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그자리에
올리버 색스의 '모든 것은 그 자리에'는 현대 신경학의 선구자인 그가 환자들을 만나며 겪은 특별한 경험들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오감, 기억, 자아, 의식 등의 정신적 기능들이 뇌의 특정 부분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보여준다. 색스는 환자들의 기이하고 놀라운 증상들을 단순한 질병으로 치부하지 않고, 그들의 독특한 내면세계로 들어가는 창으로 삼는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인간의 뇌가 얼마나 복잡하고 경이로운 소우주인지, 그리고 우리가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범주를 넘어서는 삶의 다양한 형태와 가능성을 깊이 생각해 보게 된다.
"어릴 때 우리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은 서재였다. 그곳은 커다란 오크 판으로 마감된 방으로, 네 벽이 모두 책장으로 덮여 있었다. 그리고 한복판에는 집필 및 연구용으로 견고한 테이블 하나가 놓여 있었다. 서재에는 히브리학에 조예가 깊은 아버지의 특별한 장서, 입센의 희곡에 관한 모든 것 (나의 부모님은 의대생 시절 입센 동아리에서 처음 만났다)이 보관되어 있었다. 한 칸짜리 선반에는 아버지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젊은 시간들의 작품들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내 손이 쉽게 닿는 가장 아래쪽 칸들에는 세 형들의 소유물인 모험과 역사에 관한 책들이 즐비했다. 내가 키플링의 <정글북>을 발견한 것은 바로 거기서였다. 나는 주인공 모글이와 깊은 동질감을 느낌 나머지, 그의 모험을 나만의 판타지 세상을 향한 출발점으로 삼았다.(모든 것은 그 자리에, 61p)
부드러운 빨간색 모로코 가죽으로 제본된 키플링 전집은 물론, 디킨스, 트롤립, 새커리의 소설과 연녹색 표지로 제본된 버나드쇼의 희곡이꽂혀 있었다. 또 아름다운 장정으로 된 세 권짜리 셰익스피어전집, 가장자라에 금박을 입힌 밀턴의 책, 그 밖의 서적들이 꽂혀 있었는데, 대부분은 어머니가 학창시절 상품으로 받은 시집이었다.
(---)내 눈에는 오크 판으로 마감된 서재가 우리 집에서 제일 조용하고 아름다운 공안이었으며, 내가 가장 머물고 싶은 곳으로 내 작은 화학 실험실과 인기 순위에서 1,2 등을 다퉜다. 나는 의자에 웅크리고 앉은 채 독서삼매경이 빠져, 시간 감각을 완전히 잃곤 했다. 어쩌다 내가 점심이나 저녁 식사 시신에 늦을 때면, 어김없이 서재에서 책에 완전히빠져 있는 모습으로 발견되었다. (62p)
-올리버 색스 <모든 것은 그 자리에>
신경학자이자 작가인 올리버 색스의 자서전 <모든 것은 그 자리에>에서는 이상적인 어린 시절 독서 환경의 생생한 예가 들어 있습니다. 색스는 오크 판으로 마감된 서재를 어린 시절 가장 좋아했던 공간으로 회상합니다. 이 서재는 네 벽이 모두 책장으로 덮여 있었고, 그 안에는 히브리학에 조예가 깊은 아버지의 특별한 장서, 입센의 희곡 컬렉션, 아버지 세대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이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색스가 손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아래쪽 책장에는 모험과 역사에 관한 책들이 즐비했다는 것입니다. 그곳에서 그는 키플링의 <정글북>을 발견했고, 주인공 모글리와 깊은 동질감을 느끼며 자신만의 판타지 세계를 구축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기억합니다.
색스의 이야기를 읽으며 어린 시절의 독서환경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확인합니다. 아이들 손이 닿는 곳에 책이 놓여 있었던 서재, 독서를 즐기는 부모님, 또한 가족의 다양한 관심사가 반영된 풍부한 서재 환경이 어떻게 한 아이의 지적 호기심과 상상력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독서는 인간의 지적 성장과 정서적 발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책을 통해 우리는 직접 경험할 수 없는 세계를 탐험하고, 다양한 관점을 접하며, 상상력과 창의력을 확장합니다. 독서는 단순한 정보 습득을 넘어 비판적 사고력을 길러주고 언어 능력을 향상시키며, 공감 능력을 키워줍니다.
교육심리학자 메리언 울프(Maryanne Wolf)는 그의 저서 『프루스트와 오징어』에서 "읽기는 인간의 뇌가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녀는 "독서는 뇌의 여러 영역을 활성화시키며, 새로운 신경 회로를 형성한다"고 설명합니다. 무엇보다 이는 독서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인지 발달의 중요한 요소임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합니다.
순조로운 독서 인생의 시작점은 바로 어린 시절의 독서 환경에 있습니다. 아이들이 책에 자연스럽게 노출되고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은 평생의 독서 습관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심지어 책을 직접 읽지 않아도 책이 풍부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어휘력이 더 풍부하고, 읽기 능력이 우수하며, 학업 성취도가 높은 경향이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물론 책을 직접 읽는 것에 비교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책에 둘러싸인 환경이 단순히 독서 습관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인지 발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서 교육 전문가 짐 트렐리스(Jim Trelease)는 그의 저서 『하루 15분 책 읽어주기의 힘』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은 독서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형성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합니다. 짐 트렐리는 글자를 모르는 영유가기의 어린이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시절 내내 읽어주기를 권하면서 책 읽어주는 것은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교해 듣기와 읽기 수준에도 차이가 나며, 아이가 혼자 읽을 때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도 읽어 줄 때는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는 단순히 책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책과의 긍정적 경험을 만들어주는 것의 중요성을 시사합니다.
색스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상적인 독서 환경 조성을 위한 몇 가지 제안을 드립니다:
접근성 있는 책 배치: 아이들의 손이 쉽게 닿는 곳에 연령에 적합한 다양한 주제의 책을 배치하세요.
다양한 장르 제공: 색스의 서재처럼 소설, 역사, 과학, 예술 등 다양한 주제의 책을 구비하여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세요.
독서 공간 마련: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전용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족 독서 문화 형성: 부모나 형제자매의 독서 습관은 아이들에게 중요한 모델이 됩니다. 색스의 부모님과 형들처럼 가족 구성원 모두가 책을 가까이하는 문화를 조성하세요.
올리버 색스의 경험은 풍부한 독서 환경이 한 아이의 지적 성장과 상상력 발달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을 보여줍니다. 독서는 단순한 기술 습득이나 지식 축적을 넘어 세계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키우는 평생의 여정입니다. 이 여정의 시작점인 어린 시절 독서 환경은 아이들의 미래를 형성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