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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패티 Jan 14. 2021

[독서모임]과학책, 무엇을 어떻게 읽을까

화요일밤에 랜선으로 모여 책읽는 사람들


의기충천, 득의양양 독서모임을 시작해 여섯 번째 모임을 열고 순항 중이다. 이번 주 읽은 책은 <고마운 미생물, 얄미운 미생물>(2005. 천종식, 솔)이다. 이 책 최재천 교수의 <통섭의 식탁>에서 가지를 친 도서이다. 미생물을 확대한 컬러 그림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어 화려한 데다 제목은 어린아이를 위한 책처럼 정답기까지 하다. 게다가 목차를 보면 여섯 개의 주제 아래 빼곡한 작은 제목,  각 2,3쪽에 압축하여 내용을 정리한데다 다양한 그래픽이 거의 모든 페이지마다 들어 있어 실제 읽기에도 부담이 적다.


회원들은 발표 자료를 대부분 모임 날 모임에서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 올린다. 그러면 나는 모임이 열리는 저녁 9시가 가까운 시각까지 모든 자료가 올라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료를 내려받아 하나의 문서로 만든다. 모임이 시작되면 한 주간의 근황 토크를 짧게 나누면서 모든 회원들이 줌에 입장하기를 기다린다. 나는 대개 30분 전에 줌 회의 초대장을 단톡방에 올려서 모임 시간이 임박했음도 함께 알린다. 모임이 열리면 내려받아서 하나의 문서로 만든 자료를 공유하면서 회원들은 자신의 자료를 발표하고 토론한다.


<촌종식 교수의 미생물 특강-고마운 미생물, 얄미운 미생물>(천종식, 솔, 2005)

책을 추천한 회원의 총론적 정리와 여섯 개 주제를 여러 사람이 나누어 정리해서 발표하기로 했다. 읽기 어렵지 않고 재미도 있으나 읽고 나서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에 대한 걱정들이 있었다. 어떤 것이 더 중요하다 덜 중요하다 구분하기 어려운 데다, 과학적 지식이 많지 않은 회원들로서는 걱정이 되었을 것이다. 나는 '새로 알게 된 것, 잘못 알고 있었던 것, 더 알고 싶은 것'등을 정리해서 발표하자고 했다. 회원들은 이미 미생물에 대해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들도 적지 않았을 터였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다룬 모든 내용을 다 알기도 어렵고 알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번에 책을 읽어서 알게 되었다 한들 관심이 많지 않은 내용은 단기간의 기억으로 저장되었다가 사라지고 말리라는 경험칙에서였다.



책의 전반부는 인류에게 이로운 미생물을, 후반부는 인류에 해로운 미생물을 다루었다. 몸에 사는 미생물, 음식에 들어 있는 미생물, 미생물을 이용하여 만든 백신 등에 대한 이야기와 사스, 메르스, 광우병, 그리고 조류독감을 다루고 있다. 조류독감을 이야기를 할 때 코로나 바이러스를 다루고 있다. 최근 창궐하여 감염자 약 1억 명과 약 200만 명의 사망자를 낸 코로나19 이야기까지는 다루지 못하고 있다.



미생물이라는 용어는 작다는 의미(micro)와 생물이라는 의미(organism)을 합한 것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생물이란 뜻이다. 미생물의 수를 정확히 파악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눈으로 안 보이는 것은 물론, 빠른 것은 20분 만에 자식을 낳아, 미생물 숫자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애당초 무리한 일이다. 미생물을 모두 저울에 달면 5만 조 톤에 달한다고 한다. 지구상 생물체 무게의 60%에 해당한다.


인류가 지구의 주인인양하지만 2020년에는 Covid-19로 9천만 명이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렸고 2백만 명이 사망했으며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는 등 속수무책이다. 14세기에는 흑사병으로 지구 인구의 1/4이, 19세기 초 1차 세계대전 중에는 스페인 독감으로 5천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한 종인 사스와 메르스의 위험에서 벗어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인류를 위협하는 것은 외게 침공도 아니고 지진이나 화산 같은 거대한 작용의 힘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생물이라는 사실이 당혹스럽다.


