 맞대고 해야만 한다는 이야기를 숱하게 들어왔다. 하지만, 현재는 오히려 화상 회의가 당연하고 책임감 있는 행위가 되었다.
한 기사에서는 팬데믹으로 인해 인간관계에 소홀해지고 우울증에 빠지는 사람들의 비율이 높아지는 것처럼 다루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그 기사에서조차 오히려 인간관계가 더 끈끈해졌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비율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심지어는 변화가 없는 것 같다고 주장한 사람들의 비율과도 흡사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화상통화, 온라인 쇼핑몰, 온라인 방송 매체 등의 기술을 익힌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많다는 기사도 찾아볼 수 있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중장년층 70%가 팬데믹 이후 인간관계에 소홀해지지 않았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물론 장보기나 금융 서비스 등의 외출 활동을 할 수 없어 불편함이 높아졌다는 응답자도 많았으나, 이러한 서비스가 너무 어려워서 배우지 못했다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온라인상으로 이런 문제를 극복한 것으로 나타난다. 오히려 예전보다 편리해진 부분이 많은 것 같다고 응답한 비율이 고립되고 소외되는 기분이 든다고 응답한 비율보다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이번 팬데믹을 계기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사람 사이의 교류가 오가는 방식이 달라졌을 뿐, 실제로 사람 사이의 관계는 통계상으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나타난다. 인간관계 정리의 필요성을 느낀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하지만, 잠깐의 단절에서 오는 평범한 이슈가 아닐까. 오히려 사회적 거리 두기 이면에 숨어있던 가족 등 살을 맞대고 사는 사람들끼리의 재발견이 더 두드러져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결국,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을 때 소통할 수 있는 익숙한 수단이 하나 더 추가된 것뿐이지 않을까. 오히려 어쩔 수 없이 사회와 단절되거나 격리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위한 소통의 통로가 하나 더 개설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그랬듯이, 우리는 문제상황에서 스스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했고, 현재의 상황에서도 새로운 방법을 하나 더 발견했을 뿐이다. 익숙함에 가려져 간과하기 쉬웠던 가치들을 다시 돌아보고 행복을 찾았으며 기술적으로는 멀어진 물리적 거리를 많이 좁힐 수 있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우리는 또 다른 답을 찾아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