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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관또 Oct 17. 2019

[이탈리아 커피] 로마와 에스프레소

초보 마케터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본 이탈리아 커피

커피를 이제 알아가는 초보 마케터의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본 이탈리아 커피,

그들의 오래된 역사와 스페셜티라는 변화의 물결을 체험하고 작성한 짧은 견문록



#1. 로마의 커피, 에스프레소 문화

로마와 피렌체로 휴가를 떠나며, 그곳의 커피에 대한 호기심, 특히 에스프레소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했다. 에스프레소는 익숙하지 않지만 9일 동안 델터프레스로 내려마실 세 잔 분량(48g)의 스페셜티 원두를 제외하고는 에스프레소만 마실 생각이었다.


로마의 판테온

로마의 첫 일정인 시내투어를 진행하다 판테온 근처에서 식사를 했다. 생면 식감의 우리나라 스타일 같은 크림 까르보나라와 버섯 피자를 먹은 뒤 마침 근처에 있는 로마 3대 커피로 알려진 카페 중 한 곳인 “타짜 도로(tassa d’oro)”에서 처음 에스프레소를 마셨다.


기호에 맞게 설탕을 넣고 바리스타에게 건네면
부드러운 크림을 올려준다.

거칠고 쓴맛이 지배적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부드러우면서 묵직한 맛 뒤에 강한 산미가 쏘는 것 같았다. 에스프레소를 많이 경험해보진 않았지만 여태 마셨던 것과는 사뭇 다른 질감과 목 넘김이었다. 같이 시킨 꼰빠냐는 에스프레소에 먼저 기호에 맞게 설탕을 타서 달콤하게 만든 뒤 크림을 올렸다. 크림에서는 단맛이 느껴지지 않았고, 진한 모카 케이크를 먹는 듯한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매장을 조금 더 둘러보면, 저렴한 모카포트에서부터 La Pavoni 수동 에스프레소 머신까지 다양한 커피 관련 물품을 판매 중이었고 그 옆에는 로스터가 로스팅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마신 커피의 제조일자를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아마 로마에서 마실 수 있는 가장 신선한(스페셜티를 제외하고)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카페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스터에서 신선한 원두를 볶아내고, 맛 좋은 커피를 제공하여 고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이상적인 선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는 카페인 것 같다. 다시 로마를 갈 기회가 된다면, 그리고 이탈리아 정통 에스프레소를 즐기고 싶다면 이 카페로 향할 것 같다.



스페인광장 근처 일리커피의 다양한 MD
우리나라에서 인기있는 캡슐커피 머신+원두 4봉이 무려 59유로, 한국 일리커피 매장에서 판매되는 가격에 1/3보다 저렴하다.


이탈리아의 대표 에스프레소 브랜드 “일리 커피”나, 길가에 있는 동네 식당에서도 커피를 접했다. 몇몇 카페와 식당에서는 회사 신입사원 교육 때 배운 내용과 사뭇 다른 모습으로 커피를 추출하고 있었다. 내가 배웠던 것은 먼저 바스켓에 있는 원두 찌꺼기를 잘 닦아내고 - 탬핑은 직각으로 힘 있게 - 머신의 물을 흘러내린 뒤 - 포터 필터를 결합하는 복잡하지만 깔끔한 한 잔을 만들기 위해 했던 과정이었는데 이 곳에서는 몇 과정은 가뿐히 생략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다 보니 커피는 텁텁하고 쌉싸름했고 설탕을 넣어도 불쾌한 쓴맛이 날 때도 있었다.


“에스프레소의 나라에서 너무 성의 없이 커피를 만드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지만, 카페를 더 경험하다 보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1유로 동전을 건네며 에스프레소를 주문하고, 받은 그 자리에서 단숨에 들이켰다. 그런 모습을 계속 보다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커피맛은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인 것처럼 그들에게 커피는 “텁텁하고 쌉싸름한 에스프레소”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커피를 만드는데 생략된 일련의 과정 또한 “빠른 제공을 위한 불가피한 생략”으로 자리 잡힌 것처럼 보였다.



내가 보고 해석한 모습이 틀릴 수 있지만, 로마에 갔으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처럼 기존에 배우고 익혔던 것에 얽매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에서 얻은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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