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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주 Feb 19. 2017

포르투의 밤

와인과 빵의 도시에서 낭만 야경을

행복을 찾아서


 삼십대 평범한 직장 여성의 일상 탈출 여행은 하찮아도 단 두 가지만 지키면 그만이라는 목표로 다져져 있었다. 


맛있는 것 먹고 마시기

새로운 곳에서 신선한 공기 마시기 


거창한 것 하나 없는 여행에 행복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귀가 호강하는 음악을 듣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 한권 들고 볕이 좋은 곳에서 나의 시간을 보내는 게 행복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해야할까.


서른이 되던 해에, 나는 처음으로 '행복'에 대해 고민했다.

정말 쉬운 단어인데 내 입을 통해 뱉어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나는 행복해"

"행복하고 싶어"


따위의 말조차 나는 뱉어내지도 또 머리 속에 보관하지도 않았었다. 정확하게 표현해서 "행복"이라는 존재에 대한 관심이 없는 삶을 영위하는 것이 당연하듯 여기며 지내왔다. 처음으로 회사라는 곳을 나와 2주 동안 파리에 혼자 머물며 나는 '행복한 삶'에 대한 것을 생각해보곤 행복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스스로에게 해보았다. 그리고나니 내가 지금껏 다른 표현으로 나의 행복을 표출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맛이 좋은 음식을 먹었을 때("정말 맛있다"), 좋은 사람들과 시간을 함께 했을 때("오늘 즐거웠어"), 가슴이 시큼해지는 글을 읽었을 때("감동적이야") 등등의 그리 특별하지 않은 순간에 내뱉었던 모든 말들이 "나 지금 행복해"를 표현했음을. 그 속에서 유독 내가 맛있는 음식과 낯선 환경에 크게 반응하는 것을 알았다. 

낯선 환경에서 내가 만족할 음식을 맛보는 것. 이것 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함을 느끼는 내가 여행을 즐기는 이유가 된다.



포르투에서 낭만 야경

포르투의 야경깡패라던 도우루강의 돔루이스 다리는 바로 이 모습이다.

Frango de Pedro였나? 빼드루씨의 치킨집에서 전기구이 치킨 한마리 먹고 도우루 강으로 슬슬 걸어 내려와 낭만 야경에 빠지니 와인이 빠질 수 없다. 강변을 보면서 마시자고 해서, 강변에 가니 와인 가격이 깡패다. 아니 포르투 와인은 한잔 가격이 한 병 가격이다. 포르투갈에서는 왠만한 레스토랑이나 바에서 "와인"을 주문하면 "포르투 와인을 마실거냐"고 주로 묻는다. 일반 하우스와인과 가격과 맛이 전혀 다른 포르투 와인. 아 포스팅하면서도 군침돈다.


어찌됐든, 현지에서 만나 조인한 일행이 트립어드바이저로 포르투에 바를 검색해서 찾아간 이 곳, Bar& Cafe 겸 한켠에서 옷과 악세사리 등을 판매하는 재미난 곳이다. 보통의 바와 다르게 밝은 분위기로 커플보다는 친구들끼리 오는 사람들이 더 많아보였다.

와인을 주문할 때 포르투 와인의 리스트가 있어 다양한 브랜드의 와인을 마실 수 있다. 모든 와인의 테이스팅이 가능하고 한 잔씩 주문할 때도 테이스팅을 할 수 있어 편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이다.


와인을 한 세 잔 마셨나 싶다. 얼른가서 자야지.


부킹닷컴(booking.com)에서 예약한 아기자기하게 깔끔하면서 귀여운 방. 수놓인 듀베가 귀여웠다. 난방 빵빵하고 욕실 설비가 신규로 완비되어 있고 온수 콸콸콸이 마음에 들었다. 씻고 와인 한 잔 더 하고 TV를 보고싶었으나 기절해서 잠이 들었다.

포르투에서아침을


아침식사는 아침 7시반 부터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 조식을 먹고 바로 근처 시장인 메르카두지볼랴옹(Mercado de Bolhao)을 싸악 구경하고 돌아와 짐을 쌀 예정이었다. 그러나! 새벽 내내 비가 부슬부슬 내리더니 아침에도 빗줄기는 상당했다. 아 몰라. 아침부터 먹자고.



