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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주 Jun 16. 2017

옥상일기, 수확하는 즐거움





옥상에 <텃밭>이라는 이름으로 식물을 하나 둘 키우기 시작하면서 생각지 못한 분주함이 생겼다.


D+40, 첫 열매의 기쁨

4월 18일에 방울토마토모종을 구입하여 40일 만에 열매를 수확했다.

열매가 맺히지 않아 걱정을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새 하루가 다르게 열매가 맺히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줄기가부러질까 걱정을 하게 됐다.

나란 여자.



토마토가 잔뜩 열려 방울방울 크기를 키워감에도 붉은 기운이 감돌지 않으니 또 다른 걱정이 시작됐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줄기가 상하진 않았는지 살피고, 잔가지가 많이생겨 열매에 양분이 가지 않을까 곁순은 볼 때마다 떼어냈다. 그리고는 5월의 마지막 주말. 아침에 일어나면 현관문을 열고 기지개를 켜면서 텃밭으로 향하는 습관이 생긴 내 눈에 빨갛게 익은 방울토마토가 들어왔다.서너 알 정도는 되어 보였다.

짜릿함보다 왠지 모를 뿌듯함이 피어 올랐다.











[반려]: 짝이 되는 동무 


"반려동물 키우세요?"

"아니요, 전 반려식물 키워요."

"반려식물이라더니, 그걸 먹어요?"


<반려식물>이라는말을 사용하게 됐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며 마주하고, 물을주고, 잡초나 곁순을 제거하고, 줄기가 옆으로 누울 때면막대를 세워 하늘을 향해 곧게 설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일을 하게 되니 생각보다 그들과 함께하는 순간이 많아졌다. 

식물은 키우는 사람의 정성으로 큰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키우는사람의 정성에도 불구하고 자연재해나 부득이한 사건사고로 식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할 때의 재배자의 속상함을 겪어보지 않아 공감할 수 없지만 이해는 할 수 있게 됐다.

엄마에게 받아 온 3주의 가지 모종 중에 가장 비실대던 아이가 영문도모른 채 말라 땅으로 고개를 떨궜다. 죽은 건지 알 수 없었다. 싹이난 감자를 둘로 쪼개어 화분에 넣어두고 2주가 지나니 잎이 자라나기 시작했는데 그 옆에 죽은 것처럼보인 가지 모종을 함께 묻었다. 매일 아침 텃밭에 물을 주면서도 죽어가던 아이를 신경 쓰지 않게 되었는데, 3주가지난 지금에야 깨달았다. 감자 옆에서 곧고 싱그럽게 가지 모종이 자라나고 있음을 말이다.




D+60, 누군가의 성장이 주는 행복

텃밭이라는 말이 거창하지만 네모 각진 조립식 텃밭 화분을 셋 주문하고 집에 있는 화분과 각종 플라스틱 포장 용기를재활용 해(바닥에 구멍을 조금씩 뚫고 깔망을 깔음) 식물을심어가니 어느새 종류도 다양해졌다. 그만큼 물을 주고 하나하나 살피는데도 시간이 꽤 걸리기 시작했는데 보는 재미와 기쁨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좋다. 그들의 성장이 내게행복한 시간을 선물해주는 것 같다.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 것에도 행복을 느끼고 죽어가던 아이들이 살아나보다 더 튼튼하게 자라나는 모습을 보는 것에도 뿌듯함과 고마움을 갖게 되었다.



2017년 6월 16일 현재 옥상 텃밭 내 식물 재배 현황


상점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훨씬 작고 연약해 보이지만 매 끼니에 맞추어 텃밭에서 재료를 골라 식탁 위에 올리는것 즐거움 만으로 충분히 맛이 배가 된다.

어릴 적에는 이해하지 못하던 엄마의 모습들을 하나씩 이해해가기 시작했다. 이사를갈 때마다 굳이 무거운 화분들을 버리지 못하고 챙기는 엄마, 꽃이 피는 날이면 가족끼리 식사를 하는동안 온통 꽃에 대한 얘기로 한참을 이야기 꽃을 피우던 엄마, 식물이 말라 죽을 때마다 하루 왠 종일극도로 예민해져 있던 엄마. 엄마는 수십 년을 그렇게 반려 식물을 키우고 계셨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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