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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패티 Jan 23. 2022

역사를 알아서 무엇에 쓸까 싶지만_거꾸로 읽는 세계사

화요독서


예전에 배웠고 읽었고 한 것들인데 왜 통합되어 쓸모 있게 아는 것이 되지 못할까. 수능에서 과학탐구영역을 만점 받은 사람이 하늘이 파란 이유를 서른이 넘어서야 제대로 알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웃고 말았지만, 삶에 지식을 통합시키지 못함에 대한 쓸쓸한 반성 아닐 수 없다. 지식이나 정보를 유기적으로 서로 통합하지 못해서 아는 것이었으나 반쪽짜리 앎인 경우가 허다함을 나이 들어가면서 깨닫는다는 고백이다. 비단 어느 한 사람의 문제이랴. 



잠실 롯데월드몰에는 “3080서울서울”이라는 레트로 카페가 있다. 건물 5층 한쪽에 레트로풍으로 조성된 거리에 어떤 날은 70, 80년대 교복을 입은 사람들도 볼 수 있어, 문득 주관적 느낌이지만 스산했던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감상을 맛보기도 한다. 유시민의 개정판 <거꾸로 읽는 세계사>도 레트로일까? 서문에서 저자 자신이 11개이 목차를 정리하며 20세기를 돌아보면서 21세기 현재와 미래를 조명한다고 쓴 것이 이 책도 레트로라고 할 수 있겠다.


이날까지 이 책의 절반을 읽고 이야기하기로 했으나 첫 번째 꼭지 ‘드레퓌스 재판’ 이야기로 대부분의 시간을 쓰고 말았다. 에밀 졸라 등 당대 언론 및 지식인들이 보여준 용기 있는 행동이 사건의 진실을 밝혀 바로 잡은 역사로 기록되게 했다는 것과 함께 언론의 역할을 새삼스럽도록 이야기했다. 오늘을 사는 시간 속에서 절실하게 보고 듣고 느끼고 있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저자는 드레퓌스 사건은 언론이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못지 않은 권력을 행사하는 제4부가 되게 했고, ‘지식인과 언론의 시대’를 열게 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저자는 이 책 말미에서 21세기를 전망하며 고작 100년을 구가한 지식인과 언론의 시대도 저물었다고 평한다. 


전작을 읽을 때는 드레퓌스의 억울함을 풀어준 지식인 에밀 졸라의 역할과 지식인의 임무 같은 것들에 주목했던 것 같은데, 이번엔 조금 시각이 달랐다. 물론 드레퓌스의 억울함과 에밀 졸라의 고발도 여전히 토론 거리였지만 그 외에 유럽은 왜 유대인을 혐오했는지, 유럽인의 유대인 혐오의 역사로 이야기가 확장되었다. 혐오 문제는 한번은 따로 깊이 이야기 나눌 주제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불안한 현대를 사는 젊은이가 이 책의 저자 유시민에게 물었다. 과연 역사는 발전하고 있는 것인가. “미시적 안목으로 보면 역사가 거꾸로 가는 것 같지만 거시적 관점에서 역사를 보면 분명 역사는 발전하고 있다.” 고 대답했다. 듣는 나도 안심이 되었다. 아무래도 역사에 조예가 깊은 사람의 말이니 신뢰도 갔다. 그러나 다시 개정판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읽으며, 나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은 게, 역사의 발전이라는 게 자꾸 미심쩍다. 


시간의 직진성과 달리 인간 세상의 일은 정-반-합을 반복하며 이상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을 억지로 끝낸다. 사람마다 민족마다 그 상황이 달라서 운이 좋으면 정방향의 시간을 살다 갈 수도 있고, 어떤 경우 역방향으로 가는 시간을 살다 갈 수도 있으니 역사는 발전도 하고 퇴행도 하며 순환도 하는, 그러니 모든 상황이 다 맞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역사를 안다고 해서 무슨 쓸모가 있을까마는, 좋아해서 공부했으면 되었지.” 서문에 실린 이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촌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면 영화를 한 편 보더라도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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