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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패티 Nov 26. 2021

말 잘하는 사람이 부럽다

쓸데없이 진지한 일기


거듭 수정을 하다 결국 녹화를 새로 떠서  강의를 납품했다. 혼자 말하고, 녹화하기도 이제 조금 익숙해졌을 만도 한데 아니다. 차라리 카메라맨이라도 있을 때 말하기가 조금은 낫다. 아무튼 녹화를 마치고 해야 하는 모니터링, 그 순간 가장 힘든 게 내 얼굴 보기다.


여기저기 떠도는 수많은 동영상의 연사들은 미소 띤 얼굴로 잘도 말하던데 그게 나는 어렵다. 의식적으로 노력을 하고 촬영을 하면 의식한 그 순간만 웃고 예의 무뚝뚝하고 심각한 얼굴이 되어 있고는 했다. 한 가지 내가 내 이야기의 귀를 기울이고 있더라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내 수업을 남에게 모니터링을 해달라 하기 쑥스러워서 녹음기를 사용했던 적이 있다. 강의 평가야 학습자들에 의해서 상당 부분 결정되는 거지만 녹음한 내용을 돌아오는 길에 들으며 여러 가지를 확인하고는 했다.


자녀 교육으로 가정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모니터링이 있다. 말하기, 읽기 훈련을 할 때 읽기를 녹음해서 들어보는 방법이다. 발음이 뭉개지거나 반복해서 틀리게 읽는 아이, 읽는 속도나 음색, 높낮이 등을 스스로 확인하며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 수 있다. 아이들은 분명 제 손으로 녹음 버튼을 누르고 제가 읽었으면서도 자기가 아닌 것 같다거나, 심지어 아니라고 우기는 아이들도 있다.


녹음한 내 목소리를 들으며 나도 내가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목소리가 어눌할 때, 발음이 뭉개졌을 때 등 뭔가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특히 그랬다.


어느 핸가 워크숍을 할 때였다.

한 발표자가 학습 소감을 말할 때였다. 그는 쌍둥이 자매 중 한 사람이었다. 그들은 수업을 마치고 돌아갈 때 항상 '오늘의 말씀'이라며 내 말투 중 하나씩 꺼내어 흉내 내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자리에서 내 말투를 시연해 보였다.


언제나 그렇듯이 흉내 내는 사람들은 흉내를 당하는 이의 특징을 부각하기 위해 과장해서 표현하기 마련인데, 그날은 내가 듣기에도 너무 똑같아서, 블라인드를 했더라면 많은 사람들이 속을 것 같았다. 객석에 있던 사람들은 와아 웃음꽃을 피워 올렸지만 분명 고쳐야 할 말버릇이기에 민망하기 짝이 없었다. 그날은 흉내를 내던 이가 내 표정까지 흉내 내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사람들은 그렇듯 심각한 표정으로 말하는 내 얼굴을 보며 수업을 들었을 것이다.


말을 시작할 때마다 '으, 뭐---' 같은 군소리를 붙인다거나 턱을 높이 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가 고른 단어와 말투, 그리고 태도에 대해 사람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국가의 큰 지도자를 꿈꾸는 사람이니 대중의 관심과 주목을 받는 건 당연하다. 말, 표정, 걸음걸이, 앉는 모양새 등 보는 눈이 많으니 의견도 다양하다. 분명한 건 말투에서 인품이 드러난다는 점이다.


내가 남의 말투를 통해 그 사람을 평가하듯 사람들도 내 말투를 통해 나를 평가했을 텐데, 조심스럽고 겁나는 일이다.


어려운 자리에서 말을 잘하기 위해 사람들은 갖가지 묘안을 쓴다. 그중 자주 언급되는 방법으로 복식호흡법이 있다. 3~4초간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을 때는 입을 오므리고 6~8초간 천천히 뱉는 방법이다. 이것을 대여섯 번 반복한다.

 

말을 할 때는 턱을 아래로 지긋이 내리고 하면 톤이 낮아지며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턱을 낮춰서 말을 하면 덩달아 언행이 차분해진다. 표정이나 태도도 자연스러워진다. 반대로 턱을 올리면 스스로 흥분하기 쉽고 언행은 가벼워 보인다.


뭐니 뭐니 해도 말할 때 남들이 어떻게 들을까 너무 신경 쓰지 않는 게 좋다. 이렇게 말하는 게 좋을까 저렇게 말하는 게 좋을까 궁리를 많이 한 날 오히려 말을 더 더듬거나 발음이 엉킨 적이 많다. 우선은 말하는 이가 확신에 차 있는 게 중요하다. 확신에 차서 하는 말은 듣는 이에게도 확신 있게 가 닿는다. 그러자면 내용이 신뢰가 가는 것이어야 하는 게 우선이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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