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받은 팔찌를 하나 손목에 차니 기분이 좋아지더라.
계속해서 만지작거리고 쳐다보고 또 사람들이 예쁘다고 하면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더라고.
예쁜 팔찌를 보면 손목에 끼우기 시작했지.
손목이 뻐근하고 묵직한 게 유난히 느껴지던 어느 날, 문득 손목을 쳐다봤어.
하나 둘 손목에 걸기 시작한 것들이 주렁주렁 거추장스럽게 얽혀있는 모습에 더 이상 기분이 좋아지지 않더라고. 처음에 하나 둘 손목에 걸어 둘 때는 내가 애정을 쏟았던 것들인데, 숫자가 늘어나니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도 기억을 하지 못하게 된 거야. 또 손목이 갑갑하고 묵직하게 느껴지는게 유쾌하지 않게 된 거지.
그래서 가장 내게 잘 어울리고, 또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가지만 남긴채 모두 잘라 버렸어.
오랫동안 간직했던 것도 꽤나 값이 나가는 것도 심지어 사람들이 내게 잘 어울린다고 했던 것도 이제는 단지 내손목을 무겁게 만드는 존재가 되어버렸거든.
아깝다는 생각도 들고 아쉽기도 했지만, 하나 남은 팔찌가 단출하게 내 가느다란 손목에 남아있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니 다시금 기분이 좋아지더라.
내가 놓아 버린 것들에 대해 미안할 필요도 없어. 어차피 그것들은내가 아닌 누군가에게 애정을 받을 존재이고 물론 지금도 사랑 받고 있을 거야. 이런 생각도 모두 쓸데없는 오지랖이지.
임경선 에세이 <태도에 관하여>중에서
경선: 사실 우리가 살면서 인간관계가 많이 필요한 게 아니잖아요?
현철: 정신의학에서는 한 사람하고만 친밀하면 돼요. 한 사람 앞에서 나의 모든 것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으면 인간관계에 관한 한 건강한 사람으로 봐요. 전화번호부 목록에 이름이 많은 게 좋은 게 아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