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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주 Feb 20. 2017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되겠습니까

말 그대로의 행복한 삶을 위한 나의 선택


내가 나에게 선물하는 꽃. 시작을 축하해


한국에서의 생활이 어느 새 다섯 달이 지나가고 있다.

작년 가을에 영국에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골수에 종양이 발견된 엄마의 수술이 심장 쪽에 발생하는 부작용으로 인해불가능하다 의사선생님께 이야기를 전달 받은 가족들은 내게 귀국을 권했다.

 

영국에 건너가 생활한지 일년 반 만에 나는 대한민국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 동안의 겪었던 한국에서의 직장생활에 견주어 적은 업무량과 어렵지않은 일들이 단조로움을 느끼게도 했지만, 나에게 주어지는 스무 날이 넘는 휴일을 만끽하고 새로운 인연들과시간을 보내던 생활을 정리해야만 했다.

새로운 삶을 살아야 했다.


가족이 내가 가진 인생에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부인할 수 만은없는 이야기지만, 

앞으로 하루가 됐든, 또수십 년이 됐든 가족을 동반하지 않은 나의 시간, 삶을 꾸려가야 하는 건 온전히 나의 생각과 결정에의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부분은 한편으로 커다란 무게로 다가왔다.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하고 싶은 일


대한민국에서 문과생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어렵사리 회사에 입사해 쌓은일이라고는 영업, 서비스 따위의 이력서의 한 칸을채우는 모호한 단어로 응축되어 버린다. 당연하지. 나는 전문직이아니니까. 그렇게 쓰여진 이력서를 가지고 다닐 수 있는 회사의 3대조건인 좋아하는 일과 대우, 그리고 출퇴근 거리를 고려하여 새로운 직장을 구해볼까도 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이게 아닌데.


대한민국에서 행복하게 살려면 무얼 해야하지?

운전을 하던 친 오빠는 나의 물음에 답이 없다. 한참을 2000년대 음악만이 무겁게 흘러나오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도행복하지 않아. 그냥 사는 거지."라고 나보다 이십개월 먼저 태어난 나와 같은 핏줄의 남성이 읊조리듯 말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건너가 십 개월 남짓 독일에서 생활하면서 나는나의 이야기를 글로 옮겼다.

영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줄 한 줄 써 내려갔다. 처음에는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중간에는해외에서 지내며 경험한 일들을, 그리고 지금은 나의 일상을 적다 보니 꽤나 많은 글이 모였다. 나는 그 동안 차곡차곡 쌓여진 나의 이야기의 매듭을 짓고 또 다른 생활을 맞이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면서 한국으로 돌아와 출판과 편집에 필요한 디자인을 배우기 시작했고 나비효과처럼 이런 작은 생각과 행동은내게 뜻밖의 의미가 되어 다가왔다. 


수업에 기초가되는 그래픽 프로그램들을 배우기 시작하며 일러스트를 접하며 나는 그 느낌이 어떤 것이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분명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을 그리는 것만으로, 또 무언가를 어떠한 방식으로 시각화 시켜 표현할지를 상상하는 것만으로 가슴이 뛰고 단박에 몰입이 되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니 약속이 없는 날에는 식사 때를 놓치기 일쑤였다.

 

그림을 그리면, 

적어도 내가 십 년은 넘게 행복이란 걸 질리지 않게 느낄 수 있겠다는생각이 떠올랐다.



유명 연예인이나 사회적으로 돋보일 수 있는 정도의 성공한 사람들이 언론에 나와 흔히들 말한다. 현실을 위해 꿈을 포기해야하는 순간에서도 자신의 꿈을 지켰다고. 어디까지나 누군가에게 성공이라고 인식되는 정도의 성과를 얻은 자들의 시련과 고통은 아름답게 포장이 된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패배자 혹은 사회 부적응자라는 긍정적이지 않은 시선과 인식이 뒤따르는 게 적지 않으니 무언가를 시작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배부르지 않아도 첫 술을 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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