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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주 Mar 02. 2017

포르투갈에서의 마지막 저녁

내게 남은 포르투갈에서의 하루 


내일이면 포르투갈에서의 시간을 접어둔 채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갑자기 신기한 기분이다.

세월이 빠르게 흘러가는 게 야속하기만 하다가도

정작 여행에서의 빠르게 굴러가는 시계 바늘에는 순간이 아깝지 않다.


마지막으로 나는 역사 속 포르투갈의 흔적을 느끼고 맛있는 포르투갈식 식사를 즐기고자 했다.


역사의 포르투갈.

포르투갈의 역사적 전성기를 얘기할 때, 바스쿠다가마(Vasco da Gama)와 까몽이스(Camoes)을 빼 놓을 수 없다. 브라질을 발견하고, 모잠비크, 마카오와 아프리카의 여러 식민국가를 통치했던 그 화려한 과거에 큰 축이 된 두 사람의 유해는 제로니무스 수도원에 안치되어 있다, 벨렘(Belem)지구는 걸어다니며 세 시간 정도면 둘러 볼 수 있고 나처럼 이 곳에 애정이 있다면 반 나절은 소요해야 "조금 둘러봤네"라고 할 수 있겠다.



Monastery of Jeronimos

Torre de Belem

Padrão dos Descobrimentos




벨렘탑을 등지고 걷다보면 강가에 슬쩍 머리가 보이는 기념비, Padrão dos Descobrimentos,

바로 그 장소에서 수백 년 전 동인도 항해를 떠났던 엔리크 왕과 당시의 번성했던 포르투갈의 역사를 기념하기 위해 20세기에 세워진 기념비.


52미터나 되는 높이라니 어마어마 하다, 당시 항해사 엔리크와 선원들의 모습이 정쿄하게 조각되어 있다.

바로 앞 광장 바닥에는 커다란 나침반과 세계 지도가 표현되어 있다.

곳곳에 보이는 배들은 포르투갈의 원정 항로를 나타내고, 수백 년 전 이런 업적을 세웠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하면 정말 대단하다는 경외감이 절로 든다.




바로 맞은편에 보이는 제로니무스 수도원. 좌우로 약 300미터나 되게 넓게 뻗은 노르만 고딕양식의 이 곳은 항해사 엔리크의 업적과 무사를 기리기 위해 지어졌고, 왕실묘지가 함께 하고 바스쿠 다 가마, 루이스 데 까몽이스의 유해가 있다는 사실 외에도 건축물로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석회암으로 만들어진 이 건물은 외관과 내부, 조각상들의 모습까지 어쩜 이리 섬세하게 만들 수 있었을까라고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 갈 때 쯤, 흔히 들 하는 정면에 보이는 분수 가지고 놀기.



한참을 둘러보고 나니 시간이 많이 흘렀다.

포르투(Porto)로 돌아가기 전, 리스본에서 맛있는 프란세지냐(Fransesinha)를 맛보겠다는 일념으로 구글링을 했다. 그리고 찾아낸 레스토랑. 시티매퍼 앱으로 가는 교통편을 알아보았으나 상당히 복잡했다. 이렇게까지 가야하나? 


혼자하는 여행은 언제든 내가 원하는 대로 일정을 변경할 수 있지 않나. 


충동의 발걸음.


하고는 기여코 맛있는 프란세지냐(Francesinha)를 찾아 떠났다. 

버스에서 내려 도보로 18분이 걸린다는 앱에 정보를 보고 길을 건너려던 찰나 눈 앞에 "Mercado Gourmet 라는 박람회?가 하고 있지 않겠나. 1유로의 입장료에 와인이나 피지드링크를 한 잔 제공받을 수 있다기에 달려가서 줄까지 서서 들어갔는데, 이거 왠걸.


내가 생각했던 분위기가 아니였다. 다양한 음식을 판매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식재료를 판매하는 것이었다. 포르투갈 각 지역에 유기농이든 차별화된 재배, 조리법을 가지고 만들어낸 각종 식재료들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아. 하. 레스토랑을 운영하거나 식재료를 판매하는 사람들, 바이어들을 상대로 연 박람회라는 생각이 깊게 들었다. 그래서 한 삼십 여 분 둘러 보고 다시 빠르게 레스토랑을 찾아 떠났다.



굴곡진 길들을 걸어, 가도가도 나오지 않는 레스토랑. 심지어는 분명 앱에서는 거의 다 왔다고 하는데 주택가로 들어가서 일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깜깜하기만 하다. 분명 상점 하나 없을 것 같은 길에 멀리 간판 하나가 빛났다.


찾. 았. 다


몇 몇 테이블은 이미 식사를 하고 있었고 비어있는 테이블은 전부 reserved....

직원 분에게 "한 명인데, 여기 진짜 유명하다고 해서 영국에서 찾아 왔어. 테이블 하나만 주면 안돼?"를 어설프게 앵앵되며 포르투갈어로 얘기하지 막 웃더니 예약석 하나를 빼주더라. 역시 만국 공통 앵앵되기는 통한다.


한 쪽 벽면에 리스본 대표 프란세지냐(Francesinha) 레스토랑으로 뽑힌 증표가 액자로 고이 모셔져 자랑스럽게 걸려 있다.