브라질에서는 아침식사가 cafe da manha, 포르투갈에서는 pequeno almoco. 직역하면 작은 점심이다. 럴수 럴수 이럴 수. 안그래도 "여기서 내 포르투갈어 발음을 교정받았다"고 대학동창에게 투덜대니 "아침식사 단어가 달라서 나는 점심도 주는 줄 알았어"라는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었다. 하하하 단어는 "작은 점심"인데 이게 아침식사라는 뜻이었구만. 재미있다.

빵의 예찬론

'빵'이라는 단어는 일본에서 전해졌지만 일본인들은 포르투갈어 '빵(Pao)'에서 따온 게 맞지?라고 생각하며. 조식은 일반 부페식인데 다른 나라에서와는 조금 특별하게 다른 점이란. 빵 종류가 14개 정도? 세상에나 마상에나. 뭔 빵이 이리 많나 싶다가도 빵성애자가 아닌 나로서는 두어 개만 집어 들었다. 커피 한잔에 빵 하나를 집어 뜯어 한 입 먹자마자 "?"


신.세.계


포르투갈은 빵이 맛있다는 얘기를 귀에 딱지 않게 들어왔는데, 이건 말로 설명할 수 없다. 겉의 바삭함이 안에 폭신폭신 부드럽고 담백한 맛을 껴안고 있다니. 담백함이 달달함과 느끼함을 날려버리는 이 매력. 사진에 크로아상 모양이나 반질반질 노란 건, 옥수수가루를 섞은건지 샛 노란 반죽, 아 정말 맛있다. 나는 행복하다. 빵보다는 밥이라는 '밥'부심을 부르짖던 내가 앉은 자리에서 8개 정도의 빵을 먹은 듯하다.


특별한 맥도널드


일단 시장은 조금 뒤에 가는 걸로하고, 숙소 바로 근처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맥도널드라고 전해지는 포르투의 맥도널드매장에 갔다. 포르투 시내의 정 중앙 시청 앞 알리아두 거리(Avenia do aliado)에 있기에 찾기도 쉽고 접근성도 좋다.


아니 맥도널드가 다 맥도널드지. 뭐가 아름답다는 게냐.


라는 생각으로 갔다. 결론은. 그냥 오래된 건물 내부에 입점해서 스테인드글라스와 화려한 조명을 유지한 인테리어를 말한 듯하다. 내눈에는 그냥 맥도널드 인걸로.

어제는 강변쪽을 둘러보았으니 비는 내리나, 북서쪽을 둘러봐야지! 곳곳에 보이는 포르투갈어들이 눈에 띄고, 아 감회가 새롭다. 가게 이름이 떼레지냐(Teresinha)다. '브라질에서 같이 살던 엄마 이름인데......' 잠시나마 엄마 생각을 떠올렸다.

쇼핑거리에 다다랐다. 세계 6대 카페라는 cafe majestic은 앞에 공사중에 아침 9시에도 내부에 사람이 바글바글, 관광객의 천국이다. 굳이 비오는 날 비를 맞으며 들어가야 하는 욕구가 들지 않아 스킵했다. 1920년대 빈티지 살롱데카페. 해리포터의 작가 J,K,Rowling이 이곳에서 커피를 시켜두고 원고 초안을 작성했다는 얘기까지 전해지며 유명세를 더욱 높였으나. 해리포터도 세계6대 카페도 나에게 호기심을 주지 않기에 밖에서 분위기를 훑고 스쳐지나갔다.



곳곳에 악세서라이즈나 claire's같은 숍들이 많으나 가격도 정말 저렴하고 약간 동유럽 브랜드 체인점이라고 해야하나? 영국이나 독일에서는 구경도 못해본 초저가 숍들이 많이 눈에 띈다.



비가 그쳤으니 슬슬 볼랴옹 시장으로 향해 봐야지. 볼랴옹 시장은 bolhao역에서 바로, Avenida do aliado 거리에서 걸어서 10-15분, cafe Majestic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고 월-토 아침 6시에 문을 여니 가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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