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에 등급을 매겨선 안된다
룰루 밀러의 과학 에세이 같기도 하고, 전기 같은 부분도 있고,자전적 에세이도 같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서 볼 수 있다.
앞부분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업적 중심이야기와 뒷부분 데이비드 조던 업적의 극적 반전에 관한 이야기다.
저자 룰루 밀러는 어린 시절 과학자인 아버지에게 독특한 교육을 받고 자란다. 사람은 일반적으로 삶의 질서, 의미, 법칙 등을 찾는데 아버지는 세계는 혼돈이며 무질서하고 무의미하다고 가르친다.
“의미는 없어. 신도 없어. 어떤 식으로든 너를 지켜보거나 보살펴주는 신적인 존재는 없어. 내세도, 운명도, 어떤 계획도 없어. 그리고 그런 게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누구도 믿지 마라. 그것은 자신도 의미 없다는 감정에 맞서 자신을 달래기 위한 상상에서 지어난 것일 뿐. 너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54p).
‘혼돈만이 유일한 지배자’라고 알려준다. 예를 들면 “열역학 제2법칙은 벗어날 수 없다.” 즉 세계는 무질서하다고 가르친다.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우리 노력으로 엔트로피를 줄일 수는 없다. 똑똑한 인간은 이 진리를 받아들이고 싸우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너는 중요하지 않아. 그러니 너 좋은대로 살아(57p).”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55p)는 것 등이다. 저자는 이런 아버지를 광대신발을 신은 허무주의자라고 한다.
개인의 기질, 성향, 성장 과정 중 받은 영향 등이 있겠지만 저자에게는 우울증이 있었다. 삶을 힘겹게 살아가는 동안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가는 것을 경험한다. 자신도 불안전하고 우울한 존재인데 그나마 얻은 사랑마저 떠나가고, 좌절의 끝에 이른다.
저자는 이런 상황에서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인물을 만난다. 조던은 동물학자이고 박물학자로 자신이 하는일에대한 신념이 대단하다. 스탠포드 대학의 교수이기도 한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어린 시절엔 별에 흠뻑 빠지고, 성장 후엔 물고기 연구에 올인, 전세계를 다니며 물고기를 수집해서 표본을 만든다. 그러나 1906년 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 때 이 표본들이 박살난다. 수천 마리의 표본이 미지의 존재로 돌아가게 될 위기였다. 그러나 데이비드 조던은 좌절하지 않았다. 확고한 신념으로 다시 일을 진행해 나간다. 이름표를 바늘로 비늘에 꿰매 달면서까지 꿋꿋이 연구를 계속해 나간다.
이런 데이비드 조던이 저자에게 의미있는 존재로 다가온다. 절망적 우울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칠 때였다. 혼돈 속에 흔들리고 난파된 인생을 다시 이어붙여야겠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자신이 찾고자 한 롤모델을 데이비드 조던에게서 발견한다. 데이비드 조던을 연구하게 된 동기다. 오랜 시간 동안 방대한 양을 조사하고 연구 분석한다. 자연스럽게 데이비드 조던의 일생을 알게 된다.
데이비드는 ‘자연에는 질서가 있다. 명확한 사다리 구조를 하고 있다. 구조의 꼭대기에 인간이 있고 그 밑에 다양한 동물이 있다고 믿었다. 데이비드의 이런 과학적 신념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반전이 일어난다. 데이비드는 당시 유행하던 우생학에 빠지면서부터 일종의 미치광이로 변한다. 우생학이란 나치 히틀러가 신봉했던 신념이다. 인간 계층의 사다리 구조를 만들어 최상위에 우등한 인간이 있고, 그 아래 열등한 인간이 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는 열등한 인간을 거세 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이야 황당하기 짝이 없는 주장이지만 1960년대까지도 미국 사회에 우생학이 합법적으로 존재했다. 가난, 우울, 장애 질병, 문맹자 등은 사회에 열등한 존재이므로 거세해야 한다고 했다. 합법적으로 불임수술까지 시켰다. 과학이라는 외투를 입은 미치광이였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그런 인물이었다는 게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부도덕한 인물이었다는 것도 밝혀진다. 당시 스탠포드의 설립자인 제인 스탠포드가 독살을 당했는데, 여러 정황이 독살의 주범이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었다는 게 밝혀진다. 당시만 해도 스탠포드에는 여전히 데이비드 조던의 동상도 있었고, 호수 이름, 거리 이름에 데이브 조던의 이름이 붙어 있고 추앙받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이후 데이비드 조던의 모든 것들이 무너진다.