기본이 되는 샐러드(계란 추가)와 프란세지냐, 탄산수를 시켰고 가격은 13유로 정도.

올리브유를 부려 살짝 오븐에 구운 바게트 빵은 아주 맛있었다. 올리브와 샐러드로 배를 채울 때 쯤.

계란이 스크램블 형태로 등장했다. 중간중간 씹히는 프레준토가 식감을 살려줬고, 올리브와 함께 하니 괜찮았다. 생각보다 양이 많아 놀랬다. 직경 30cm는 되어보이는 그릇에 담겨나왔다.




궁극의 프란세지냐.


프란세지냐 등장. 원래 이 음식은 프랑스에서 이주해온 사람이 크로크무슈를 포르투갈식으로 변형해서 만들어 먹으며 시작되었다. 이 메뉴는 포르투(Porto)지방에서 시작되어 포르투가 원조라고, 동료 중 포르투갈 친구가 휴가를 떠나기 전에 무조건 포르투(Porto)에서 먹어보라고 했다. 길 거리를 지날 때 어느 가게나 프란세지냐를 판매한다고 써붙여 있길래 두 번을 시도했으나 이게 과연 추천할 만한 음식인가? 싶었다.


리스본에서 마지막으로 기대하며 맛본 프란세지냐는 오히려 맛이 좋았고, 감동이 있는 서비스의 레스토랑이어서 대 만족이었다. 나는 스페셜, 소고기가 들어간 메뉴를 주문했고, 빵 사이에 햄과 육즙 뚝뚝 떨어지는 소고기, 치즈가 잔뜩 들어있고 그 위에 또 치즈가 얹어진 채 오븐에 구워 테이블로 제공되기 직 전에 서니사이드 업 달걀을 얹어져 나에게로 왔다. 이 소스는 정말 가게마다 레서피를 비밀로 한다고 할 정도로 소스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란다. 이 곳에서 맛본 소스는 그레이비소스 같고 너무 달거나 짜거나 하지 않아서 입맛에 맞았다.



양이 어마어마 하다. 노른자를 톡 터트려 소스에 휘휘 저어 빵을 찍어 먹다시피 했더니 맛이 더했다. 고급 음식은 아니지만 부담없이 어디서든 한끼 식사로 즐길 수 있는 따뜻한 메뉴라서 포르투갈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은 먹어야 한다고 추천하는 메뉴가 되었다.




Address R. Francisco Tomás da Costa 28, 1600 Lisboa, Portugal

Opening: 10am-10pm

Price: 8-15 per person


안녕, 포르투갈.


맛 좋은 저녁 식사를 하고 리스본 오리엔테역으로 가 포르투로 향하는 열차를 탔다. 늦은 밤에 도착하여 포르투에서 마저 1박을 했고, 다음날 마저 쉬고 공항으로 건너가 영국으로 돌아왔다. 이른 시간이라 택시를 이용했고 나만한 딸이 둘이나 있다는 택시 기사님의 따뜻함에 택시에서도 이야기 꽃을 피웠다.


공항에서 보딩을 기다리며 사람들에게 줄 파스테우지나따우(Pastel de Nata)를 잔뜩 구입했고, 그 중 하나는 커피랑 함께 먹었다. 뭐 디저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감흥이 없는 메뉴였으나, 여자라면 다 좋아하는. 일상으로 돌아와 동료들에게 여행 선물이라며 에그타르트 상자를 건네니 단 것을 좋아하는 영국의 남자 동료들도 맛있다며 더 달라고 징징댔다.




복불복 유럽 여행.


영국에서 포르투갈로, 또 포르투갈에서 영국으로 넘어가는 비행기에서 내가 가져온 짐은 동일했다. 여행을 다닐 때 낡은 옷가지나 신발 등을 챙겨와 착용하고 떠나는 길에 버리고 가는 여행의 버릇이 있어서 오히려 짐이 더 줄었지만 이상한 곳에서 문제가 생겼다. 보딩을 준비하러 줄을 서 있는데 승무원 한 명이 내게 와서 "네 가방은 캐리어 규격보다 크다. 와서 직접 측정해봐라."라며 말도 안됙 작은 철제로 된 구멍에 내 가방을 넣어 보라고 했다. 일본 오사카의 도매시장에서 전세계 기내 반입 규정 사이즈에 맞는 거라고 적혀있는 것을 확인하고 구입했던 것이였고, 여지껏 여행하면서 이 가방이 문제가 된 적은 없었는데 말이다. 


승무원은 내 가방이 기내용이 아니므로 패널티를 요구했다. 50유로. 우리돈 7만원 정도이지만 기분이 썩 좋지않는 경험이었다. 나 외에도 꽤나 많은 사람들이 내 뒤를 이어 같은 패털티를 부과 받고 그 자리에서 신용카드로 결제를 해야만 했는데 아무래도 추가 수익을 발생시키려는 승무원들의 영업력이 아닌가 싶었다. 유럽 내 초저가 항공 중에 하나인 라이언에어는 항공권이 저렴한 대신 때때로 소소한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을 경험했다.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도 언제고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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