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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주 Feb 28. 2017

리스본 도시 산책

발길 닿는대로 멈추는 여행 



605.2 km²에 1천만 명이 넘게 살고 있는 서울, 그리고 100 km²에 약 50만 명이 살고 있는 리스본.

인구밀도가 서울의 1/3 정도 되는 리스본은 대부분의 관광지를 제외하고는 여유가 넘치는 모습이다. 사람들의 모습이 자주 보이지 않는 것도 한 몫을 하지만, 규모가 있는 광장이나 공원이 시내 중심에도 즐비한 것도 도심의 여유를 형성하는 요소가 된다.


로시우 광장(Praca do Rossio)으로 알려져 있는 동 페드루 광장이 보인다. 13세기부터 지금까지, 마치 우리나라의 시청앞 광장처럼, 포르투갈의 대부분의 공식행사들이 열려왔다고 한다. 현재까지도 많은 지하철과 버스 노선들이 지나고 있기에 이 곳을 지나는 유동 인구로 아침부터 밤까지 활기가 있다.



메트로를 타면 자주 목격되는 잔인함


젊은 남성들이 아코디언인지, 왠 악기를 연주하며 한 쪽 어깨에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모습은 리스본의 지하철에서 어렵지 않게 보여진다. 모성애와 보호본능을 일으켜 엄청난 돈을 뜯어 가는 눈치였고, 나 역시 엄청 뜯겼다. 강아지 입에 조그마한 바스켓을 물려 놓은 건 귀엽다고 느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동물 학대에 가까워 보여, 그 모습이 안쓰럽다.



여행의 목적

꽃보다 할배라는 프로그램에서 신구님이 방문했다는 호카곶과 벨렘 타르트 등등. 주위에서 그런 얘기들을 하는데 찾아가 볼 생각도, 일부러 그 곳을 목적으로 움직이지는 않았다. 아니 못했다. 미리 이곳 저곳을 찾아보고 온 게 아니어서 관련된 정보가 없기도 했고 그 곳에 가기 위해 이번 여행을 떠나온 게 아니라는 것을 나 스스로가 잘 알기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어딘가를 떠날 때 혹여나 낯선 곳에서 시간을 낭비할까, 당황해서 이것도 저것도 제대로 못할까, 남들이 좋다는 곳에 가보지 못하는 건 아닐까......이런 저런 생각과 걱정으로 준비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도 있다. 여행지에서 안정적인 시간을 보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있는 반면, 여행의 목적만을 생각하고 떠나는 사람들도 있다. 너무 많은 준비는  때로는 여행을 떠나는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를 잊게 만들기도 한다. 나는 후자이다. 많은 곳을 돌아다녀보고도 아쉬움이 남고, 여러 날을 준비하고 정보를 찾아보고 떠나도 아쉬움이 남는 건 매한가지이다. 

인간의 본능이니. 

그냥 나 가고 싶은대로 가련다.

때로는 그 속에서 뜻하지 않은 행복을 만날지 모르기에 눈을 감고 초콜렛 상자를 뒤흔들어 그 속에 손을 넣어 본다.



트램을 타고 지나다 언덕 너머로 보이는 현대 미술관 근처가 예뻐보여 내렸다. 오래된 주택들이 빼곡히 언덕 사이로 보였고, '걸어보고 싶다' 는 생각이 간절했다. 무작정 내려서 골목 골목에 발을 들여보니 정말이지 그림 속에 뛰어 든 듯한 느낌이었다.  



문어밥이 뭔지

포르투갈 회사 동료의 추천과 또 전날 먹은 문어밥에 대한 감동은 오늘의 점심 메뉴로도 이어졌다. 문어밥(Arroze de puppo)에 매력에 빠져서 간판만 보이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향했다. 어느 작고 낡은 로컬 펍에 들어가니 딱 "나 이 가게 주인인데, 빅 축구팬이야."를 느끼게 하는 축구 광팬의 인테리어가 가득하다.


나는 문어밥과 빵, 시원한 포르투갈 라거 sagres를 주문했다.

소박하고 한적한 분위기에 벽에 걸린 TV로, 축구를 좋아한다면서 독일과 영국리그만 편식하는 나로서는  전혀 알 턱이 없는 포르투갈 리그를 보고 있을 때 쯤.


문어밥 등장했다.

양도 풍성한데, 다 먹을 때 쯤 원하면 더 가져다 주겠다는 인심 좋은 포르투갈 사장님과 젊은 여자 직원.

모두 인상도 좋고 왠 동양애가 와서 포르투갈어로 벽에 걸린 강랭이가 뭐니, 우리나라도 이런 거 먹는다, 축구팀은 어디를 좋아하니, 여기 얼마나 살았니 등을 쉴 새 없이 물어보니 신기했나보다. 

문어밥은 정말 글자로는 형용할 수가 없게 맛있다.


그 좋은 맛에 취해 맥주 한 잔을 추가했다.


에스프레소 한 잔까지 마시고 나도 9유로가 채 안 되었다.





탁트인 코메르시우 광장 앞은 역시 관광지답게 관광객들로 인산인해이다.

아무리 기온이 높아도 떼주강에서 불어 오는 시원한 강 바람이 온화한 날씨를 선물한다. 휴양지 느낌도 든다.


그나저나 이게 강이야 바다야 하며 어리둥절 할 정도의 규모를 보면 포르투갈 젖줄의 위엄이 느껴진다.

코메르시우 광장은 19세이 지어진 궁전과 개선문, 바스쿠다가마의 조각상 등이 있으나 딱 탁트인 전경 외에는 도시 관광 버스인 옐로우버스 탑승, 멋스러운 트램 신트라를 탈 수 있는 근처인 것 외에 특별한 것은 없다. 이 강을 따라 바스쿠다가마(Vasco da Gama)가 인도 항로를 개척하고 엄청난 부를 안겨 준 후추와 향료를 가져왔다니.


코메르시우 광장
코메르시우 광장을 등지고 바라보는 떼주강의 전경


학교 수업에서나 들었던 그의 얘기를 어슴프레 떠올리며 시간을 보냈다. 어제 산 포르투 와인 타우니를 한 손에 들고 혼자 여행의 여유를 마음껏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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