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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패티 Aug 02. 2020

2020.7.27

코로나 일기

글을 쓰는 사람이 많다.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글을 쓴다.


세상에 대고 하고 싶은 말도 쓰고, 나 스스로 다짐하고 싶은 말도 글로 쓴다.

그리고 내게 공부하는 분들에게 미처 못다한 말도 글로 쓰고,

그들 중 꼭 한 사람에게만 말하고 싶을 때도 글을 쓴다 . 

문득 떠오른 근사한 생각을 기록하기 위해서도 글을 쓰고

해서 버릴 말도 글로 쓴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없어서도 글을 쓴다.

분노로 심장이 터질듯 할 때도 글을 쓰고

기뻐서 날아갈 것 같을 때도  글을 쓴다.

말로 할 수 없을 때도 글을 쓰고

말을 하고도 남은 말을 글로 쓰고 

글을 쓰고도 미진할 때 또 쓴다.


눈물나게 그리울 때 그립다는 말를 할 수 없을 때도, 

그리운 것을 그리운대로 남겨두기 위해서 글을 쓴다.

사과를 해야할 때도 글을 쓰고

미안하고 미안해서 얼굴 볼 수 없을 때도 글을 쓰고

고맙다는 말을 해야하는데 그 말이 간지러워 못할 때도 글을 쓴다.


무엇을 새로 하기 어색한 시간에도 글을 쓰고

하던 일을 마치고 시간이 조금 남아도 글을 쓴다.

일을 하기 위해 책상에 앉아서 일하는 몸을 만들기 위해서도 글을 쓰고

일과를  끝내고 하루의 마무리도 글로 쓴다. 


저녁빛이 깊숙이 들어오는 식탁에 앉아서 그 빛이 좋아 글을 쓰고

날아가는 기러기 떼를 바라보며 글을 쓰고

먼 비행기 소리를 들으며 떠나고 싶을 때도 글을 쓴다.


산책길에서 예의없는 산책자를 만난 까질한 기분을 쓰고

길고양이 돌보는 청년을 보고 온 날도 글을 쓴다.


그리고 또...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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