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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주 Mar 01. 2017

트램, 플리마켓, 벨렘탑

남들에게 유명한 것과 내가 좋아하는 것의 차이

생각보다 별로, 트램 

코메르시우 광장을 뒤로하고 낡고 좁다란 골목길을 걸어가다 보니 트램 정류장에 다다른다. 포르투갈 하면 떠오른다는 노란 트램이 다른 나라의 관광객들에게도 특별했나보다. 오는 트램마다 관광객들로 가득차서 몸을 비집고 들어가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여유있게 타고 가고 싶어 세 대를 그냥 보내버렸다. 네번 째 트램도 역시. 더이상의 기다림은 무의미하겠다는 생각에 트램 안에 빈 공간을 찾아 우선 올라탔다. 그렇게 노란 성냥갑에 갇힌 채 언덕배기 리스본에 가장 큰 플리마켓인 "페이라다라드라(Feira da Ladra)"로 향했다.


트램 내부는 정말이지 수백 년의 흔적이 담아둔 듯 빛 바래고 낡은 기운이 역력했다. 절약 정신이 투철한 건지 옛 것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건지 내부 보수만 계속 해서 운행을 하고 있는 포르투갈의 트램이다.


페이라다라드라(Feira da Ladra)

언덕배기에서 트램 안에 절 반 정도의 사람들이 내리는 모습이 아무래도 플리마켓인듯 싶어 따라 내렸다.

갑작스럽게 혼자 떠난 여행이라 미리 관광지든 어디든 알아본 건 없었다. 다행히 시티매퍼 앱에 리스본이 있었기에, 장소를 이동 할 때 마다 실시간으로 대중교통수단을 확인할 수 있었기에 과학의 발전으로 인한 편리함을 만끽했다.


포르투(Porto)에서 여행 처음 느낀 왠 구시가지 느낌과 시대에 뒤떨어진듯한 모습은 리스본에서는 다행인지 보이지 않았다. 90% 이상이 카톨릭인 포르투갈은 지나는 어느 곳에서나 성당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좁은 길을 따라 살짝 내리막 길을 걷다보니 멀리 수 많은 천막과 차들이 보였다. 

떼주 강을 바라보며 펼쳐진 '페이라다라드라'.


직역하면' 도둑 시장'이라는 뜻에 이 곳은 말 그대로 벼룩시장이었다. 기대가 컸을 까, 무언가 잘 조직된 시장을 영국에서 너무 많이 봐서인가 소박하고 사람 냄새 나는 모습이 내가 기대한 시장 풍경은 아니었다. 독일,스페인,영국,프랑스에서의 시장 풍경은 이 곳과 상당히 달랐다. 먹을 것을 한 켠에서 함께 판매하면 눈과 입이 함께 즐거웠을텐데, 오로지 세월에 묵은 물건들만이 무질서한 공간에서 나를 맞이했다.


이 속에서 잘 만 앤틱 소품을 찾아낸다면 그것이야말로 보물찾기.

저렴하고 비싸고의 문제가 아닌, 귀한 물건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는 게 아쉬웠다. 앤틱이나 아기자기한 소품 구경에 벼룩시장 구경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 곳은 건너 뛰어도 될 듯 싶다. 오고 가는 시간과 기대에 맞물려 심심한 분위기이다.





벨렘에 다시 가서 석양을 보고 기분을 내기로 해서 옐로우버스를 다시 타러 갔다.

버스 정류장 앞 귀여운 식당 외관의 모습은 한 컷 사진에 담아 본다.





버스를 타고 벨렘지구로 다시 향했다.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벨렘(Belem)지구는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보면 모든 곳이 그림이고 역사적으로 어마어마한 과거를 가진 곳이다.



꽃보다할배에서 신구 할아버지가 잡수셨다는 에그타르트는, 도저히 저 많은 사람들을 뚫고 먹고 싶지는 않았기에 다른 곳에서 먹었다.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으나 대부분의 곳이 내 입맛에는 참 달았다. 디저트로 진한 커피를 한 잔 마시는 게 충분한 나는 혹시나 어딘가에 존재할 덜 단 에그타르트를 찾아 세 번의 시도를 한 끝에 나와 에그타르트는 궁합이 맞지 않다는 결론을 가볍게 내렸다.


파스텔지벨렘은 벨렘 파스텔가게, '파스텔지나타우(Pastel de natal)'라고 불린다. 에그타르트라는 표현은 쓰지 않는다. 딱히 먹고 있는 사람도, 먹었다고 입 닦는 사람도 정말로 행복한 표정을 보이지 않길래, 벨렘 에그타르트는 스쳐 지나갔다.





벨렘탑으로 향하는데 글쎄 마른 하늘에 비가 슬쩍 뿌리더니, 무지개가 슬며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어메이징한 날씨를 즐길 수 있음에 감사하고, 또 이런 예상치 못한 삶은 참 아름다운 것이라며 여자 혼자 여행와서 별별 것에 감사를 했다. 버스에서 내려, 벨렘 탑을 향해 걸어가는 설레임이란. 





나는 다리를 건너 탑 앞에 가서 좌절했다.

정확히 3분의 입장 시간을 넘겨 탑 내부에 관람이 불가했다. 

아 놔.



Torre de Belem,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 된 곳을 눈 앞에서 내려두고 집에 가야 하다니, 바스쿠다가마의 동인도 무사원정을 기리는 기념탑인 이 곳은 탁트인 떼주 강을 바라보고 있어 경관이 이루 말할 수 없게 멋지다. 해가 지는 걸 앞에서 조용히 바라봤다. 한 시간 쯤.

마음이 느긋해지는 이 느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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