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깔사탕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탕 중 하나였다. 쪽쪽 빨지 않고 저절로 녹도록 입 안에 가만히 물고 있기만 하면 눈깔사탕 한 개만으로도 오후 한나절을 너끈히 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눈깔사탕은 양파처럼 여러 겹으로 되어 있었는데 각 겹마다 색깔이 달랐다. 그 덕에 중간중간 입에서 꺼내 내가 지금 무슨 색깔을 빨아먹고 있는지를 기쁘고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확인할 수도 있었다. 아니, 이 정도만으로는 성에 안 차는 아이들을 위해 마지막 겹까지 다 녹여 먹고 나면 속에선 견과 비슷한 알맹이가 나타났다. " <이해의 선물>(폴 빌리어드)
주인공은 네 살 무렵, 엄마와 함께 형형색색의 달콤한 사탕들로 가득 찬 가게를 들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느 날은 엄마도 없이 혼자 사탕 가게에 갑니다. 이것도 고르고 저것도 고릅니다. 사탕 봉지를 가득 채워도 되느냐고 묻지요. 위그든 씨는 돈이 있으면 된다고 말합니다. 아이는 자신 있게 주먹을 펴서 체리 씨를 내밀며 돈이 많다고 말합니다.
" 모자라나요?"
"아니다. 너무 많구나."
이 순간, 위그든 씨는 잠시 멈춰 서서 체리 씨를 바라보다 받아 들고 거스름돈이 있다고 말합니다.그리고는 1센트 동전 두 개를 건네줍니다.
주인공은 훗날 열대어 가게를 운영합니다. 어느날 물고기를 사러 온 어린 남매를 만납니다. 아이들은 이것저것 물고기를 고르고 값으로 손 안에 든 동전 몇 개를 내밉니다.턱없이 모자라는 돈이었지요. 그때 주인공은 위그든 씨를 떠올립니다. 아이들에게는 동전 2개를 거슬러 줍니다.
"순간 까마득한 과거에 위그든 씨가 내게 물려준 유산의 여파가 온전히 느껴졌다. 나는 그제야 비로소 내가 지난날 그 노인에게 안겨 준 어려움이 어떤 것이었는지 이해했고, 그 분이 이 문제를 얼마나 멋지게 해결했는지를 깨달았다. 내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던 위그든 씨의 눈빛에 애를 태우며 다시 그 작은 사탕 가게에 서 있는 것만 같았다." <이해의 선물>(폴 빌리어드)
“점방이 하나 있었지, 30년전 쯤.”
구독하는 신문에 이 동화가 생각나는 기사가 한편 실렸습니다. 농촌에 슈퍼 하나 없는 ‘식품의 사막’ 마을이 늘고 있다는 기사였습니다. 2020년 기준으로 전국 행정리 3만7563곳 가운데 2만7609곳에 식료품 소매점이 없다고 하네요.
식료품 소매점이 없는 마을을 찾아 전남 영암군 영암농협은 ‘기찬 장터’라는 이름으로 이동형 슈퍼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트럭에는 신선식품부터 가공식품, 현금자동입출금기(ATM)는 물론 노래방 시설까지 갖췄다는 보도입니다.
“점방이 트럭의 모습을 하고 돌아왔다”고 한겨레신문은 보도합니다. 이동 점방이 열리는 날이면 쇠고기 육회와 소주를 부려놓고 평상에 둘러 앉아 마을 잔치가 열리기도 합니다.
이동슈퍼마켓에 가장 인기있는 품목은 생고기와 아이스크림처럼 ‘식어불고 녹아부러서’ 읍내에서 사올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들입니다. 주민들에게 이토록 요긴한 마켓이지만 영암농협 관계자는 “수익이 나기는커녕 마이너스인 사업”이라고 말합니다.
동화를 떠올린 기사였습니다만 기사는 인구 이야기였습니다. 사람이 없으면 이야기도 없습니다. 이해의 선물도 없고, 추억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