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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주 Feb 19. 2017

나를 사랑한 시간, 포르투갈

그림책마을 포르투의 낭만

그림책마을 포르투의 낭만

포르투(Porto)를 이미 10여년 전에 다녀온 대학 동창들에게 물었다. "한 나흘 가서 쉬고 오려는데......" 주위에서 말린다. 이틀이믄 쉴 거 다 쉰다고. 자그마한 도시에 바다에 나가 서핑을 즐길 것 아니믄 오래 머무를 필요 없다나.



그래서 예쁘다고 소문난 도우루 강변(River Douro)을 거닐어 볼까 싶어 움직였다. 포르투는 동네 전체에 예전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 특히 도우루 강 바로 위쪽인 리베이라 지역(Praca da Ribeira/Ribeira District)은 UNESCO지정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그 신비함과 아름다움은 어딘가에 숨어있지는 않았다. 발길 닿는대로 걸어다니면서 느낄 수 있다. 가로등에 풍향계도 아기자기하다. 이슬람 문화가 믹스되어 도시 곳곳에 건물들은 꽃이나 독특한 문양의 타일들이 부착되어 있는 점이, 건축양식은 스페인 프랑스 등과 흡사하나 조금은 특별한 이 곳 만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바람 한 점 없이 햇살이 내리 쬐는 포르투갈의 3월 초 날씨, 오래된 건물들이 만들어준 그늘로 걸으니 딱 우리나라의 봄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다. 

이곳은 이미 봄이다. 걷다보니 버스 정류장이 있어 노선을 쓰윽 살폈다. 나는 도우루 강 이남으로 가서 리베이라 지역을 눈에 담고 싶었다. 강을 넘어가는 버스가 있나 보니 Sao Bento앞 정류장에 대부분의 버스들이 강을 넘는다. 공항에서 티켓을 구입할 때 1-day 프리 티켓을 샀기에 지하철이나 버스 모두 7유로에 이용이 가능하다.


Ponte de Dom LuisⅠ(Dom LuisⅠ Bridge)


파리의 에펠탑을 횡대로 엎어뜨려 놓은 듯한 다리를 기준으로 왼편은 리베이라 지역(Ribeira), 우측은 수 백년 전통의 정통 포르투(Porto)와인셀러들이 모여있는 빌라노바데가이아(Vila Nova de gaia)지역으로 나뉜다. 에펠탑을 설계한 구스타브 에펠(Gustave Eiffel)에 의해 탄생한 이 다리는 위로는 메트로가, 아래쪽으로는 자동차와 보행자들이 지나다닌다. 밤이되면 더욱 심한 풍경깡패로 포르투의 야경을 책임진다는 이 곳.



정박되어 있는 배들은 각각의 와인 셀러들의 소유이고, 예전부터 배를 통해 와인을 운반했다고 한다.


보기만해도 아름다운 아기자기 리베이라 지역. 동화에서나 봄 직한 풍경이다.


강 이남은 와인 셀러들이 모여있고, 와인 샵에서도 테이스팅을 하고 구매를 할 수 있다. 구매 없이 테이스팅만 하는 건 고객의 특권이랄까. Sandeman, Calem, Graham, Kopke 등 30여 대형 포르투 와인 생산지들이 이곳에 밀집해 있다. 위스키 블랜딩에 투명하고 영롱한 빛을 띄는, 보통의 와인과는 차이를 두는 기본 Alchol 20%인 특별한 포르투 와인. 생각만해도 입맛이 다셔진다. 

굽이굽이 골목길을 따라 언덜을 오르며 바라본 전경. 수백 년의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지붕들이 괜히 운치있게 느껴지는 건 나만인가.

골목골목은 관광상권이 아니기에, 사람은 없다. 빈집도, 폐허도 많이 보여서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하다.


강가에서 도시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허기를 달래고 싶었으나, 리베이라 지역 쪽으로만 레스토랑들이 즐비해 있어 '고작 한 정거장을 버스를 기다려서 타야 하나, 아니면 고소공포증을 억누르며 다리를 건너야 하나' 고민을 잠깐 사이 하고는 다리를 건넜다.


생각보다 보행자를 위한 곳은 폭이 좁다. 반대편에서 사람이 오면 잠깐 차도로 한 사람은 내려서 피해주어야 할 정도이니 아예 다리 난간 끝에 붙어서 걷는 꼴이다. 강바람이 불어오니 다리가 후들거려 한 5분 정도 걸었는데도 등에 식은땀이 내렸다.




어서와, 이런 문어 맛은 처음이지

어찌됐든 저찌됏든 어디를 들어갈까 하다, 2층에 은근히 허름함을 풍기는 손님이 없어보이는 곳에 자리를 잛았다. 생맥주 한 잔과. 문어 필레가 있길래 주문했다. 포르투갈하면 대구와 문어, 닭요리는 무조건이다. 식전 빵 등장. 서비스처럼 제공되나 모두 유료이다. 먹으면 계산서에 추가된다. 포르투갈 맥주 수퍼복이(Super bock) 등장했다.



문어요리가 등장했다. 샐러드와 라이스, 칩스와 함께 풍성한 구성이다.

문어가 튀김옷을 입어 생선까스 처럼 보이나, 칼질을 하는 순간 "?" 부드러운 소고기 안심을 써는 느낌이 들었다. 무언가 푹신하고 두터우나 칼로 썰어내는 동안 손으로 전해지는 느낌은 전혀 질기지 않다. 정말 맛있다. 문어가 또 이런 맛이 나는구나.




닭고기가 아니라 문어다.

포르투갈 사람들이 주식으로 즐겨 먹는 대구와 문어 중에 나의 점심인 문어휠레. 촉촉하고 부드러운 문어살이 매력이다.


맛있고 예쁜 포르투 여행. 시작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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