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기타의 삶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주 Jun 01. 2017

나의 아름다운 도시, 파리

(a.k.a 사진으로 담아낸 어느 도시의 추억)



같은 곳을 여행하는 이유

독일에 있는 동안 나는 사시사철 파리에 들렀다.

달력을 가지고 셈을 해보니 정확히 이십사 일을,삼주가 조금 넘는 기간을 파리에 머물렀다.

삼십 년을 넘게 살면서 고작 삼 주의 위안을 받았지만 지금도 나는 그 존재가 내게 준 위안의시간을 소중히 여긴다. 같은 시간과 비용으로 가보지 않은 다른 곳을 여행하라며 주변에서 충고 아닌 잔소리를 늘어 놓을 때면 그저 웃기 바빴다. 열흘 혹은 보름이라는 시간을 어렵사리 만들어 저 멀리 대한민국에서 열 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유럽에 도착하면 서너 나라, 엄밀히 말해 서너 국가들의 대표적인 관광 도시를 다녀 가는 것이 당연한데 내가 그렇지 않음에 의문보다는 채근이다.



비행 시간으로만 40분, 고속열차로 세 시간, 승용차로 여섯 시간이면 도착하는 파리는 내가 지난 여름 2주라는 시간을 머물며 많은 것을 느끼고 그 동안의 나를 만나고 앞으로의 나를 생각하도록 충분한 분위기와 자리를 마련해 준 도시이자 내게는 커다란 존재이다. 이 거대한 존재는 매 번,매 순간 내가 마주할 때마다 나에게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기에 보는 것만으로, 함께 하는 시간 만으로도 일상의 위안이 되고 비타민이 되어준다. 누군가는 쇼핑으로, 미친 듯이 큰 소리 내어 울면서, 구역질이 올라 오도록 무언가를 먹으면서, 또 한없이 걸으면서, 누군가를 욕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거나 걱정을 해소시키지않나. 그러한 무언가라는 존재가 내게는 파리이다.



어떤 이에게 여행은 새로운 곳을 탐험하는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여행은 스스로에게 위안을 받는 것일 테다.


장소는 중요하지 않다.

시간도 더더욱 신경 쓸 게 못 된다.

타인의 생각 역시 무의미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첫 독일 남자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