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주 Mar 07. 2017

그 도시의 개성, 암스테르담

시내를 탐닉할수록 이 도시의 매력에 빠져든다


언덕위에 풍차가 힘차게 돌아가고, 그 곳에서 바라보는 탁트인 시야에 펼쳐진 형형색색의 튤립.

유년기를 20세기에 보낸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머릿 속에 상상했던 네털란드의 꽃시장은 그랬다.


막상 시내 한복판에 트램을 타고 내리면 바로 보이는 꽃가게들. 이게 네덜란드의 꽃시장이구나.



#Bloemenmarkt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물에 떠 있는 꽃시장이라는 이 곳은 Singel 지역에 1862년부터 위치하고 있다. 외부에서 보이는 전경을 사진에 담지 못했다. 다음 번에 가서 다시 찍어 와야겠다. 일요일을 제외하고(일요일은 11시에 영업을 시작한다) 24/7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반까지 전체 상점이 운영된다.

꽃시장 안 쪽에 들어서면 천장에 매달아 둔 드라이 플라워가 인상적이다


꽃상점마다 꽃 보다는 되려 관광객들을 겨냥하는 중국의 이름 모를 공장에서 기계처럼 찍어낸 특색없는 기념품이 인기이다. 모종이나 씨앗을 더 많이 팔고 있는 여름 시즌, 가게 안에 울려퍼지는 저스틴 비버의 <Sorry>를 지나치는 사람들이 모두 흥얼거린다. 




꽃시장의 상점들 입구와 마주보고 있는 수많은 치즈 전문점. 네덜란드 인들에게 주식은 빵과 치즈, 매 년 6억 5천만 킬로그람의 치즈를 생산하고 2/3는 수출용으로, 나머지 즉 약 2억 킬로그람을 네덜란드 내에서 소비한다고 하니 치즈의 나라임을 부인할 수 없다. 치즈 전문점 안에는 정말 셀수 없는 다양한 종류의 치즈들이 아기자기하고 화려한 패키지에 쌓여 관광객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트리플이나 마늘이 들어가거나, 심지어 와사비 맛이 나는 치즈까지. 지인의 네덜란드 친구의 얘기를 빌리면 기본적으로 내수용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치즈는 클래식한 플레인 치즈들이고. 관광객이나 해외 수출을 위해 불과 몇 년 전 부터 다양한 맛과 조합의 치즈들이 생산되었고 거대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점유율이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어느 나라 어느 산업에서도 대기업의 마케팅과 물량공세는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음을 새삼 느낀다.




꽃시장 바로 맞은 편은 각양각색의 치즈를 파는 상점들이 대부분이다.



화려하고 깔끔하지 않아도 옛 그대로의 모습이 운치를 주는 골목은 암스테르담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이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현재를 덧칠해 나가는 생활 모습에 경외감을 느낀다.




꽃시장에서 예쁘지만 향기가 없는 꽃 한 송이를 샀다. 금방 질리겠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니던가, 예쁘다고 모두 매력적이지 않음을 얘기하면 자격지심인가.




길다랗고 좁은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의 암스테르담의 건물들은 지인의 얘기를 듣기 전까지는 어렴풋이 내 눈이 이상한가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그도 그런 것이, 사진을 찍으면 온통 균형을 맞추지 못한듯 건물들이 비뚤비뚤하다. 또 건물을 기준삼아 사진을 찍으면 사람이 한쪽 어깨를 푹 내린 채 균형을 잡지 못한 듯하다.


왠만한 건물들은 도로변을 향해 기울어져 있다.


네덜란드의 기반이 좋지 않아서라는 설도 있고, 가구를 옮기기에 문이 좁아서 외부에서 끌어 올려 창문으로 가구를 넣기 위해서 라는 설도 있고 구글링을 해 보아도 "이게 바로 그 이유입니다."라고 정의 된 것은 없다. 건물 벽면에 걸쇠가 많은 것도 줄을 고정시켜 무겁고 커다란 물건을 옮기기에, 또는 운하에 배를 정박시키기위해 등의 이야기가 많다.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들었다. 


주말에 좋은 날씨가 더해져 어딜가나 사람들이 가득했다.


그렇다고 운하 옆에서 맥주 한 잔의 기회를 놓칠 수 없지, "정말 우리 어디 가서 맥주 한잔에 뭐라도 먹자"하고 갈만한 곳을 찾아 5km는 걸었던 심리적 체감을 뒤로 하고 운 좋게 엉덩이 커다란 유럽 관광객 아주머니 단체들 사이에 끼여있는 테이블을 발견하고 비집고 들어가 또 그 좁은 공간에 둥지를 틀었다. 마침 점심시간이 지난 터라 점심 메뉴는 주문할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맥주와 곁들이는 더치 스낵인 "Bitterballen"을 주문했다. 밋볼을 튀겨낸 것으로 생각하면 쉽지만 맛은 상상과 다르다.


정말 맛있다


찬사를 연발했다. 주문한 맥주와도 완벽한 핏(Fit)이었다. 보통의 카페나 바에서 바스낵으로 판매되는 이 아이는 겉은 바삭하고 한 입 베어물면 열기가 '팍'하고 입 안 전체에 퍼지는 게 조심히 먹어야 한다. 머스타드와 함께 제공되는 게 보통이라고. 많은 곳들은 주문하면 동글동글 비터발렌에 네덜란드 국기가 꽃혀저 더욱 귀엽게 제공된다며 지인이 아쉬워 했다. 맛있었으니 아무렴.


네덜란드를 떠올릴 때 "하이네켄"을 생각했는데 정작 암스테르담에서는 로컬 브루 에일 맥주를 더 많이 보고 맛보게 되었다. 맛도 좋고, 상업화 되지 않은 진정한 이 곳의 맛이 더욱 좋았다. 뱃놀이 나온 수많은 사람들, 저 많은 보트들이 어떻게 저 좁은 운하에서 사고 없이 다닐 수 있을까를 궁금하게 만들었다. 날씨에 취해 술에 취해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여유가 넘치고, 암스테르담이라 그런지 자유도 넘치는 모습이었다. 타인을 신경쓰지 않고 즐기는 모습은 사뭇 영국과 달랐다.






삼십대 미혼 여자 둘의 이야기에 젊고 훈훈한 남자 연예인 이야기는 가끔 등장한다.

SNL에 출현했다는 로꼬의 3분 남자친구를 갑자기 암스테르담에서 시청하며 흐뭇해 한다.


도시의 개성이 주는 매력

암스테르담에 도착하기 전에 미쳐 알지 못했던 매력은 한순간 내게 커다란 존재로 다가왔다.

나는 어딘가를 경험할 때 "궁합"이라는 걸 생각하는 사람 중에 한 명이다.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의식의 흐름 속에 여유를 잃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은 내가 이상적으로 추구하는 모습이었고, 그런 면에 있어 이 곳 암스테르담은 나의 이상과 절묘하게 겹쳐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매력적인 도시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특히 도시 곳곳의 그래피티와 주거 인테리어, 상점들의 물건 배열 등과 같은 시각적으로 보이는 곳에서의 그들의 심미성은 태생이 예술가인냥 느끼게 할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화려함 보다는 자연스러운 개성과 멋이 느껴졌고, 도시 곳곳에 그 모습들이 조화를 이루니 공간 전체가 예술적 공간으로 보여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젊음과 자유가 조화로운 곳, 암스테르담에 들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