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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패티 Nov 23. 2021

자기돌봄으로써 글쓰기

쓸데없이 진지한 일기


글쓰기 교실을 찾는 학습자 대부분은 여성입니다.

나이 고하를 막론하고 글을 쓰고 싶어하는 여성이 많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어요.



 그 날은  날씨가 좋아서 교실에서 공부하기 아까웠어요.

하지만 내 생각이 그렇다 해서 모두에게 나가 햇볕을 쐬며 산책을 하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서 차를 마시고 여건이 되면

스마트폰에서 시를 찾아서라도 시 낭송도 하자고 할 수는 없었어요.

계획에 없는 글제로 글을 쓰고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내 인생의 골든데이'였습니다.


15분간 짧은 글쓰기를 하고 마무리는 돌아가서 하자고 하면서 쓴 글을 함께 읽었습니다.

어느 분이 '김 oo'이 집 나간 날'이 자신의 인생 골든데이였다고 했습니다.

김 아무개가 누구인가 물었지요.

남편이라고 했어요. 

좌중은 짧게 와하고 웃다가 금세 그쳤습니다. 

웃음이 나오는데 웃을 수 없었습니다.

그 많은 날 중에 어쩌자고 남편이 집 나간 날이 골든데이까지 되었을까.

그는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오히려 당황은 우리가 했지요.

놀기 좋아하고 일은 하지 않으면서 빚을 내 노름을 하고 

성에 차지 않으면 가재도구를 부숴버리고 바람도 피고---.

그는 랩처럼 입 끝에 달린 말은 쏟아냈어요.



분위기가 무거워서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 난감한데

나이가 지긋한 분이 

"여자를 힘들게 하는 남자 셋이 있다."고 하는 겁니다.

이번엔 모든 눈이 그리로 쏠렸지요.

"아버지, 남편 그리고 아들!"

와하하하 웃었습니다.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는 무서운 이야기 해달라는 손녀에게 

"나는 내 인생 보다 무서운 게 없다"고  말하고는 했답니다.

슬픈 얘기인데도 듣는 이가 웃게 말하는 박 할머니는

일찌감치 집 나간 남편 제삿상을 차리면서 하도 짧게 살아서 남편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슬픔을 글로 쓸 수 있거나 말로 표현할 수 있으면 더 이상 슬픔이 아니라고 합니다.

글쓰기의 힘을 그렇게 말했다고 생각해요. 


글쓰기 교실에서 쏟아져 나온 이야기들은 

여자들이 글을 쓰고 싶은 이유,

글을 써야만 살 것 같은 이유 중 하나, 그 중에서도 극적인 에피소드입니다.


중국 속담에 가슴에 구멍 난 사나이 이야기가 있답니다.

관흉인이라는데요,

시인 권혁웅은 글을 쓰는 사람들은 모두 가슴에 구멍이 난 사람이라면서 그 구멍을 메꾸기 위해 글을 쓴다고 하더군요.

수긍이 갑니다.


글쓰기를 '조용하고  할 말이 많은 내향인의 은밀한 자기 돌봄'이라고 표현한 작가도 있어요.

내향인이든 외향인이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돌봄!"이 필요해서 글을 쓰고 싶은 거라고 생각해요.

조용한 자기돌봄으로써 글쓰기! 

자기돌봄이 절실한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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