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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패티 Dec 01. 2021

'화요 심야 랜선 독서 모임'의 1년을 결산하다

화요독서

20권, 10,212g, 7,051쪽, 284,220원

이 숫자들은 무엇을 뜻할까요?


11월 30일, 1년간 이어온 독서모임 <화요 심야 랜선 독서>시즌 1의 막을 내렸습니다.

이 숫자들은 회원들이 1년간 읽은 책의 권 수, 책 무게의 총량, 총 페이지 수, 책값 등의 총합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성장, 기쁨, 보람, 감사, 덕분에를 수치로 환산한 값입니다.

눈에 보이니 손에 쥔 듯 뿌듯함이 실감 납니다.





단일 책으로 가장 두꺼운 책은 <사피엔스>(유발 하라리), 가장 얇은 책은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찰리 맥커시), 가장 비싼 책은 <울프 일기>(버지니아 울프), 가장 오래전에 나온 책은 <엄마의 말뚝>(박완서) ---. 이런 통계도 냈습니다.


20권의 책 중 절반은 자비로 구매해서 읽었습니다. 나머지 절반은 마포중앙도서관이 주최한 "독서가문" 프로그램 지원을 받았습니다.


어떤 책들을 읽었는지도 살펴보았습니다. 소설 8권, 에세이 5권, 과학 2권, 인문학 3권, 과학(사회과학 포함) 3권을 읽었습니다. 다양한 책을 읽고자 했으니 인문학으로 분류한 <사피엔스>를 제외하면 역사 책과 철학 책이 부족했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20권 중 가장 내가 고른 올해의 책 두 권도 골라보았습니다. 가장 많이 선택받은 책이 <사피엔스>였습니다. 이유는 사다 놓고 책장의 책으로 꽂혀 있던 책이었는데 함께라서 읽을 수 있었고 이제 내가 읽은 책 목록으로 옮길 수 있어서라고 소박한 대답들을 했습니다. 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인간의 역사를 거시적으로 살펴보게 하고 다가올 인간의 역사, 과학의 미래까지 생각하게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인간에 대해 안목을 넓히거나, 교정하거나, 각성까지 하게 했다고 했습니다.


두 번째로 많은 선택을 받은 책은 이응교 시인의 윤동주 평전<처럼, 우리가 가장 사랑한 시인 윤동주>였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안에 그리고 있던 시인 윤동주는 막연한 우상처럼 소비되어 왔는데 이 책을 읽고 윤동주의 새로운 면면을 알게 되었고, 그냥 좋다는 말 대신 왜 윤동주가 좋은지를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평들이 이어졌습니다. 구름처럼 높이 뜬 윤동주가 아니라 체온이 느껴지는 진짜 윤동주를 만났다는 평도 있었습니다.


다음부터는 선택에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를 꼽은 회원은 요행기라기보다는 인문학 여행기로 작가의 상당한 식견이 담긴 에세이다, 주관적 감상 위주의 여행기들이 많은데 그 가운데서 비교되는 책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울프 일기>도 두 사람에게 선택받았는데요, 울프의 내밀한 고민을 들여다보는 호기심도 있었지만 일기에 언급된 이름, 지명, 각종 책들 때문에 어렵다는 생각을 했으나, 읽다 보니 몰입되더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도 거론되었습니다. 그림 에세이인데요, 질문을 통해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게 한 책이었다,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이다, 등 다른 사람에게 선물도 했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올해의 책으로 꼽지는 않았으나 갈등한 책이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법의학자 유성호의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는 책도 두 사람에게 추천받았습니다. 이 책은 죽음의 이유를 밝히는 것이 직업인 과학자의 전문 직업 에세이입니다. 죽음은 살아있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언어는 아니지만 피할 수 없는 것, 죽음은 삶의 마무리지만 죽음을 통해 그 사람의 생전을 알 수 있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하게 했다는 의견들이었습니다.


이 밖에 함께 읽은 책 목록에는 들지 않은 '혼자 읽은 책'이지만 올해의 책으로 시몬느 드 보봐리의 <아주 편안한 죽음>,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가 추천되기도 했습니다. 한편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와 함께 거론된 책으로 <죽은 자의 집 청소>가 거론되었습니다. 이 책은 죽은 사람이 살던 집을 청소하는 특수 직업을 가진 이의 직업 에세이로 특히 고독사한 망자들에 대한 글쓴이의 통찰이 가볍지 않은 책입니다. 이소영 작가의 <어린이라는 세계>도 혼자 읽기로 읽은 사람이 많은 책이었습니다.글에는 어떤 식으로돈 글쓴이가 들어 있게 되는데, <어린이라는 세계>에서 감지되는 작가는 아이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좋아하는 사람일 거로 짐작된다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책 모임의 방법 대한 성찰도 있었습니다. 짐작했던 것처럼 매주 한 편의 글을 써야 하는 부담이 크다는 의견이 있었지요. 한편 글을 쓰느라 부담스러웠으나 그것이 남아서 좋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대체로 글쓰기가 부담스러웠다는 회원의 경우, 완성도 높은 글을 써내느라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 더 힘들었을 것이라는 진단을 해봅니다. 그분들의 좋은 글이 여러 편 있습니다.


도서 선정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다양한 책을 읽는 장점도 있으나 한편 주제 중심 독서나, 전작주의 독서도 내년엔 고려해 보자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또 영화 등 영상으로 만들어진 작품도 읽어보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원작과 영상으로 그려낸 작품을 비교하며 읽는 즐거움도 있을 것입니다.


독서모임의 시즌 2에 대한 의견도 나누었습니다. 12월 한 달 방학을 거쳐 1월 회원을 모집하여 위에서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책을 고르고 모임 운영의 구체적인 방법 등을 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한 가지 거론조차 되지 않은 변하지 않은 것은 '랜선 모임', '화요일 심야 모임'이었습니다. 막상 시즌 2가 시작되면 다른 의견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그렇게 갈 것 같아요.


마무리 삼아 회원들이 정리한 독서모임의 키워드는 '성실'이었습니다. 성장, 보람, 감동, 발전, 삶의 활력소 등은 모임을 결산할 때 흔히 나오는 말들입니다. 이 말들이 결과적인 측면이 많다면 '성실'은 과정에 주목한 말이라서 개인적으로 특히 좋았습니다. 그렇게 한 해를 잘 살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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