룰루 밀러는 목적을 갖고 데이비드 스타 조던을 추적하는 동안 역설적으로 자아, 신념 등은 찾는다. 룰루는 우생학 실험 당사자 등을 탐문하다 실험 피험자인 메리와 애나를 만난다. 애나는 강제 불임수술까지 당했다. 인간적으로 견디기 어려운 수모와 고통을 당했으나 둘은 노년의 삶을 서로 의지하며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룰루는 이들 경험자들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서로서로 가라앉지 않도록 서로를 이어주는 그물망이 자아, 자존을 잃지 않게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나의 의미이고 중요성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세계에는 범주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물고기는 없다는 것도 알게 된다. 분류학상 어류라
는 분류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밝혀낸다. ‘어류’라는 말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경멸적인 단어다. 우리가 그 복잡성을 감추기 위해, 계속 속 편히 살기 위해, 우리가 실제보다 그들과 훨씬 더 멀다고 느끼기 위해 사용하는 단어다. p251 (조너선 캠벨, < 불고기는 알고 있다:물속에 사는 우리 사촌들의 사생활>.
“언어적 거세”(프란스 드 발-에모리 대학 영장류학자)
우리(인간)의 상상속 사다리에서 정상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와 다른 동물 사이의 유사성을 실제보다 과소평가하고, 기술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예컨대 ‘침팬지의 키스’라고 하지 않고 ‘입과 입의 접촉’이라고 부르는 것 등이다. 이를 드 발은 “언어적 거세”라고 하며, 우리가 언어를 사용해 동물들의 중요성을 박탈하는 방식이자, 우리 인간이 정상의 자리에 머물기 위해 단어를 발명하는 것이라고 한다.
‘어류’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세계를 경험하는 제한된 방식에 자신을 가두는 것이다. 범주를 부수고 나와야 한다.
룰루 밀러는 자신이 양성애자임을 깨닫고 인정함으로써 자신을 억압하던 또 하나의 ‘범주’를 벗어낸다.
"우리가 쓰는 척도들을 불신하는 것은 우리가 인생을 걸고 해야할 일이라고. 특히 도덕적,정신적 상태에 관한 척도들을 의심해 봐야 한다. 모든 자ruler 뒤에는 지배자 Ruler가 있음을 기억하고, 하나으범주란 잘 봐주면 하나의 대용물이고 최악일 때는 족쇄임을 기억해야 한다.(268p)."
1.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의 '물고기'가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가?
2.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서 저자가 말하고자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3. 존재의 이유가 있어야 할까? 있어야 한다면 당신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4. 종의 기원을 쓴 다윈은 예전부터 사다리는 없다고 말하고 다녔다. "자연은 비약하지 않는다". 우리가 믿고(보고) 있는 사다리의 계층은 우리 상상의 산물이며, 진리보다는 '편리'를 위한 것이다. 다윈에게 기생충은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 경이의 존재였다. 하지만 데이비드 조던은 왜 이런 것들을 보지 못했을까?
5. 저자는 데이비드 조던이 제인 스탠포드를 독살했다 주장하는 사료를 보고 그 사실을 믿기 힘들어 하며 데이비드의 긍정적인 면을 찾아보려고 한다. 그러던 중 그가 물고기를 잡을 때 주로 독을 쓰는 장면을 읽게 된다. 그때 사용한 독이 스크리크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데이비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룰러의 속마음은 무엇인가?
#"어떤 사람에게 민들레는 잡초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같은 식물이 훨씬 다양한 것일 수 있다. 약초 채집가에게 민들레는 약재이고 간을 해독하고 피부를 깨끗이 하며 눈을 건강하게 하는 해법이다." 를 보아 생명의 가치에 등급을 매길 수 있을까?
#마지막 챕터에서 "언어의 거세"라는 표현이 나온다. 언어로 인간 외의 생명에 중요성을 의도적으로 가리려는 행위라고 보는 것이다. 유사한 사례가 있을까?
#분기학자들에 의해 "어류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밝힌 것은 1980년대이다. 어린시절 배운 분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가?
#"우리가 쓰는 척도들을 불신하는 것은 우리가 인생을 걸고 해야할 일이라고. 특히 도덕적,정신적 상태에 관한 척도들을 의심해 봐야 한다. 모든 자ruler 뒤에는 지배자 Ruler가 있음을 기억하고, 하나으범주란 잘 봐주면 하나의 대용물이고 최악일 때는 족쇄임을 기억해야 한다."
무슨 뜻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