미생물은 지구상의 가장 작은 생명체이면서 또한 가장 큰 생명체이기도 하다. 작다는 것은 아는 바와 같지만 큰 미생물에는 34미터, 190톤의 대왕고래나 84미터 둘레 31미터의 캘리포니아 세쿼이아 공원 삼나무보다 큰 것이 있다. 스위스 알프스 국립공원에서 발견된 괴물 버섯이 그것이다. 가로 500미터, 세로 800미터로 35헥타르의 넓은 지역에 몸체를 펼치고 있다. 대략 축구장 8개 넓이만 하다. 참고로 지금 인류를 위협하는 코로나19바이러스는 그 총량이 1kg도 안된다고 하니,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게 아니라는 오래된 격언을 넘어 보이지 않아서 더 무섭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가장 혹독한 환경에서도 살아가는 생물이 미생물이고, 지구의 최초의 생명체도 미생물인데, 과학자들은 마지막 생명체도 미생물일 것으로 추측한다. 여러 가지로 최고 타이틀을 갖고 있는 생물이지만 인간은 그들을 잘 모른다. 최근 인류를 위협하는 코로나19만 해도 가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연구를 하고 있어도 그 실체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인간은 그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어 보인다.


미생물은 우리 몸 구석구석을 점령하고 있고, 생명 유지를 돕기도 하고 병을 일으키어 죽게도 하는 존재이다. 생명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로 인간은 이로운 미생물을 이용해 먹거리를 풍요롭게 만들기도 하고, 백신을 만들어 건강을 돕기도 한다. 반면, 탄저균과 천연두와 같은 나쁜 미생물을 이를 이용해 생물화학무기로 만들어 악용하려고도 한다. 전세계에서 창궐 중인 코로나19가 중국이 만든 인공 바이러스가 기원일 것이라는 소문도 이런 데서 기인한다. 책에서는 이미 멸종된 천연두 바이러스를 미국과 러시아가 보관하고 있다고 말한다.


사스, 메르스에 대한 설명은 최근 창궐 중인 코로나19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들 바이러스의 인간 공격은 인간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문제 해결은 인간의 탐욕을 줄이는 것만이 최선이라는 ㄴ결론을 얻게 한다. 최재천 교수가 주장하는 생태 면역이 이해되는 지점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을 두렵게 하는 광우병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광우병의 시작은 스크래치라는 피부병을 앓다 죽은 양에서 비롯되었다. 스크래치에 걸린 양을 도살하고 그 부산물을 양이나 소에게 먹여서 생긴 병으로 이 병은 광우병에 걸린 육류를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스크래치 양도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병으로 품질 좋은 양털을 더 많이 생산하려고 근친교배를 한 양에게서 발생했다.


한편, 저자는 과학자, 언론, 정부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는데, 광우병이나 조류독감을 그 예로 들었다. 조류독감을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바람에 소비자와 농가가 동시에 피해를 봤던 사례를 들려준다. 과학적으로 보다 정확히 소명해서 정부는 위험을 정확히 알리고, 언론은 이를 객관적으로 보도해서 엄한 피해를 막아야 한다.


과학책,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까. 과학책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해서 읽으면 좋다. 과학의 역사를 다룬 책, 과학자에 관한 책, 과학 지식과 정보를 다룬 책 등이다. 과학사에 관한 많은 책들이 있겠지만 박성래, 김영식, 송상용의 <과학사>(과학 전파사)를 추천한다. 서양 과학사는 고대 그리스 자연과학에서 시작하여 원자탄을 만들 수 있게 한 현대물리학까지를 개관하고, 동양은 고대 중국의 과학에서 인도, 일본, 그리고 한국의 과학 기술을 일별한다.

<과학사>(박성래 외,과학전파사)


과학사도 그렇지만 과학자에 대한 책이나 과학 지식과 정보를 다룬 책은 워낙 방대하여 한 권을 지목하기는 어렵다. 최근 대중을 위한 과학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나처럼 과학은 어려운 것, 전문가의 영역이라는 편견을 갖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다.



다음 과학책은 되도록이면 최신판을 읽을 것을 권한다. 과학지식의 발달과 변화의 속도가 워낙 빨라서 미처 쫓아가기도 어렵다. 물론 대중들에게 과학의 최신 정보가 꼭 필요한가 질문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왕 읽는다면 바르게 업그레이드된 책을 읽는 것이 좋지 않은가. 게다가 잘못된 정보를 알고 있다면 더욱 고쳐진 정보가 업그레이드 된 것을 읽어야 한다.



과학책을 읽기 시작할 때 참고할 만한 책으로 <어느 인문주의자의 과학책 읽기>가 있다. 과학책에 대한 서평이지만 과학계의 현재를 일목요연하게 보여 주는 책이다. 책 한 권을 읽고 그 책을 쓴 과학자들을 얼기설기 얽어 계보를 만들어 데이터화함으로써 과학에 관심이 많은 독자들에게 맥을 짚어 준다는 출판사 소개가 일리 있다. 과학책을 처음 읽기 시작한 사람, 무슨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막연해하는 독자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어느인문주의자의 과학책 읽기>(최성일, 연암서가,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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