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DRAW N WRIT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주 Apr 11. 2017

내겐 너무 낯선 그대



얼마 전부터 내 집 앞에 정체 모를 누군가의 흔적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루 걸러 하루, 새까맣고 동글동글한 흔적은 아침에 일어나 상쾌한 기분을 만끽하려 현관 문을 열 때면 정면으로 바닥에 있다.


개야? 고양이야? 아니면...사람이?


처음 그것을 마주했을 때는 나도 모르게 "어우"하며 크게 소리를 질렀다.

삼십 년이 넘게 살아 오면서 반려 동물을 키워 본 적도 없고, 지인들의 고양이나 강아지가 일을 보는 것 또한 실제로 목격한 적이 없기에 내게는 시각적으로 꽤나 큰 충격이었다.


한국에 돌아와 <옥탑 살이>라는 것을 처음 시작했다. 겨울은 상상하기 싫게 추운 날의 연속이었고 오로지 탁 트인 시야에 따뜻한 햇살 드리우는 봄 날을 기다리는 기대와 즐거움으로 긴 추위를 버텨온 터였기에, 이 예상 못한 봄 날의 침입자로 인한 불쾌함은 억지로라도 지워버려야 했다. 이게 왠걸. 이틀 뒤에 또 다시 아침에 나는 누군가의 흔적을 발견하며 아침을 맞았다. 같은 위치이다. 저번과 같은 위치에 거뭇한 그 흔적. 일회용 나무젓가락으르 가지고 나와 비닐 봉투에 담아 휴지통에 넣었다. 억지로 지워버린 지난 날의 불쾌함이 불과 이틀 만에 다시 되살아 났다.


나는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지인에게 연락을 했다. 사람보다 느리고 여유 있는 걸음으로 동네 골목길을 어슬렁 거리는 길 고양이들을 자주 마주쳤기에 나는 우선 침입자의 존재를 고양이라고 단정지었다. 내가 자초지정을 설명하니 친구는 은근 슬쩍 귀찮은 일거리가 될 수 도 있다는 말투로 "고양이는 한 번 자기 영역을 만들고 나면 그 뒤에 계속 그 자리에 처리를 할 거야. 너 그렇게 되면 큰 일이다."라며 식초를 뿌려두라는 말도 덧붙였다. 고양이는 신 것을 꺼리기에 식초나 레몬즙 등을 뿌려두는 게 방법이라고, 친구와의 대화를 마치고 인터넷을 검색하니 친구의 말과 동일한 내용의 글들이 올라와 있었다. 나는 주방 찬장에 있는 식초병을 가지고 옥상으로 나와 곳곳에 찔끔찔끔 식초를 뿌려댔다. 그리고 삼 일이 지난 지금. 아직까지 침입자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길고양이 똥 못 싸게 하는 방법, 나는 너무도 유치하고 저속한 표현으로 인터넷 상에서 검색을 했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와 관련된 글을 블로그나 까페에 적어 두었다는 것에 적잖이 놀랬다. 역시. 내게는 새롭고 낯선 것도 누군가에게는 낯설지 않은 지극히 평범한 것일 수 있다. 아무 것도 아닌 일에 내가 너무 호들갑을 떨지는 않았나 창피함이 밀려왔다. 태어나서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고, 아빠 엄마라는 단어를 내뱉으며 말을 떼고, 학교에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회사에 들어가 직접 돈이라는 것을 벌고, 여행을 다니며 금발 머리에 초록 빛깔의 눈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이런저런 일들은 모두 내게 새롭고 낯선 일들이었다. 셀 수 없이 많은 낯선 사람과 행동, 사건들을 마주하면서 우리는 낯선 것에 조금은 태연해지는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것도 매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